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새 3개사 '백기'…"올해는 끝났다" 유럽 '초유의 상황'
공통된 사유로 "시장 환경 악화" 들어
美로 눈돌린 버켄스탁 거래 첫날 급락
독일, 프랑스 등 유럽 주요국 기업들이 줄줄이 기업공개(IPO) 계획을 철회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유럽의 경기 침체가 심화하면서 스태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동반한 경제 불황)이 장기화할 거란 전망이 우세해지면서다.
일주일 새 3개 사 IPO 철회‧연기
FT에 따르면 프랑스의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업체인 플라니스웨어는 이날 유로넥스트 파리(프랑스 증권거래소) 상장 계획을 전격 중단한다고 밝혔다. 상장 예정일(16일)을 불과 5일 앞둔 시점으로, 주당 16달러의 공모가까지 확정해 둔 상태에서 내려진 결정이다. 플라니스웨어는 프랑스 IPO 시장에서 지난 2년간 최대어로 꼽혀 온 회사였다.
유럽에선 최근 일주일 새 플라니스웨어를 포함한 3개 회사가 자국 내 상장을 연기했다. 앞서 독일의 방산 기업 렌크가 지난주 IPO 철회를 선언했고, 또 다른 독일 기업인 통행료 지불 서비스 제공 업체 DKV모빌리티도 상장 목표 시점을 내년으로 미뤘다. 이 회사는 애초 40억유로(약 5조7000억원) 규모의 기업가치를 목표로 이달 내 증시에 데뷔할 예정이었다.
이들 기업은 모두 불확실한 기업 환경을 IPO 철회 사유로 꼽았다. 피에르 데몬상 플라니스웨어 공동 창업자 겸 회장은 성명에서 “최근 시장 환경이 악화하면서 투자자들이 극도로 신중을 기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렌크 관계자도 상장 철회 발표 당시 “최근 며칠 새 시장 환경이 눈에 띄게 악화했다”고 말했다.
유럽 IPO 시장은 이미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5년 만에 최악으로 후퇴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고금리‧고물가 상황이 지속되면서 투자 심리가 추락한 영향에서다. 고강도 긴축 정책에도 물가 수준이 쉽사리 내려앉고 있지 않은 가운데 경기 침체까지 겹치면서 스태그플레이션 우려에 더욱 힘이 실리고 있는 분위기다. 유럽 최대 경제국인 독일의 생산이 급감하고 있고, 달러 대비 유로화 가치가 폭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IPO 시장 사정에 정통한 한 은행가는 “올해는 더 이상 없다”며 “남아 있던 IPO 일정들이 모두 밀릴 것”이라고 말했다. FT는 플라니스웨어와 렌크, DKV모빌리티의 IPO 추진 과정에 참여한 아드리안, 트리톤, CVC 등 사모펀드(PE) 회사들이 “투자자들로부터 자금 회수 압박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유럽 증시 자체가 경쟁력을 잃고 있다는 지적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에서 글로벌 주식시장 책임자로 일했던 크레이그 코벤은 “유럽의 IPO 투자자들은 유동성이 마른 상황에서 증시에 갇혀 있길 원하지 않는다”며 “유럽 증시는 10억~20억유로 규모의 IPO를 감당할 수 있을 만큼의 충분한 깊이가 없다”고 말했다.
獨버켄스탁, 뉴욕 상장 첫날 13% 폭락
유럽의 자본 조달 시장이 ‘빈사’ 상태에 놓임에 따라 기업들은 미국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가장 최근의 사례가 250년 역사를 자랑하는 독일의 샌들 제조업체 버켄스탁이다. 이 회사는 이날부터 뉴욕증시에서 거래되기 시작했다. 올해 미국에서 상장한 기업 중 세 번째로 큰 규모다.
그러나 이날 버켄스탁 주가는 공모가(46달러)보다 약 13% 낮은 주당 40.2달러에 마감하며 저조한 성적을 냈다. 이 회사는 지난 6월 30일까지 누적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1% 증가한 11억2000만유로를 기록했지만, 같은 기간 순이익은 20% 쪼그라든 1억330만유로였다.
앞서 상장한 영국의 반도체 설계 업체 ARM, 미국의 식료품 배송업체 인스타카트, 마케팅 자동화 플랫폼 클라비요 등의 주가도 줄줄이 약세다. FT는 “2020~2021년 호황기에 비하면 투자자들은 여전히 조심스러워하고 있다”면서 “IPO 시장이 정상화되려면 빨라도 내년 초는 돼야 할 것이라는 게 시장의 대체적인 관측”이라고 전했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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