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와 학교가 한 공간에'…서울에 복합형 학교 생긴다(종합)
재개발 등 과밀학급 지역도 분교 설립 가능…'2학교 1교장' 체제
서울시교육청, '도시형캠퍼스' 운영계획 발표
(서울=연합뉴스) 서혜림 기자 = 초·중·고등학교 학생 수가 급격하게 줄어드는 '학령인구' 절벽이 다가오고 있다.
이에 서울에서 폐교 위기에 처한 학교를 분교로 살리는 방안이 추진된다. 재개발 지역 등 과밀학급 지역에서도 분교를 신설할 수 있는 방법이 마련된다.
프랑스 등 해외에서 공공임대주택 저층부에 초등학교를 짓는 것처럼, 서울에서도 신축 또는 재개발되는 아파트 저층에 초등학교가 들어서는 방안도 추진된다.
기존의 학교 부지에는 아파트가 학교와 함께 지어질 수 있다. 오피스텔 건물이나 지자체 건물에 학교가 들어서는 것도 가능해진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12일 서울시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 지역 초등학교 중 학생 수가 적거나 지나치게 많은 곳에 분교를 만드는 '도시형 캠퍼스 설립 및 운영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도심은 '학령인구 절벽' 고민인데, 재개발 지역은 학교 부족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서울 지역 초중고 학생 수는 2012년 116만1천632명, 2022년 80만6천340명으로 10년 사이 31% 줄었다.
더구나 2030년에는 57만2천390명으로 2012년의 절반에도 못 미칠 전망이다.
소규모 학교(초교 240명·중고교 300명 이하)는 지난해 119개로, 2014년보다 84곳이나 늘었다. 학생 수 급감 지역은 학급당 학생 수가 15명 이하까지 낮아지고 있다.
덩달아 통폐합 및 폐교 위기를 겪는 학교도 늘고 있다. 전통적인 도심 지역에 이런 학교가 많다.
반면에 재개발·재건축 지역 등 아파트 단지가 새로 들어서는 곳에서는 학교가 부족하니 더 지어달라는 민원이 빗발치고 있다.
과대 학교(초교 1천500명·중고교 1천200명 초과)는 현재 31곳에 달한다. 학령인구가 준다고 하지만 2027년에도 13곳에 이를 전망이다.
조 교육감은 "학교를 신설해 달라는 요청이 쇄도하지만, 늘어난 학생 수가 교육부의 학교 설립 심사조건에 미치지 못하면 정규학교 설립이 불가능한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폐교 위기 학교는 본교 소속 캠퍼스로, 과밀 학교는 캠퍼스 설립
이런 상황에서 서울시교육청은 폐교 위기 학교를 보존하고, 과밀학교는 분산하는 내용의 '도시형 캠퍼스' 개발 계획을 내놓았다.
핵심은 기존 학교나 새로 지어지는 학교가 다른 학교 소속의 학교인 '캠퍼스'(분교)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에서 학교를 새로 세우거나 폐교할 때 과정과 조건이 까다로워 주민들의 불만이 많은데, 캠퍼스를 통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이다.
도시형캠퍼스는 크게 '개편형'과 '신설형' 2가지로 나뉜다.
개편형은 학령인구 급감 지역에서 기존 소규모 학교를 유지할 수 있는 유형이다.
예를 들어 소규모 학교인 A학교가 폐교 위기에 처했다면, 인근 B학교의 분교인 'B학교 캠퍼스'로 흡수돼 학교를 유지할 수 있다.
개편형에는 기존 학교 시설을 유지한 채 운영 방식만 캠퍼스 형태로 개편하는 '제2캠퍼스 학교'와, 학생 수에 비해 넉넉한 학교 용지를 분할해 한쪽에 아파트 등 공공주택을 공급하는 '주교복합학교' 유형이 있다.
주교복합학교는 공급세대의 일정 비율을 초등학교 학부모가 입주하는 조건이다. 이를 추진하기 위해 서울시교육청이 SH공사, 국토부와 세부 사항을 협의 중이다.
신설형은 재개발이나 재건축 사업으로 학생이 급증하는 지역이나, 통학 여건이 열악한 지역에 도시형 캠퍼스를 신설하는 유형이다.
예컨대 과밀학급이 많은 C학교의 경우 인근 재건축·재개발 지구에 D학교를 'C학교 캠퍼스'로 신설할 수 있다.
신설형은 학교 설립을 요구하는 당사자의 기부채납을 원칙으로 한다.
신설형 모델에는 개편형과 같이 제2캠퍼스 학교, 주교복합학교 모델이 있다.
이외에도 학교 인근 오피스텔이나 상가를 매입해 짓는 '매입형 학교', 자치구에서 운영하는 공공시설을 도시형 캠퍼스로 만드는 '공공시설 복합학교' 등도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우선 강동구 고덕강일3지구 내 강현초(가칭)를 인근 학교인 강솔초의 제2캠퍼스로 신설할 계획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강현초는 부지는 확보됐지만, 정규 학교를 짓기에는 학생 수가 부족해 신설에 난항을 겪어왔다.
또한 아파트와 학교가 같은 건물에 있을 경우 학생과 아파트 거주자 간 동선을 분리하는 등 안전 문제를 철저히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아파트와 학교를 각각의 건물로 분리해 짓는 것을 우선 추진하되, 이후 같은 건물에 짓는 방안도 확대 검토할 계획이다.
2개 학교에 1명의 교장…학생회·교육과정 등 동일하게 운영
한 학교가 캠퍼스로 바뀔 경우 2개 학교에 1명의 교장과 행정실장이 존재하게 된다. 원래 학교의 교감과 교원은 그대로 남는다.
학생도 분교와 본교 사이를 옮겨 다닐 수 있다. 다만 안정적인 학사 운영을 위해 한 학년을 다닐 때는 해당 학교를 계속 다녀야 한다.
인근 학교 중 어떤 학교를 본교로 지정할지는 분교로 바뀌는 학교의 학교운영위원회에서 심의로 결정한다.
신설되는 학교에서는 교원과 지방공무직, 공무직을 정원 기준에 맞춰 늘릴 수 있다.
학교운영위원회와 학생회, 학부모회도 본교와 통합 운영되며, 교육과정도 같다.
서울시교육청은 올해 12월까지 관련 법령과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내년 상반기에 도시형 캠퍼스로 지정할 학교를 검토해 선정할 예정이다.
이후 관계자 회의와 학부모 동의 절차를 밟으면 2025년부터 도시형 캠퍼스 학교가 만들어지게 된다.
조 교육감은 "서울시 전역의 학생 수 감소, 지역별 개발 및 선호도 차이에 따른 인구 불균형, 교육격차 문제 등을 해소할 수 있도록 도시형 캠퍼스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서울시교육청은 2035년까지의 서울지역 내 통폐합 대상 학교를 정리해 12월 중 발표할 계획이다.
조 교육감은 "2030년까지 2012년에 비해 학령인구가 반토막이 되는데 학교를 반토막 줄일 수는 없다"며 "도시형 캠퍼스는 통폐합보다는 최대한 학교를 유지하는 전략의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sf@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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