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괴물'인가…날카롭고 따뜻한 고레에다의 시선 [시네마 프리뷰]

고승아 기자 2023. 10. 12.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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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 '괴물' 리뷰
[BIFF]
'괴물' 스틸컷

(부산=뉴스1) 고승아 기자 = *영화의 주요 내용을 포함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갈라 프레젠테이션에 초청받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신작 '괴물'은 학생 인권과 교권, 학교 폭력 등 학교를 배경으로 일어나는 사회적인 문제부터 개인적인 일 등을 사려 깊게 그려냈다. 이 영화는 제76회 칸 국제영화제 각본상을 수상하기도 했는데, 사카모토 유지 작가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이 영화에서 완벽한 합을 이뤄냈다.

지난 7일 언론 시사를 통해 공개된 '괴물'은 불이 난 건물 현장으로 달려가는 소방차들의 모습으로 시작한다. 세탁소에서 일하며 홀로 아들을 키우는 엄마 사오리(안도 사쿠라 분)와 초등학교 5학년생 아들 미나토(쿠로카와 소야 분)는 이를 지켜보며 이야기를 나누고, 아들은 대뜸 "돼지 뇌를 이식한 인간은 돼지일까, 인간일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이후 사오리는 부쩍 이상한 행동을 하기 시작한 아들의 모습을 본다. 집에 신발 한 짝만 있거나, 집에서 머리를 마구잡이로 자르기도 하고, 물통에는 흙이 들어 있기도 한다. 급기야 밤늦게까지 집에 오지 않아 엄마는 미나토를 찾아 나섰고, 산속에 있는 버려진 터널에서 발견한다. "괴물이 누구게?"라며 노래를 부르고 있는 미나토를 차에 태워 가다가, 사오리는 "아빠와 미나토가 결혼하고 가족을 꾸릴 때까지 잘 키우기로 약속했다, 아주 평범한 가족이면 된다"는 말을 한다. 그때 미나토는 갑자기 달리는 차 문을 열고 뛰어내린다. 결국 미나토를 데리고 병원에 가 뇌 CT 촬영을 진행했지만 아무 문제없다는 진단을 받는다.

사오리는 미나토에게 무슨 일이 있는지 거듭 묻고, 결국 학교로 향한다. 미나토가 담임교사인 호리(나가야마 에이타)에게 입에 담지 못할 말을 듣고 구타를 당했다는 얘기를 들은 것이다. 그런데 학교는 정확한 진상을 파악하지 않고 형식적인 사과만 반복하며 "지도에 대한 오해"라고 말하고, 사오리는 분노한다. 억울함을 토로하던 호리는 오히려 미나토가 친구인 미나토와 요리(히이라기 히나타 분)를 괴롭힌다고 주장했고, 사오리는 요리를 직접 만나러 간다. 요리는 미나토는 괴롭히지 않았다고 하고 다른 아이들 역시 호리가 때렸다고 말해 결국 '체별 교사'로 낙인찍힌 호리는 공식적으로 사과한다. 모든 일이 마무리된, 태풍이 오는 어느 날, 미나토는 몰래 창문을 열고 사라진다.

'괴물' 스틸컷

'괴물'은 총 세 가지의 시선에서 이 이야기를 보여준다. 처음은 미나토의 엄마 사오리의 시선으로 전개돼 교사에게 체벌을 당한 이야기처럼 보인다. 미나토가 사라진 뒤, 다시 화재 사건이 일어난 날로 돌아간다. 두 번째 이야기는 호리의 시선에서 이어지는데 사건의 실체가 드러난다. 성실한 교사인 호리는 아이들을 성심성의껏 챙기려 하지만 오해가 생긴 것이다. 그러나 학교는 문제를 조용히 덮기 위해 사과로 끝내려고 했고, 이와 함께 호리에 대한 확인되지 않은 소문 역시 퍼져 나간다. 그렇다면 왜 일이 이렇게 풀렸을까. 바로 마지막에 이 이야기의 주인공인 아이들의 시점에서 해답을 준다. 이처럼 '괴물'은 공적 영역에서 벌어진 일을 점점 더 깊은 사적 영역으로 자연스럽게 끌어들이며 미나토와 요리의 이야기에 스며들게 만든다.

이 같이 탄탄하게 구성된 '괴물'은 영화의 한 컷, 대사 하나하나도 허투루 쓰지 않았다. 소위 말해 던져 놓은 '떡밥'을 모두 회수한다. 단순히 반전에 반전을 더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상황과 대사들이 복선이 되고, 이렇게 켜켜이 쌓인 이야기들이 마지막에 모두 풀리게 된다. 다소 복잡해질 수 있는 이야기를 어렵지 않게 풀어낸 점이 돋보인다.

그래서 괴물은 과연 누구일까. 영화에서 어른들은 아이를 향해, 또 교사는 학부모를 향해, 아이 역시 아이에게 "괴물"이라고 말한다. 다름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들은 자신 외에 타인을 단순히 '괴물'이라 규정하고 끊임없이 학대한다. 영화를 보는 관객들 역시 누군가를 '괴물'로 설정하고, 의심한다. 그러면서 영화는 결국 관객들조차 괴물이었을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영화는 날카롭게 느껴질 만한 이야기를 담아내지만,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특유의 따뜻하고 섬세한 시선으로 '괴물'을 풀어냈다.

영화 내내 "나는 무엇으로 새로 태어날까"에 대해 말하던 두 소년은, 영화 말미 흙투성이가 된 채 환한 미소를 지으며 기찻길을 향해 달려간다. 이와 함께 故(고) 사카모토 류이치의 '아쿠아'(aqua)가 나와 여운을 더한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두 소년으로부터 버려지고 남겨진 우리 어른들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어떤 것을 생각해야 하는가에 대해 질문하는 영화"라고 전했다. 아역 배우인 쿠로카와 소야와 히이라기 히나타의 자연스러운 연기 역시 주목할 만하다. 러닝타임 126분. 오는 11월 국내 개봉 예정.

seung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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