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빠지길 기다렸다…한달반새 에코프로 형제에 공매도 2.3조

고득관 매경닷컴 기자(kdk@mk.co.kr) 2023. 10. 12.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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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프로가 종가 기준으로 처음 100만원선을 넘어선 지난 7월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연합인포맥스 전광판에 에코프로 종가 현황이 표시되고 있다. [출처 : 연합뉴스]
석달여전까지만 해도 숏커버링(공매도 상환을 위한 환매수)으로 주가가 크게 올랐던 에코프로, 에코프로비엠에 다시 공매도 폭탄이 떨어지고 있다. 고평가 논란 속에 주가가 고점을 찍고 내려오면서 숨고르기에 들어갔던 공매도 투자자들도 재차 베팅에 나선 모습이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9월 이후 전날까지 에코프로의 공매도 거래대금은 총 1조4043억원을 기록했다.

이 기간 코스피와 코스닥을 합쳐 공매도 매물이 가장 많이 나온 종목이 에코프로였다.

공매도는 주식을 빌린 뒤 시장에서 매도하고 향후에 시장에서 주식을 되사서 상환하는 방식의 투자법이다. 매도한 후 매수하기 때문에 주가가 하락하면 수익이 발생하게 된다.

같은 기간 에코프로비엠에도 1조1364억원의 공매도 매물이 나왔다. 에코프로, POSCO홀딩스(1조2722억원)에 이어 전체 3위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에코프로와 에코프로비엠 단 두 종목에만 2조5400억원 가량의 공매도 폭탄이 떨어진 셈이다.

불과 3개월여 전만 해도 에코프로와 에코프로비엠에는 대규모 숏커버링이 벌어져 증권가에서 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주가가 급등하자 손실을 견디지 못한 공매도 투자자들이 포지션 청산을 위해 시장에서 주식을 매수하고 이 과정에서 주가가 더 오르면서 다른 공매도 투자자들의 손실을 키우는 상황이 발생했다. 지난 6월 말 166만주였던 에코프로의 공매도 잔고는 지난 8월 30일 66만주까지 급감했다.

하지만 숏커버링이 마무리되고 신규 공매도 투자자가 대거 유입되면서 지난 6일 기준 에코프로의 공매도 잔고는 184만주로 재차 급증한 상황이다. 같은 기간 에코프로비엠의 공매도 잔고도 452만주에서 292만주로 뚝 떨어졌다가 현재 410만주로 돌아왔다.

에코프로의 최근 6개월간 주가 추이. [출처 : 구글 파이낸스]
수급이 꼬이면서 에코프로 형제들의 주가도 크게 하락 중이다. 공매도 잔고가 저점을 찍은 뒤 가파르게 증가하기 시작한 지난 9월 이후 전날까지 에코프로는 125만7000원에서 84만3000원으로 32.93%, 에코프로비엠은 32만4500원에서 24만3500원으로 24.96%나 떨어졌다.

문제는 공매도 증가세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공매도의 선행지표격인 대차잔고가 계속 늘고 있기 때문이다. 에코프로의 대차잔고는 지난 8월 말 430만주에서 현재 522만주로 늘었다. 공매도에 앞서 다른 투자자로부터 빌려온 주식이 계속 쌓이고 있다는 의미다.

전반적인 투자 심리도 크게 위축된 상태다. 리튬 가격 하락과 전기차 수요 부진으로 이차전지 업체들의 실적이 당분간 부진할 것이란 전망이 대세다. 에코프로 형제의 경우 올 상반기 주가 랠리 때부터 고평가 논란이 이어져온 만큼 주가 하락을 당연시하는 시각도 있다. 에코프로는 자회사 에코프로머티리얼즈의 상장도 주가에 악재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장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3개월 전 유례없는 프리미엄을 정상적으로 여겼던 때와 현재 이차전지 산업에 대한 투자 심리는 사뭇 다르다”라며 “수요, 판가 불안에 대외 환경까지 부정적인 요인들이 겹쳐 있기 때문에 철저하게 실적이 받쳐주면서 밸류에이션 부담이 덜한 종목으로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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