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리를 기억하며…설리가 '진리에게'로 건넨 고백 [시네마 프리뷰]
[BIFF]
(부산=뉴스1) 고승아 기자 = *영화의 주요 내용을 포함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룹 f(x)(에프엑스) 출신 배우 故(고) 설리(본명 최진리)가 우리에게 남겼던 말이 세상 밖으로 나왔다.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와이드 앵글 섹션의 다큐멘터리 쇼케이스 부문에 초청을 받은 설리의 유작 '진리에게'는 2019년 설리가 했던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긴, 그의 고백담이었다.
지난 7일 부산국제영화제 상영을 통해 공개된 장편 다큐멘터리 '진리에게'는 배우이자 아티스트로서의 설리와 스물다섯의 최진리가 그 시절 느꼈던 다양한 일상의 고민과 생각을 인터뷰 형식으로 전하는 다큐멘터리다. 이 영화는 '페르소나: 설리' 시리즈 중 하나로 넷플릭스 공개 여부는 아직 미정이다. 나머지 하나인 단편 극영화 '4: 클린 아일랜드'는 지난달 27일 서울 서대문구 라이카시네마에서만 단관 개봉한 바 있다.
영화는 2019년 촬영 당시, 흰 셔츠에 청바지를 입고 말간 얼굴로 등장한 스물다섯 설리의 모습으로 시작된다. 설리는 인터뷰어가 건네는 여러 가지 질문에 웃기도 하고, 눈시울을 붉히기도 한다. 설리는 "'예쁘다'라는 단어에 갇혀 있었다"며 외모 강박을 토로하고, 아이돌로 활동하던 시절 "넌 상품이다"라는 말을 들어도 자신을 자책하는 방법으로 풀어냈다고 고백한다. 또한 설리는 자신이 페미니스트라고 말하며, '관종'(관심을 받고 싶어 하는 사람) 타이틀에 대해서도 아주 솔직하게 말한다. 비록 f(x)를 떠났었지만, 설리는 "멤버들을 사랑했다, 내 편이었으니까"라며 "같이 이겨내자는 게 있었다"며 진심을 털어놓기도 한다.
101분간의 러닝타임 대부분은 설리의 인터뷰가 메인으로 구성됐다. 여기에 그간 설리가 활동했던 모습이 담긴 뮤직비디오와 영화, 설리가 쓴 일기와 그림, 설리가 인스타그램에 올린 사진과 영상 등의 자료들이 덧붙여졌다. 다만 설리의 인터뷰가 영화의 상당 시간을 차지해 구성이 다소 빈약하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영화는 2019년 6월 설리가 발표한 앨범 '고블린'(Goblin)의 수록곡 '도로시'를 메인 테마로 삼아 총 다섯 가지의 챕터로 구성한 것으로 보인다. 다섯 가지 챕터는 '오즈의 마법사'에 나오는 도로시의 여정과 같다. 이 같은 도로시의 여정을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 중간중간에 삽입했는데 외려 애매해진 느낌이다.
그렇지만 영화는 설리의 이야기를 찬찬히 담아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고인이 세상을 떠난 지 약 4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만큼 이를 공개하는 데 있어서 여러 가지 의견들이 있겠으나, '진리에게'는 그의 죽음을 담아내기보다는 그가 말하고자 했던 바를 전하는데 주력한 것이다. 이에 영화는 설리에게 향했던 수많은 혐오의 화살들에 대해 말하며 이는 비단 설리에게만 향하는 것이 아님을 전하고자 한다.
영화를 연출한 정윤석 감독은 "주인공분께서 공개를 원칙으로 인터뷰 촬영을 했고, 이를 정리하는 과정에 있어서 고인이 한 말들은 우리 사회에 중요한 화두를 던지는 말이라 생각했다"라며 "여성에 대한 문제, 약자에 대한 문제, 평등의 문제일 수도 있고, 어떤 측면에선 지금 소위 젊은 세대가 되게 중요시 여기는 가치들을 함의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궁극적으로 '진리에게'는 주인공 진리의 영화이기도 하지만, 그분을 그리워하는 이 땅의 수많은 진리들을 위한 영화일 것 같다"며 "참된 이치(진리)라는 그 자체를 전하고, 진리에 대해 다시 얘기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설리는 지난 2005년 SBS 드라마 '서동요'에 출연, 아역배우로 연예계에 데뷔했다. 이후 2009년에는 f(x)의 멤버로 가요계에 다시 데뷔해 '라차타', '츄', '첫사랑니', '레드 라이트' 등의 곡을 발표해 인기를 끌었다. 2015년에는 팀을 탈퇴하고 배우와 방송인으로서 활동에 집중해오다 2019년 10월, 25세에 세상을 떠나 안타까움을 안겼다.
seung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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