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전문가’ 성일광 교수 “해결책 없는 가자지구 문제…60% 확률로 지상군 투입” [이슈 인터뷰]

이희진 2023. 10. 12.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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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분쟁이 격화하고 있다.

이스라엘이 50년 만에 최대 규모의 예비군을 동원하면서 지상군 투입이 머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성 교수는 "일부에선 하마스가 인질을 잡고 있는 것을 이유로 지상군 투입이 쉽지 않다고 하지만 그건 오판이라고 본다"며 "1200명이 죽었는데 인질 때문에 지상군을 투입하지 않는 건 이스라엘 입장에선 사실상 하마스에게 굴복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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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분쟁이 격화하고 있다. 이스라엘이 50년 만에 최대 규모의 예비군을 동원하면서 지상군 투입이 머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스라엘 텔아비브대 중동학 박사로서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중동 전문가인 성일광 고려대 중동·이슬람센터 교수는 “60% 확률로 지상군이 투입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성일광 교수는 12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이스라엘의 피해가 너무 크기 때문에 이스라엘 정부가 지상군을 투입하지 않고 국민의 분노를 잠재울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이 같이 밝혔다. 성 교수는 “수뇌부가 (지상군 투입을) 하기 싫어도 해야 하는 그런 상황인 것 같다”며 “지상군을 투입하지 않고 공중전으로 할 수 있는 것은 하는 것이 이스라엘 군의 인명 피해를 줄이는 최선의 방안”이라고 덧붙였다.
11일(현지시간) 이스라엘 모처에서 이스라엘군 전차들이 가자지구를 향해 이동하고 있다. AP뉴시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10일(현지시간) 기준 36만명의 예비군을 동원했다. 이는 이스라엘 인구(약 920만명) 약 4%에 해당하는 수준이고 50년 만의 가장 큰 규모다. 1973년 10월 6일 ‘욤키푸르 전쟁’이라 불리는 제4차 중동 전쟁이 발발했을 때 이스라엘은 예비군 약 40만 명을 소집한 바 있다.

성 교수는 “일부에선 하마스가 인질을 잡고 있는 것을 이유로 지상군 투입이 쉽지 않다고 하지만 그건 오판이라고 본다”며 “1200명이 죽었는데 인질 때문에 지상군을 투입하지 않는 건 이스라엘 입장에선 사실상 하마스에게 굴복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마스가 바라는 건 휴전이다. 성 교수는 “하마스는 목적을 거의 다 이뤘다”며 “이스라엘이 잡고 있는 포로를 본인들이 잡은 인질과 교환한다면 하마스 입장에선 이전에 없는 엄청난 업적을 이루게 되는 것”이라고 했다.

이날 이란 지도부가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에 깜짝 놀랐다는 뉴욕타임스(NYT) 보도도 있었지만 성 교수는 “개인적으로는 신빙성이 없는 이야기라고 본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이란이 하마스와 모의를 했다’ 정도는 아니어도 최소한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한다는 팩트 정도, 즉 계획이 있고 언제 공격을 한다 정도는 이란이 알았을 것”이라고 했다.
성일광 고려대 중동·이슬람센터 교수
다만 이스라엘은 하마스의 공격을 예상치 못한 게 맞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는 “전쟁이 끝나고 나서 조사를 해봐야겠지만 공격사실을 이스라엘이 몰랐단 것 같다”고 했다. 다만 그는 “이스라엘이 요르단강 서안지구에서 팔레스타인과 작전 중이었기에 관심이 여기에 집중돼 있었을 것”이라며 “가자지구에서의 하마스 움직임에 대한 정보가 취합되었더라도 심각한 사안이 아니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정부는 이번 사태가 모두 끝난 뒤 책임 소재를 가려 책임자들을 문책할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뿌리 깊은 분쟁은 해결될 수 있을까. 역사적 원인을 살펴보면 그럴 가능성이 크지 않다. 유대인은 기원 후 70년 로마에 의해 함락된 예루살렘을 떠나 2000년이나 유랑생활을 했다. 그러다 20세기부터 예루살렘에 모이기 시작해 1948년 지금의 이스라엘을 건국했지만, 그 당시 이 지역은 팔레스타인이 거주하던 곳이었다. 이스라엘 건국과 팔레스타인 추방, 이후 수차례의 전쟁 등이 얽히면서 해법을 찾기 어려운 상태다.
11일(현지시간) 가자지구에서 발사된 로켓으로부터 몸을 피한 한 여성이 이스라엘 아슈켈론에서 두려움에 울부짖고 있다. AP뉴시스
성 교수는 근본적인 해결책을 묻는 말에 이렇게 답했다.

“죄송한 얘기지만 답이 없어요. 요르단강 서안지구는 평화협상이라도 할 수 있고, 대화라도 할 수 있는데…. 물론 서안지구도 답이 없지만요. 가자지구는 더 답이 없는 거죠.”

이희진 기자 he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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