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노동자 재활도 류현진 선수처럼

한겨레 2023. 10. 12.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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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원진레이온 직업병 피해 노동자들이 받은 보상금으로 설립된 녹색병원 7층 재활치료센터에서 환자들이 탁 트인 전망을 보며 치료를 받고 있다.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세상읽기]  김인아  |  한양대 교수(직업환경의학)

지난 8월2일 류현진 선수가 팔꿈치 인대 교체 수술 이후 1년여 만에 마운드에 복귀했다. 지난해 6월2일 등판 뒤 수술을 받았으니 426일 만이었다. 프로 입단 전에도, 2016년에도 같은 수술을 받은 이력이 있으니 벌써 세번째 수술이다. 사실 2016년 수술 당시에도 복귀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았고 이번 수술 뒤에도 복귀가 가능하겠냐는 의문이 따랐다. 하지만 류현진 선수는 성공적으로 복귀했고 메이저리그에서 경력을 이어갈 전망이다.

류현진 선수가 여러번 수술에도 메이저리그에서 성공적으로 커리어를 이어갈 수 있는 건 훌륭한 재활 체계 덕분이다. 관련 기사나 인터뷰를 보면, 의학적 치료와 재활 이외에도 공을 던지기 위한 단계적 훈련 프로그램이 있었다. 특히 본격적인 재활운동을 시작하고 나서는 2주에 한번씩 수술을 집도한 박사 팀과 구단의 메디컬 스태프가 만나 훈련 결과와 몸 상태 데이터를 놓고 다음 훈련을 협의하고, 이후 2주간 훈련 메뉴와 내용을 결정했다고 한다. 여기에는 컴퓨터를 활용한 시뮬레이션이 동원되기도 했고, 훈련 때에도 메디컬 스태프 이외에 관련자 2~3명이 훈련 내용과 볼 속도 등을 지켜보고 이를 바탕으로 다시 훈련 내용을 조정했다고 한다.

물론, 이 정도 지원이 가능한 것은 계약 금액과 연봉이 수백억~수천억원에 이르는 스포츠 스타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이와 유사한 지원을 산재노동자에게도 제공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일까? 우리나라에서 업무를 수행하던 중에 사고를 당하거나, 같은 부위를 반복적으로 쓰는 업무를 하다가 근골격계 질환에 걸린 노동자들이 매년 10만명 정도다. 이 중 6만명은 숙련 근로자임에도 불구하고 직장 복귀가 힘들다고 한다. 심각한 중증이어서 장애가 심각하게 남거나, 사업장 내에서의 인력 수급 문제나 동료들과의 관계 등 복귀를 어렵게 만드는 요소는 여러가지가 있다. 그러나 최소한 몸 상태가 더는 나아지지 않아서, 더는 하던 일을 할 수 있는 신체적 조건이 아니어서 복귀하지 못하는 경우는 최소화해야 하지 않을까?

이러한 고민 아래 선진국에서는 산재노동자들의 직장 복귀를 위한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독일은 산재노동자들이 재활을 통해 일터 및 공동체에 다시 참여할 수 있도록 의료적, 비의료적 활동을 활발하게 지원하고 있다. 전문적인 사례관리자가 사업주, 동료 근로자, 당사자, 가족 등을 포함한 관련자들을 만나 갈등을 조정하고, 의료진과 주기적인 회의를 진행하면서 재활 및 복귀 계획을 세운다.

물론 한국에서도 이런 사업들이 진행되고 있다. 근로복지공단 병원에서는 산재노동자를 위한 집중 재활 프로그램과 직장 복귀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고, 산재 전문 간호사가 사례관리자 역할을 하면서 관련 내용을 조정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유의미한 성과들을 내고 있고 모범적 사례들도 쌓이고 있다. 그러나 이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노동자 수는 매우 제한적이다. 산업재해만의 문제는 아니다. 현재 진행 중인 상병수당 시범사업에서도 직장 복귀를 지원해줄 필요가 있는 노동자들이 있다. 상병수당 재정의 안정적 운영과 조기 치료 및 조기 복귀를 통해 노동자들이 건강하게 일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하는 것은 산재보험이나 건강보험이나 마찬가지다.

용접공의 팔꿈치나 어깨 손상이 투수의 팔꿈치나 어깨 손상과 다르지 않은 원인으로 발생하는데, 그 결과가 달라질 이유는 없다. 이러한 지원은 큰 틀에서 장애인 기본권을 보장하는 것이기도 하다. 다만, 이를 위해 해결해야 할 문제는 한두가지가 아니다. 전문인력 양성부터 재정 지원, 제도 마련과 관련자들 사이 갈등 조정 등 해결해야 할 문제는 산더미다. 의미 있는 사례를 축적하는 것부터 관련 전문가들 양성 계획 및 자원들을 재구조화하는 장기적인 비전 마련과 노력이 중요하다.

독일은 장애인 올림픽인 패럴림픽에 산재노동자들로 구성된 대표팀을 파견한다. 산재보험 기관에서 제공하는 재활 프로그램을 분데스리가 축구 선수나 올림픽 국가대표팀이 이용한다. 그만큼 수준이 높다. 한국은 프로 선수들을 위한 스포츠 재활도 그 인프라가 넓지 않으니 산재노동자들까지, 그리고 일반 노동자들까지 차례가 오려면 오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언젠가는 패럴림픽에서 산재노동자로 구성된 한국 대표팀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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