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No, 악기만” 걸그룹 기원을 찾는 뮤지컬 시스터즈

이동인 기자(moveman@mk.co.kr) 2023. 10. 12.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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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명 배우 번갈아 가며 걸그룹 재현
그시절에도 혹독한 연습으로 무장
울릉도트위스트 이시스터즈 김희선
“명곡 받게 된 과정 상세히 나와 뭉클”
뮤지컬 시스터즈에서 배우들이 이시스터즈의 공연 무대를 재현하고 있다. [사진 출처=신시컴퍼니]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걸그룹들이 뮤지컬이 되어 무대로 돌아왔다. 홍익대학교 대학로아트센터에서 ‘시스터즈(shestars)’ 공연을 보고 나오자 마치 타임머신에서 내리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시대를 재현한 공연을 본 후 우연히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는 ‘울릉도 트위스트’ 가수 이시스터즈의 김희선(개명전 김명자) 선생을 만났기 때문이다. 1960년대 초 서울 수도여고 3학년이었던 김희선은 당시 국내 최대 매니지먼트 회사 ‘화양’의 가수 오디션에 지원하고 우여곡절 끝에 언니, 직장 동료와 함께 합격한다. 감미로운 화음을 만들어내며 300여곡을 취입했고 그 중 누구도 인기를 얻을 것이라 예상 못했던 특이한 도입부 가사의 ‘울릉도 트위스트’가 세대를 뛰어넘은 인기를 끌었다. 2012년 ‘소녀시대’까지 리메이크 하는 명곡이 된다.

김희선은 지난달 8일 뮤지컬 ‘시스터즈’의 공연 뒤 잠시 무대에 올라 관객들에게 인사를 했는데 이날도 박칼린 연출과 만나기 위해 커피숍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9일 한글날 휴일을 앞두고 딸, 아들, 며느리와 공연을 같이 봤다고 했다. 박칼린 연출은 실제 이 뮤지컬을 10년 전부터 구상했고 작품을 만들기 위해 당사자들을 찾아다니며 허락을 구했다. 이날도 공연을 찾아준 김 선생님을 박 연출이 따로 만나기로 한 것이다.

김희선은 “쇼 뮤지컬 시스터즈를 보면서, 힘들지만 즐겁게 활동했던 시절이 떠올랐습니다. 무엇보다 이시스터즈 명자가 언니와 친구와 함께 트리오를 결성했던 그 당시 장면과 울릉도 트위스트라는 명곡을 받게 된 과정이 너무 생생하게 표현되어서 만족스럽고 뭉클하고 행복했습니다”라며 밝게 웃었다.

시스터즈 무대는 막이 조금만 올라간 상태에서 6명의 디바들이 춤추는 다리를 보여주며 시작된다. 뉴진스, 아이브, 르세라핌, 블랙핑크 등 지금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끄는 K팝 걸그룹이 나오기까지 다양한 ‘시스터즈’가 있었다는 소재가 이 뮤지컬의 핵심이다. 실제 국내 한류의 기원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2020년에는 강준만 전 전북대 교수가 ‘한류의 역사: 김시스터즈에서 BTS까지’라는 책을 쓰기도 했다.

하지만 뮤지컬 시스터즈는 그 보다 더 앞선 1940년대 조선악극단 여성 단원들이 모인 ‘저고리 시스터즈’ 얘기부터 시작한다. ‘목포의 눈물’을 부른 이난영이 속했던 악극단이다. 이후 이난영은 두 딸과 조카딸을 교육해 세 명이 6·25 전쟁통에 시작해 라스베이거스를 시작으로 전미 순회 공연을 했던 김시스터즈를 키워낸다. 김시스터즈는 1950년대 미국에 진출해 대성공을 거둔다. 뮤지컬은 이난영이 일제시대 군국가요까지 불러야 했던 서글픈 역사부터 그가 두 딸과 조카딸을 어떻게 키워냈는지에 초점을 맞췄다.

뮤지컬 시스터즈에서는 김시스터즈가 공연하는 장면을 재현한다. 배우들은 마림바와 관악기, 기타 등을 직접 배워 연주하기도 했다. 실제 김시스터즈는 남자 만나지 말기, 닥치는 대로 악기를 배우고 다루기 등 원칙을 세웠다. 그러자 노래, 악기, 춤 모두에 능한 한국의 걸그룹이라는 소문이 퍼진다. 글로벌 음악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국내 걸그룹 연습생들의 치열한 연습 시스템이 떠올랐다.

1960년대 대세 걸그룹이었던 이시스터즈 뿐 아니라 미군 부대를 장악한 영상이 지금도 남아 있는 ‘코리아 키튼즈’, 1970년대 꿈을 찾아 나선 바니걸스와 희자매가 재현된다. 흑백사진과 영상 속 인물들은 무대에서 컬러풀한 의상을 입고 한창때의 모습으로 등장한다. 보통의 뮤지컬 작품이 배역이 고정된 것과 달리 시스터즈는 회차마다 6명의 배우가 역할을 번갈아 가면서 한다. 한 배우가 많은 배역을 소화해내는 어려운 일을 해내면서 배우들은 걸그룹처럼 하나가 된 모습을 보여줬다.

시스터즈 공연에는 악단이 무대 위에 올라와 있다. 10인조 밴드와 함께 그 시절의 느낌 그대로를 부활시키기 위한 무대 장치다. 조명 컬러도 30~40년 동안의 세월을 설명해야 하기 때문에 변화무쌍했다. 관객의 세대에 따라 아는 곡의 차이는 있겠지만 그 시대를 대표했던 총 13곡의 넘버가 연주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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