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 “내년으로 넘어간다”
“아시아나 화물 매각·유럽 중복노선 반납”
유럽 넘어도 미국·일본 경쟁국 승인 남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 항공사 출범이 내년으로 넘어간다.
대한항공이 이달 말 유럽연합(EU) 경쟁당국에 시정조치안을 내고 올 12월 안에 결합 승인을 받는다고 해도 미국과 일본 당국의 승인이 또 남아 있어서다. 일각에서는 ‘합병 무산설’까지 제기됐으나, 중복 사업이나 노선을 팔아서 독과점 수준을 낮추는 대안 제시로 가닥이 잡혔다.
12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10월 말까지 항공 운송 시장 내 독과점 우려를 표명한 EU 경쟁당국(EC)에 최종 시정 조치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EU 경쟁당국과 경쟁제한성 완화를 위한 시정 조치안을 면밀히 협의하고 있다”면서 “늦어도 이달 안에 시정조치안을 확정해 제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C는 지난 5월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제안이 프랑스 파리·독일 프랑크푸르트·이탈리아 로마·스페인 바르셀로나 등 유럽경제지역(EEA)과 한국 간 여객·화물 항공 운송 서비스 시장에서 경쟁을 제한할 수 있다는 예비 심사 결과를 대한항공에 통보한 바 있다.
당시 EC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인천~유럽 4개 노선에서 치열한 대결 구도를 보이고 있다”며 “항공 운송 서비스 비용 상승 또는 품질 저하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한항공은 EC로부터 기업 결합승인을 받기 위해 여러가지 시정방안을 놓고 막판까지 고심 중이다.
가장 유력한 방안은 양사를 먼저 결합한 뒤 아시아나항공의 화물사업은 매각하겠다는 약속이다. 일단 결합을 허가해주면 내년 상반기 중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을 팔겠다는 ‘조건부 합병 승인’인 셈이다.
이를 위해 아시아나항공은 오는 27일 대한항공과의 기업결합과 관련해 화물사업 부문 매각안을 이사회에서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나 관계자는 “이사회 개최 여부나 안건에 대해 현재 결정된 사항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EC가 두 항공사 합병에 따른 화물노선 경쟁 제한 가능성을 크게 우려한 만큼 대한항공 측은 화물사업 매각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다만 화물사업 매각안이 아시아나항공 이사회를 통과할지 현재로선 속단할 수 없다. 자칫 회사 가치가 떨어지는 등 국부유출 논란마저 일고 있어서다. 앞서 아시아나항공 조종사노조는 화물사업 분리매각에 반대하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와 함께 두 항공사가 중복 취항하는 인천발 파리, 프랑크푸르트, 로마, 바르셀로나 등 4개 노선을 반납하는 방안이 담길 가능성도 있다.
일각에서는 화물사업 매각과 유럽 중복노선 반납을 외국 항공사가 아닌 국내 저비용항공사(LCC)에 넘길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해외로 넘기면 양사 합병 탓에 국익이 손상되는 모양새가 된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국내 LCC에 화물사업과 유럽 중복노선을 넘길 경우 국부유출 논란을 벗어날 수 있고 국내 항공산업 경쟁력에도 도움이 된다”며 “유럽 측 입장에서도 거대 통합 항공사 출범으로 인한 경쟁 제한이 되지 않는 만큼 반대할 이유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EC가 결합심사를 승인한다고 해도 넘어야 할 산은 있다. 미국과 일본 등 마지막 2개국의 승인이 남기 때문이다.
앞서 미국 법무부가 지난 5월 “미주노선 시장경쟁을 막는 독점이 발생하는 만큼 합병 승인이 어렵다고 대한항공 측에 통보했다”며 소송까지 검토한다는 현지발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대한항공 관계자는 “미국 법무부로부터 합병 승인이 어렵다는 내용을 전달받은 바 없다”고 부인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통합 항공사가 출범하려면 주요 14개국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현재 한국을 포함해 11개국의 관문은 통과했지만 남은 3개국 중 한 곳이라도 불승인하면 합병은 불발된다.
대한항공은 코로나 팬데믹이 절정으로 치닫던 2020년 11월 1조8000억원 규모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계획을 발표했다. 이후 대한항공은 3년 가까이 통합 항공사 출범을 위한 해외 경쟁당국의 승인을 얻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현재 심사 중인 경쟁당국들과 원만하게 시정조치 협의를 완료해 빠른 시일 내 최종 승인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정유미 기자 youm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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