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 테니스 선구자의 외침 "韓 선수들도 메이저 우승자 이길 수 있어요"
한국 여자 테니스 간판 장수정(162위·대구시청)이 10년 만에 코리아 오픈 8강 진출을 노렸지만 아쉽게 무산됐다. 그러나 앞서 메이저 대회 우승자를 누르며 저력을 과시했다.
장수정은 12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테니스 코트에서 열린 여자프로테니스(WTA) 투어 하나은행 코리아 오픈(총상금 25만9303 달러) 단식 16강전에서 에미나 벡타스(116위·미국)에 졌다. 세트 스코어 0 대 2(3-6 4-6) 패배를 안았다.
2013년 이후 이 대회 8강 재현은 이루지 못했다. 10년 전 당시 양명여고 3학년이던 장수정은 코리아 오픈에서 한국 선수 최고 성적인 8강을 일궈냈다.
하지만 장수정은 이번 대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지난 10일 32강전에서 2020년 호주 오픈 우승과 프랑스 오픈 준우승을 이룬 소피아 케닌(30위·미국)을 2 대 0으로 완파했다. 케닌은 2018년에 이어 이번에도 장수정에게 지면서 상대 전적 2전 전패를 당했다.
이날 장수정은 상대의 강한 서브와 스토로크에 밀려 고전했다. 2세트 장수정은 심기일전해 게임 스코어 4 대 2로 앞섰지만 벡타스의 반격에 밀렸고, 4 대 4에서 자신의 서브 게임을 내준 게 뼈아팠다.
장수정은 이날 브레이크 포인트에서 6번 중 3번 성공에 그친 반면, 벡타스는 5번 중 4번을 성공해 경기를 주도했다. 장수정은 결국 마지막 서브 에이스를 내주면서 8강이 무산됐다.
경기 후 장수정은 "1세트를 내준 뒤 2세트부터 전략을 바꿔서 리스크를 감수하고 공격적으로 플레이하려 했다"면서 "게임 스코어 4 대 2에서 그대로 했으면 되는데 소극적으로 해서 진 게 가장 아쉽다"고 소감을 밝혔다. 장수정은 "공격적으로 했으면 리스크를 감안하고 이어갔으면 결과는 달라졌을 수 있다 생각한다"고 두고두고 아쉬움을 곱씹었다.
하지만 케닌을 이긴 데 대해서는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장수정은 "케닌이 잘하는 선수인데 이긴 부분에서는 자신감을 얻었다"면서 "우리 선수들도 충분히 할 수 있다는 교훈을 얻은 경기였고, 후배들도 투어와 큰 무대에 도전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장수정은 국내 대회보다 꾸준히 WTA 투어를 뛰며 세계 강호들과 겨루고 있다. 스폰서도 없어 개인 비용으로 투어를 다니고 있다. 그야말로 여자 테니스의 선구자 역할을 하고 있다.
이에 대해 장수정은 "3살 위인 친오빠(장광익)와 투어를 다니고 있는데 1년에 아끼고 아끼면 1억5000만 원에서 2억 원 정도 든다"면서 "오빠니까 한 방을 쓰는데 스태프 1명이 늘면 방 1개를 더 잡아야 해서 비용이 훨씬 많이 든다"고 귀띔했다. 이어 "비행기 타고 이동하는 게 너무 힘들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눈물을 쏟을 때도 많았다. 장수정은 "위에 언니들이 도전해줬으면 물어볼 사람도 있고, 조언도 구할 수 있고 좋았을 텐데"라면서 "이예라, 김소정 선배가 계셨지만 투어 도전을 일찍 마치셨다"고 말했다. 이어 "경기가 안 돼서 방에 왔을 때, 혼자 있을 때, 고독함을 느낄 때, 확 외로움 느낄 때 한번씩 눈물이 난다"고 털어놨다.
그럼에도 투어를 뛰는 이유는 뭘까. 장수정은 "어릴 때부터 꿈꾸던 무대"라면서 "못할 때는 안 되는구나 솔직히 생각이 들지만 이겨냈을 때 좋아지는 게 느껴졌을 때 재미가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새 선수와도 경쟁할 수 있고, 배우고 개선시키는 도전이 좋다"고 미소를 지었다.
후배들에 대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장수정은 "서양 선수들은 힘이 강해 서브가 좋고, 스트로크의 스피드로는 이길 수 없다"면서 "아시아 선수들은 근력 운동을 하면서 빠른 다리와 정교한 제구로 맞서야 할 거 같다"고 충고했다. 이어 "백다연(NH농협은행)도 옐레나 오스타펜코(라트비아)를 꺾었는데 다리가 좋고, 상대가 누구든 자신의 플레이을 하더라"면서 "여기에 조금 더 공격적인 플레이를 한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첨언했다.
장수정은 코리아 오픈을 마무리했지만 호주와 일본 대회 출전을 준비하고 있다. 장수정은 "선수 생활 하면서 그랜드 슬램 8강은 가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지난해 장수정은 7월 스웨덴에서 열린 WTA 125K 노디아 오픈에서 전설 이덕희 이후 40년 만에 WTA 정상에 오른 바 있다. 이때를 가장 행복한 순간으로 꼽은 장수정, 한국 여자 테니스 선구자의 도전은 끝나지 않았다.
올림픽공원=CBS노컷뉴스 임종률 기자 airjr@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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