고객신청서 위조한 대구銀, 무단개설 증권계좌 1662개 달해…금감원 “엄중 책임”

대구은행 금융사고 검사 결과(잠정) 발표
KPI 압박에 내부통제 구멍

[헤럴드경제=서정은 기자] 대구은행의 영업점 직원들 114명이 약 2년간 고객 신청서를 무단으로 활용해 증권계좌를 무려 1662건이나 부당개설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은 이같은 내용을 담은 ‘대구은행 금융사고 검사 결과(잠정)’를 12일 발표했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 8월 9일부터 9월 22일까지 대구은행에 대한 현장검사를 진행했다.

금감원 조사에 따르면 대구은행의 56개 영업점 직원 114명은 2021년 8월 21일부터 7월 31일까지 고객 1552명에 대해 예금계좌와 연계, 다수의 증권계좌 1662개를 개설했다. 다만 해당 증권계좌에서 발생한 자금이체 및 주식 매매 등 실제 거래 내역은 없었다.

대구은행 직원들은 고객이 직접 전자 서명한 A증권사 증권계좌개설신청서를 최종 처리 전 출력(사본)하여 B증권사의 계좌개설신청서로 활용하는 등 비정상적인 방식으로 증권계좌를 추가 개설했다.출력본에 기재된 증권사 이름 또는 증권계좌 종류(위탁, 선물옵션, 해외선물 등 3가지) 등을 수정테이프로 수정해 다른 계좌 신청서로 재활용하는 식이다.

일부 직원은 고객 연락처 정보를 허위의 연락처로 바꿔 고객이 증권사로부터 증권계좌 개설 사실 및 관련 약관 등을 안내받지 못한 사례도 32건이나 드러났다.

이처럼 직원들이 대규모로 계좌를 무단개설한데는 영업점 성과평가지표(KPI) 및 개인실적을 채우기 위해서였다. 대구은행은 비이자이익 증대를 위해 2021년 8월부터 증권계좌 다수 개설 서비스를 개시하고, 증권계좌 개설 실적을 영업점 KPI와 개인 실적에 확대 반영했다.

특히 지난해 영업점 KPI의 증권계좌 개설 만점 기준을 강화(고객당 1계좌→2계좌)하고 개인 실적에도 중복 반영한 사실이 증권계좌 부당 개설 유인으로 작용했다는 판단이다.

조사결과 이를 잡아내야할 내부통제에도 대거 구멍이 뚫린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은행은 증권계좌 개설 업무와 관련해 위법·부당 행위를 방지할 수 있는 업무절차, 전산통제, 사후점검 기준 등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 장치가 마련되어 있지 않았다. 이에 따라 이후 실시된 영업점 및 본점 자점감사에서 다수 직원이 사본서류를 이용한 사실과 신청서상 흠결을 적발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금감원은 이번 사고 및 관련 내부통제 소홀에 책임이 있는 임직원들에 대해 관련 법규에 따라 엄중히 책임을 물을 방침이다. 또 금융실명법 위반 혐의가 있는데도 금감원에 이를 지체없이 보고하지 않은데 대해서도 필요한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대구은행은 지난 6월 30일 증권계좌 임의 개설 민원이 접수돼 7월 12일부터 전 영업점을 대상으로 자체검사를 한 뒤에도 사고 내용 확인에 시간이 소요되면서 금감원이 검사에 돌입한 8월 9일까지 이를 보고하지 않았다.

금감원은 최근 잇따른 지방은행의 금융사고와 관련해 지방금융지주의 자회사 내부통제 통할 기능 전반에 대해 별도 점검을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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