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나도 몽골몽골' 방송 신대륙으로 떠오른 힐링랜드

아이즈 ize 신윤재(칼럼니스트) 2023. 10. 12.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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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즈 ize 신윤재(칼럼니스트)

'힘쎈 여자 강남순', 사진=JTBC

방송을 만드는 창작자들에게 늘 같은 내용, 늘 같은 곳, 늘 같은 사람은 '형벌'과도 같다. 마치 나침반도 없이 파도와 바람의 길을 더듬어 신대륙을 찾은 콜럼버스처럼 방송은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찾아 나선다. 그것은 형식일 수도, 장소일 수도 또는 사람일 수도 있다.

최근 방송에서 찾아낸 가장 최신의 '신대륙'은 단연 몽골이다. 드라마와 예능, 다큐멘터리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방송사들의 '북진(北進)'은 시작됐다. 지금까지 보지 못한 그림, 보지 못한 사람 그리고 보지 못한 소재를 품은 몽골은 이 가을 TV 속에서 어느새 가까이 다가와 있다.

시작은 MBC 예능 '나 혼자 산다'의 10주년 기념 패키지 투어였다. 지난 5월 '나 혼자 산다'의 무지개 모임 회원들 중 회장인 전현무, 박나래, 기안84, 이장우, 김광규, 샤이니 키, 코드 쿤스트, 이주승 등 8명은 전현무의 지휘 아래 몽골 패키지 투어를 떠났다. 단 3시간 30분, 일본보다 조금 긴 비행시간으로 찾아간 그곳은 우리가 사는 곳과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나 혼자 산다'의 패키지 여행은 3주에 걸쳐 방송됐고, 유행에 민감한 젊은 세대는 곧바로 반응했다. 이후 '나 혼자 산다'의 여행 루트와 이동수단을 고스란히 재현한 '나혼산 투어'가 아예 투어 상품으로 자리 잡았고, 여행상품 예약률은 70~100% 가까이 늘어났다.

사진='나 혼자 산다' 방송 영상 캡처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몽골로 나서는 프로그램들이 늘었다. JTBC 는 8월부터 예능 '택배는 몽골몽골'을 선보였다. 연예계 절친 모임으로 이른바 '용띠클럽'으로 불리는 김종국, 장혁, 차태현, 홍경민, 홍경인에 막내 강훈이 끼어서 말로 택배를 보내는 몽골식 영업에 들어갔다. 시청률은 1%대로 그다지 높지 않았지만 장쾌한 몽골의 자연과 주거시설 게르를 비롯한 특색있는 문화 그리고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은 몽골인들의 외모가 친근함을 자아냈다.

드라마도 재빠르게 몽골을 찾았다. 지난 7일 첫 방송된 JTBC 주말드라마 '힘쎈여자 강남순'에서 주인공 강남순(이유미)은 어린시절 아빠와 함께 몽골로 사진여행을 떠났다 미아가 되는 설정으로 등장했다. 어린시절 몽골의 가정에 거두어진 주인공은 힘으로 몽골을 평정하고 결국 자신의 뿌리가 한국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한국으로 들어온다.

이 과정에서도 몽골의 자연이 빛났다. 어린 강남순이 능숙하게 말을 타며 양을 치는 장면은 몽골 로케이션 촬영을 통해 눈을 정화시켰다. 제작진은 몽골을 로케이션 촬영 장소로 잡은 이유에 대해 "'백마를 타고 온 광야의 초인'을 모티프로 소녀 히어로 강남순 캐릭터를 잡았다"면서 "상상을 초월하는 시력과 강남순의 순수한 괴력이 몽골의 대자연에서 자랐다는 설정에 적합했다"고 설명했다.

다큐멘터리도 몽골을 찾았다. 13일 공개되는 KBS1 자연 다큐멘터리 '비공개 다큐-지구별 별책부록'에서는 소똥구리를 찾기 위해 몽골의 초원으로 갔다. 어느새 우리 곁에서 사라진 소똥구리는 몽골의 대자연 속에서 활개를 치고 있었다. 제작진은 원시의 자연이 그대로 보존된 몽골을 찾아 한국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날개를 펴고 날아가는 소똥구리의 모습을 잡아냈다.

사진=JTBC

몽골은 여러가지 의미로 방송 창작자들에게는 신대륙이다. 우선 가깝다. 서울에서 비행기를 타면 3시간 반 만에 수도 울란바토르로 갈 수 있다. 일본 도쿄가 2시간 30분, 홍콩이 4시간 정도인데 몽골은 딱 이 중간 정도의 시간으로 도착할 수 있다. 게다가 물가가 싸다. 화폐단위인 1 '투그릭'이 우리 돈 0.39원이다. 캔맥주가 보통 3000 투그릭으로 우리 돈 1000원 미만이다. 촬영을 위한 현지 소요비용에 대한 부담이 적다.

그리고 뭐니 뭐니 해도 눈이 탁 트이는 몽골 평원의 장대한 풍경이 압도적이다. 물론 일본의 아기자기함이나, 중국의 웅장함, 동남아의 울창함도 있지만 분명 몽골의 대자연은 그동안 한국인들이 제대로 느낀 적이 없던 풍경이다.

거기에 현지인들의 한국에 대한 호감도 높다. 이미 세계적인 OTT들의 영향으로 '오징어게임'이나 방탄소년단 등 K-콘텐츠의 인기가 높으며, 특히 젊은 층의 선호도가 높다. 지난 2017년 조사 기준 몽골 TV 드라마의 국가별 비중에서 한국 드라마는 32%를 넘어 2위인 미국의 두 배가 넘었다.

몽골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의 수도 많아 특히 유통의 경우에는 편의점만 500개가 넘고, 마트도 늘고 있다. 한국에서 가는 촬영팀에 있어서는 다른 그림, 싼 물가, 친근한 현지인, 한국물품의 원활한 수급 등 장점이 많다. 게다가 최근 중국이 코로나19의 영향과 기후, 환경 등의 영향으로 관광지로서의 매력이 떨어지는 틈을 몽골이 파고드는 것이다.

현재 몽골을 소재로 하는 드라마, 예능, 다큐멘터리는 앞다퉈 개발되는 중이다. 올가을, 겨울에 촬영에 내년 봄에 선보일 콘텐츠는 더욱 많을지도 모른다. 마치 여행자유화가 시작됐을 때의 일본, 저가의 매력이 발견된 동남아가 방송의 인기 촬영지가 된 것과 비슷한 모습이다. 항상 새로운 것을 찾는 창작자들에게 몽골은 마음이 절로 '몽골몽골'해지는 유쾌한 신대륙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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