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新) 중동전쟁 확전 `헤즈볼라`가 관건…하마스보다 훨씬 강력한 시아파 정파

강현철 2023. 10. 12.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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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과 제한적 교전…이스라엘, 2개 전선 대응 부담 커질 듯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 대원들이 10일(현지시간) 남부 케르베트 셀렘 마을에서 이스라엘의 포격으로 사망한 동료의 장례식에 참석해 깃발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전날 이스라엘은 골란고원 내 점령지를 공격한 헤즈볼라의 초소 여러 곳을 공격했다. (케르베트셀렘 AP=연합뉴스)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으로 시작된 중동의 무력 충돌이 국지전으로 끝날지 아니면 신(新) 중동전쟁으로 확전될지를 가르는 변수는 이란과 헤즈볼라의 참전 여부 두가지다. 미국은 이란의 참전 가능성을 저지하기 위해 동지중해에 항모전단을 급파하고 블링컨 국무 장관을 중동에 보내는 등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레바논의 무장 정파 헤즈볼라와 이스라엘 간 제한전 전투는 이미 시작된 상태다.

헤즈볼라는 지난 8일(현지시간) 골란고원 내 이스라엘 점령지를 향해 로켓과 박격포를 쏜 뒤 배후를 자처했다. 골란고원은 레바논과 이스라엘의 분쟁 지역으로, 2006년 34일간의 전쟁 이후 이스라엘이 점령하고 있다. 이에 반격, 이튿날 이스라엘은 레바논에서 국경을 넘어오는 무장 세력들을 사살하고 헤즈볼라 초소 여러 곳을 공격했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스라엘은 이란이 그들의 또 다른 '추종자'인 헤즈볼라에 이스라엘 북쪽에서 '제2의 전선'을 만들도록 지시할 것이냐는 또다른 전략적 질문을 마주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WSJ은 이스라엘 전차 부대가 레바논 국경으로 돌진하는 동안 헤즈볼라는 상대적으로 자제된 모습을 보였다면서도, 결국엔 의도치 않은 확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란과 헤즈볼라는 하마스의 공격을 강력하게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1983년 창설된 헤즈볼라는 이란의 지원을 받는 시아파 무장 정파다. 1975∼1990년 장기 내전 이후에도 이스라엘에 맞서 저항 운동을 한다는 명분으로 무장을 해제하지 않고 레바논 정부군과 맞먹는 병력을 갖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등 서방은 이들을 테러 단체로 지정하고 있다.

이슬람의 양대 세력인 수니파와 시아파는 모두 이슬람교를 뿌리로 하고 있다. 이슬람교 경전인 '코란'을 사용하고 근본적인 교리나 사상 면에서 큰 차이는 없다. 가장 근본적인 차이는 후계자의 정통성, 즉 교회의 권리가 누구에게 이어져야 하느냐 하는 문제다. 수니파는 이슬람교의 지도자는 회중이 뜻을 모아 뽑아야 한다고 입장인 반면 무함마드의 혈통만이 이슬람교의 지도자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수니파는 사우디아라비아, 시아파는 이란이 맹주다.

헤즈볼라가 이번 전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경우 하마스는 큰 힘을 얻게 되는 반면 이스라엘은 하마스의 본거지인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초점을 맞춘 전선이 더욱 넓어지는 힘든 전쟁을 치러야 하는 상황에 부닥치게 된다.

이스라엘 입장에선 헤즈볼라는 하마스와 비교가 안되는 적이다. 헤즈볼라는 이스라엘 공군 기지와 보병부대를 겨냥할 수 있는 정밀 유도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다.

FP는 "헤즈볼라는 매년 이란으로부터 수억 달러의 군사지원을 받고 다양한 대함 순항미사일과 지대공 미사일까지 보유하고 있다"며 "레바논 정규군보다 더 강한 전력을 가졌다"고 전했다.

실전 경험도 풍부하다. 지난 2006년 헤즈볼라의 이스라엘 군인 납치를 계기로 34일간 벌어진 전쟁에선 레바논에서 1000여명, 이스라엘에서 150여명이 숨졌다. 이후 헤즈볼라는 이 전쟁에서 이스라엘에 빼앗긴 골란고원을 탈환하겠다며 여러 차례 이스라엘과 전투를 벌여왔다. 지난 2011년 발생한 시리아 내전에도 참전하는 등 국제전 경험도 있다.

정치적으로도 레바논 내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헤즈볼라는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일부와 남부 지역을 장악하고 실질적으로 통치하고 있다. 레바논 의회에서도 상당수 의석을 차지했다.

헤즈볼라가 개입하면 이스라엘이 레바논뿐만 아니라 이란까지 타격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이런 점에서 이란이 헤즈볼라의 개입을 막을 수 있다.

미국은 현지에 전력을 전진 배치하며 이란과 헤즈볼라의 추가 개입을 견제했다. 항공모함 제럴드 포드함과 전함 5척을 동지중해로 옮기고, 역내 F-35 등 전투기 증강에 착수했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부 장관은 이를 "역내 억지 노력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말했다. 미 국방부는 헤즈볼라를 향해 "(분쟁에 가담하기 전) 두 번 생각하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텔아비브대 이얄 지세르 교수는 "이란은 항상 마지막 레바논인과 팔레스타인인을 위해 싸울 준비가 돼 있다"면서도 "그러나 특히 광범위한 지역에서 전쟁으로 이란이 얻을 것은 아무것도 없다. 특히 미국이 개입한다면 더욱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강현철기자 hckang@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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