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서울무형문화축제 "직접 나전칠기를 만들어보세요"
축제 앞서 장인과 나전칠기 수업
(서울=연합뉴스) 최윤선 기자 = "자개는 보는 위치에 따라서 색이 달라요. 그래서 더 아름답죠. 직접 작업해보면 더 잘 알 수 있을 겁니다."
서울시 무형문화재 나전장 정명채 씨가 수강생에게 이렇게 말했다.
서울시는 지난 4일 종로구 서울무형문화재 교육전시장에서 직접 나전칠기를 만들어보는 체험 수업을 열었다.
'2023 서울무형문화축제'에 앞서 축제와 함께 나전칠기의 가치를 알리고자 마련된 수업이다.
수강생 김민정(29)씨는 "한 TV 프로그램에서 나전칠기를 만드는 전 과정을 접하고 관심이 생겨 수업에 참여하게 됐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또 다른 수강생 신지은(28)씨는 "얼마 전 자개(나전) 전시를 보고 그 아름다움에 반했다"며 "어떤 작업을 하게 될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본격적인 나전 작업에 나서기 전 정 씨는 나전칠기 문화를 간략히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작업대 앞에 선 수강생은 각자가 만들기로 한 거울과 목걸이, 브로치의 재료를 만지작거리며 장인의 말을 경청했다.
정 씨는 "나전칠기란 광채가 나는 조개껍질을 여러 가지 모양으로 장식하고 칠을 더해 만든 장식품을 뜻한다"며 나전이 1천여 년간 이어져 온 전통 있는 공예 문화임을 강조하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체험 수업은 칠 긁기·연마·광내기 세 가지 작업으로 구성됐다.
금속으로 만든 조형물 위 칠해진 옻칠을 긁어내기 위해 수강생들이 조각칼을 들었다.
집중을 요하는 섬세한 작업에 수강생들의 두 눈과 양손이 금태칠기에 고정됐다.
이 과정에선 칼의 각도가 핵심이라며 정 씨가 중간중간 시범을 보이자 수강생들은 두 눈을 반짝이며 장인의 손끝을 쳐다봤다.
수강생들의 칠 긁기 작업이 이어지자 금태칠기 위 옻칠로 가려진 수려한 꽃문양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정 씨 말처럼 보는 위치에 따라 나전은 보라색을 띠었다가 초록색을 띠었다가 했다.
김 씨는 "이 자체로도 아름답다"며 카메라를 꺼내 연신 나전의 사진을 찍었다.
이후 연마와 광내기 작업이 이어졌다.
수강생들은 연마제와 광택제를 헝겊에 묻혀 나전의 표면을 닦아냈다.
김 씨의 표현대로 그 자체로 본연의 아름다움을 지녔던 나전은 헝겊으로 문댈수록 영롱해졌다.
목걸이를 만든 신 씨는 "연마 작업을 하면서 생각보다 어깨에 힘이 많이 들어가서 힘들었지만 작업을 할수록 거친 표면이 매끈해지는 걸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어 뿌듯했다"면서 "칠 긁기부터 연마, 광내기까지 일련의 작업을 거쳐 직접 목걸이를 제작해볼 수 있어서 뜻깊었다"는 소감을 밝혔다.
또 다른 수강생 김모(29)씨는 "간단한 체험이었지만 무형문화재인 장인과 함께 작업하며 장인 정신을 짧게나마 느껴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초등학생인 동생이 있다는 김 씨는 "전통문화를 직접 경험할 기회는 적지 않느냐"면서 "남녀노소 누구나 어렵지 않게 공예품을 만들 수 있어 추천한다"며 동생과 함께 서울무형문화축제에도 참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서울시는 지난 8일에 이어 오는 13∼14일 '2023 서울무형문화축제'를 개최한다.
이번 축제는 '나의 무형유산 답사기'를 주제로 노들섬·서울공예박물관·돈화문국악당 등에서 무형문화재 신진 전승자와 보유자를 비롯해 시민 모두가 함께하는 축제로 열린다.
서울무형문화축제는 시민에게 서울시 무형문화재의 가치를 소개하고 전통과 현대를 연결하는 기회를 제공하는 축제로 사랑을 받고 있다.
장소별 특성을 반영한 프로그램을 구성해 시연과 체험, 강연 프로그램 등 다채로운 행사가 어우러진 축제가 될 예정이다.
서울공예박물관은 이번 축제의 중심지로서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 거리를 제공한다.
무형문화재 기능 종목과 예능 종목 모두를 경험할 수 있다.
13∼14일 낮 12시부터 오후 5시까지 무형문화재 보유자들이 전통 가구를 제작하거나 민화를 그리는 등의 퍼포먼스를 시연한다. 나전을 비롯한 무형문화재를 직접 느끼고 체험해 볼 수 있도록 참여 기회도 제공한다.
이외에도 공기놀이·팽이 돌리기 등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체험행사와 호패 만들기·전통주 시음 행사도 마련됐다. 참여 방법 등 자세한 내용은 서울무형문화재 교육전시장 홈페이지(seoulmaster.co.kr)나 서울무형문화축제 운영단(☎ 02-320-2053)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ys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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