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가자지구 민간인 대피 대책 논의…“안전한 통행 보장해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를 공격하기 위해 가자지구를 겨냥한 이스라엘의 지상군 투입이 임박한 것으로 예상되면서 미국이 관련국들과 함께 가자지구의 민간인 대피를 위한 긴급 대책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군의 지상군 공습에 앞서 이곳에 거주하는 미국인과 팔레스타인 민간인들이 이집트로 빠져나갈 수 있도록 허용하는 협상이 진행 중이라고 11일(현지시간) CNN이 이스라엘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BBC도 미국 정부가 이스라엘, 이집트, 유엔 등과 함께 이스라엘이 봉쇄 조치를 시행 중인 가자지구 주민들에 대한 인도주의적 지원을 허용하고, 민간인들의 안전한 통행을 도울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 관계자는 미국 여권을 소유한 모든 미국 시민은 여권을 제시하면 가자지구와 이집트의 유일한 교차로인 라파 통행로를 통과할 수 있으며, 팔레스타인 민간인들의 이동은 하루 2000명으로 제한될 것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 논의 중에 있다.
다만 이 합의는 라파 국경을 통제하고 있는 이집트로부터 최종 승인을 받아야 이뤄질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이집트 정부는 가자지구에 식량과 구호품 등을 전달하는 인도주의적 지원 의사는 내비치고 있지만, 가자지구 주민들이 이집트로 넘어오는 것은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오랜 분쟁 속에서 이집트 정부는 그간 ‘중재자’ 역할을 해왔지만, 양측의 분쟁은 국경 내에서 해결해야 한다며 자국 영토로의 이동을 제한해왔다.
이 같은 민간인 대피 논의는 가자지구 주민들에 대한 인도적 지원과 안전한 통행을 보장해야 한다는 국제사회의 압박이 커지는 가운데 나왔다.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습 이후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무차별 보복 공격이 이어지고 있을 뿐 아니라 전면 봉쇄 조치로 인해 식량, 물, 전력 등 필수품 공급도 사실상 끊긴 상태다. 민간인들이 가자지구를 빠져나갈 수 있는 통로도 막혔다. 폭격과 봉쇄라는 이중고로 ‘창살 없는 감옥’에 갇힌 가자지구 주민들의 인도주의적 위기가 심화하면서 국제사회에서 “이들의 생명을 위협하는 포위 공격은 국제인도법에 따라 금지되는 사항”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날 존 커비 미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브리핑에서 미국 정부가 가자지구의 민간인 대피 문제를 놓고 이스라엘, 이집트 측과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스라엘 및 이집트측과 활발하게 논의 중”이라며 “우리는 민간인의 안전한 통행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마스가 저지른 일의 책임을 이들에게 물을 수 없다”며 “안전한 통행을 위한 회랑이 열리기를 원한다”고 덧붙였다.
가자지구 공습으로 인해 가자지구에 사는 팔레스타인들 뿐 아니라 국제기구 관계자들의 인명 피해도 이어지고 있다.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에 따르면 지금까지 교사, 의사, 상담가 등 UNRWA 소속 직원 최소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국제적십자사연맹(IFRC) 회원도 5명 숨졌다.
한편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날 이스라엘의 전면 봉쇄 조치에 부정적 입장을 표명하며 식량, 연료, 물 등 필수 공급품이 가자지구의 민간인에게 전달되도록 허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최서은 기자 ciel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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