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내각 구성한 이스라엘 정치권, “하마스 타도”로 단결…가자지구는 인도주의적 한계 도달

김서영 기자 2023. 10. 12.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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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이스라엘 간 전쟁이 6일차에 접어들며, 분열돼 있던 이스라엘 정치권은 하마스 척결을 위해 단일대오로 뭉쳤다. 전기·연료 등 필수품 공급이 끊긴 가자지구는 인도주의적 한계에 도달했다.

11일(현지시간) CNN 등에 따르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제2야당 국가통합당 베니 간츠 대표는 이날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비상 통합 정부와 전시 내각을 구성했다고 발표했다. 이전까지 이스라엘 정치권은 네타냐후 정권의 사법개편안 추진을 둘러싸고 사상 최대 규모 반대 시위를 비롯한 분열에 처했으나, 하마스와의 전쟁으로 50년 만의 최대 안보 위기가 닥치자 손을 맞잡은 것이다.

간츠 대표는 “이스라엘은 가장 어려운 시기를 맞이하고 있다. 지금은 오직 한 진영, 한 그룹, 곧 이스라엘이란 국가만 있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의 친구와 가족은 잔인하게 살해당하고 인질로 잡혔다. 모든 수단을 동원해 말살해야 한다”고 말했다. 네타냐후 총리 역시 “우리나라의 운명이 달려있기 때문에 모든 차이점을 제쳐뒀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정치권이 단결하면서 전쟁 대응에 더욱 탄력을 받으리란 전망이 나온다. 전시 내각은 오로지 전쟁 대응을 위한 결정과 명령에만 초점을 맞추며 전쟁과 관련되지 않은 법안이나 결정은 일절 통과시키지 않겠다고 밝혔다. 14명으로 구성된 전시 내각에는 간츠 대표와 가디 아이젠코트 의원 등 야당 인사 4명이 포함됐다. 이 둘 모두 가자 및 레바논 전쟁을 겪었던 전직 육군 참모총장으로, 정부에 군사적 식견을 보탤 것으로 기대된다고 뉴욕타임스(NYT)는 평가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하마스 구성원은 모두 죽은 목숨이다. 모두 부수고 파괴하겠다”고 밝혔다. 역시 전시 내각 주요 요인으로 들어간 요아브 갈란트 국방장관은 “우리의 파트너십은 정치적인 것이 아니라 공동의 운명”이라며 “현재 우리는 모두 이스라엘의 군인”이라고 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전쟁 발발 직후인 지난 8일 야당에 연정과 전시 내각을 제안한 바 있다. 다만 제1야당은 네타냐후 내각의 극우 정책에 반발하면서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12일로 전쟁 6일차에 접어들면서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포위와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오전 가자지구 내 목표물에 “대규모 공격을 실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남부 국경을 따라 예비군 30만명 이상을 집결시켰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가자지구의 인도주의적 붕괴 시점은 점점 다가오고 있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로 전기와 가스, 물 공급을 끊었으며 가자지구 내 유일한 발전소의 연료가 이미 고갈된 상황이다.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인질들을 풀어주기 전에는 공급을 재개하지 않겠다고 12일 밝혔다.

이제는 최소한의 병원 운영조차 불가능한 단계로 진입했다. 가자지구의 한 외과의사는 “가자지구에는 죽음의 냄새가 가득하다. 물도 전기도 없고 인터넷 연결도 매우 좋지 않다”고 로이터통신에 전했다. 팔레스타인 보건부는 물을 구할 수 없는 이들이 60만명이며 일부 병원이 우물에 의존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제적십자위원회(ICRC)는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인큐베이터에 있는 신생아와 산소 공급을 받는 노인 환자들이 위험에 처했다”며 “가자지구 병원들이 영안실로 변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병원들은 비상 발전기를 사용해 2~4일까지 더 버틸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알자지라는“가자지구는 수세기를 거슬러 중세시대로 돌아갔다”며 “붕괴 직전”이라고 전했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은 이날까지 가자지구에서 난민이 33만8934명 발생했다고 밝혔다. 하루 전에 비해 약 30% 증가했다. 이들의 3분의 2 이상은 유엔이 운영하는 학교에서 피신하고 있다.

양측 인명피해도 악화일로를 걸어 팔레스타인 보건부는 12일까지 가자지구 누적 사망자가 1200명, 부상자는 5600명이라고 밝혔다. 로이터 통신은 이스라엘 공영 방송 ‘칸’을 인용해 이스라엘 측 사망자가 1300명 이상으로 늘어났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지난 7일 하마스의 공격으로 시작된 전쟁으로 양측에서 발생한 사망자는 최소 2500명으로 늘었다.

민간인 피해가 커지자 미국은 미국인과 팔레스타인 민간인을 인접한 이집트로 대피시키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집트는 가자지구 주민들이 이집트로 넘어오는 데 반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상전 최대 변수인 인질 문제는 해결이 요원하다. 하마스 고위 간부 이자트 알리셰크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계속 공격하는 이상 인질을 교환하기에는 너무 이르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 국민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격이 끝난 후에야 이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고 했다.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붙잡고 있는 인질이 최대 150명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스라엘군 대변인 리처드 헥트 중령은 이날 “어떠한 지상 공격도 아직 결정되지 않았지만 우리는 이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자지구 중심도시 가자시티에 거주하는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11일(현지시간) 이스라엘 공습을 피해 마을을 떠나고 있다. AFP연합뉴스
11일(현지시간) 가자지구 북부 자발리아가 이스라엘 공습으로 폐허가 된 모습. AP연합뉴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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