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는 ‘중국’ 사람이 아니다?

최보기 북칼럼니스트 2023. 10. 12.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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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께서는 또 '알아야 면장 한다'면서 "지력이 중등 이상의 사람들에게는 곧바로 고등한 지식을 가르칠 수 있다. 그러나 중등 이하의 사람들에게는 고등한 지식을 곧바로 가르치면 아니 된다"고 하시었다.

중등, 고등은 인간의 귀천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교육의 방법론적 방편을 말하는데, 지식은 차근차근 단계별로 익히고 쌓아나가야지 한 방에 안 된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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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를 위한 북(book)소리]
▲최보기 북칼럼니스트

공자께서 안연을 앞에 두고 말씀하시었다: “세상이 기용하면 정확히 행동하고 세상이 버리면 조용히 숨어 지낼 수 있는 미덕을 지닌 자, 오직 너와 나밖에는 없겠지.” 옆에 있던 자로가 질투가 나서 여쭈었다:

“선생님께서 세 군단의 대군을 이끌고 전장에 나가야 하신다면 누굴 데리고 가시겠습니까?” 공자께서 말씀하시었다: “호랑이를 맨손으로 때려잡으려 하고 큰 강을 맨몸으로 건너려 하면서 죽어도 후회 없다고 외치는 그런 놈하고 난 같이 가지 않아. 일에 임하면 두려워할 줄 알고, 뭔 일이든 꼼꼼히 생각해서 꼭 성공시키는 사람, 난 반드시 그런 사람과 같이 갈 거야.” 〔논어 술이(述而)편 10장〕

공자께서는 또 ‘알아야 면장 한다’면서 “지력이 중등 이상의 사람들에게는 곧바로 고등한 지식을 가르칠 수 있다. 그러나 중등 이하의 사람들에게는 고등한 지식을 곧바로 가르치면 아니 된다”고 하시었다. 이때 면장은 오시면 가시리의 면장(面長) 어르신이 아니라 담장에 가로막혀 앞을 못 보는 것을 면한다는 면장(免牆)이다.

중등, 고등은 인간의 귀천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교육의 방법론적 방편을 말하는데, 지식은 차근차근 단계별로 익히고 쌓아나가야지 한 방에 안 된다는 의미다. 〔논어 옹야(雍也)편 19장〕

역경(주역) 64괘 중 1괘는 건(乾)이다. ‘겹친 하늘, 그 순결한 모습은 늘 움직인다. 그 움직이는 모습이 건강하다. 군자는 이러한 하늘의 모습을 본받아 스스로를 굳세게 함에 쉼이 없다’는 괘다. 핵심 메시지는 ‘천지만물에 스며 있는 근원적 가치를 구현하여 만인의 으뜸이 되어라.

매사에 리더십을 확보하고, 보편적 가치를 구현하라’는 것이다. 마지막 64괘는 미제(未濟)다. ‘작은 여우가 개천을 거의 다 건넜는데 아뿔싸! 꼬리를 그만 물에 적시었다. 다 건너지 못했다. 이로울 바가 없다’는 괘다. 이 괘는 천지와 내가 하나가 되는 무아의 경지를 권하는데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 절제다. ‘역(易)이 우리에게 가르치는 삶은 64괘 384효의 순환을 조용히 응시하라’는 것이라고 저자가 해설을 붙였다.

저자 ‘도올 김용옥 선생’에 대해 설명을 덧붙이는 것은 사족일 터, 『단 한 권으로 읽는 논어+역경』의 『논어』는 딱 원문과 번역만, 『역경』은 원문, 번역, 간결한 해설로만 편집돼 읽기에 군더더기가 없다. 도올에 따르면 “공자는 ‘중국’ 사람이 아니다. 공구(孔丘 BC 551~479)라는 사나이는 춘추시대의 한 제후국인 노(魯)나라에서 태어나 노나라를 위하여 유니크한 예술, 교육, 문화, 정치혁명을 역행(力行)하였고 또 노나라에서 숨을 거둔 사람이다.

그때에는 ‘중국’이라는 실체가 존재하지 않았다. 노나라는 산동의 조그만 지역을 차지하고 있었으며 우리 민족의 고대사도 그 지역에 영향을 주는 거대 제국의 모습을 지니고 있었다’고 한다. 그런고로 공자와 논어, 역경을 나와 먼 나라 먼 조상의 낯선 가르침으로 오해하면 안 된다.

도올은 또 “논어는 모든 삶의 과정에서 일어나지 않을 수 없는 이야기들의 기록, 이론의 전개가 아니라 살아 있는 삶들의 영상, 삶의 원형”이다. 역경은 “삶의 중용적 목표를 가늠케 하는 동적 사유의 전개과정”인데 “논어와 역은 긴밀하게 교섭하고 있어 논어가 삶의 장면들이라면 역은 그것을 엮어내는 논리적 결구”라며 ‘한문실력 없이도 논어와 역을 삶의 허리에 차고 다닐 것’을 주문한다. 이 지면에 소개했던 『소크라테스의 변론, 크리톤』의 소크라테스가 공자 사후 약 10년 뒤 고대 그리스에서 태어난다.

▲『단 한 권으로 읽는 논어+역경』 / 도올 김용옥 역해 / 통나무 출판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10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최보기 북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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