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가계대출 5兆 증가, 잔액 기준 역대 최대…기업 대출도 큰 폭 증가

세종=이신혜 기자 2023. 10. 12.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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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가계대출 6개월 연속 증가
주담대 규제·계절적 요인 등으로 대출 증가 폭은 축소
추석연휴·은행의 적극 기업 대출 영업으로 기업 대출↑

지난달 가계가 은행에서 빌린 돈이 5조원가량 증가하며 잔액 기준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고금리 상황 속에도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특례보금자리론 등의 수요가 반영되며 지난 4월부터 은행 가계대출은 6개월 연속 증가했다.

정부는 가계부채 증가를 잡기 위해 지난달 27일부로 ‘일반형 특례보금자리론(소득과 관계없이 9억원 이하 주택에 대해 최대 5억원까지 대출이 가능한 정책 모기지 상품)’ 공급을 중단하고, 지난달 13일부터는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규제를 강화했다.

하지만 계절적 요인이 반영돼 대출 증가 폭이 줄어들었던 9월과 달리, 해당 요인이 사라진 10월에는 대출 증가 폭이 다시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금융위원회가 지난달 13일 열린 '가계부채 현황 점검 회의'에서 특례보금자리론 지원 자격을 강화하기로 결정했다.정부는 지난달 27일 일반형 특례보금자리론 상품의 지원 접수를 중단했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은행에 특례보금자리론 관련 현수막. /연합뉴스

한국은행이 12일 발표한 ‘2023년 9월 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말 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전월 대비 4조9000억원 증가한 1079조8000억원을 기록했다.

증가 폭은 감소했다. 8월 기준 가계대출은 전월 대비 6조9000억원 늘어나며 가계대출 증가 폭이 너무 큰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 바 있다. 당시 증가 폭은 2021년 9월(6조4000억원) 이후 1년 10개월 만에 가장 컸었다.

한국은행은 9월 가계대출 증가 폭이 줄어든 것에 대해 정부의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규제 및 연휴 등으로 인한 영업일 감소, 금융권 대출 취급 조건 강화가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특히 주택담보대출의 증가 폭이 감소한 영향이 컸다. 9월 기준 은행 가계대출 증가액은 6조1000억원으로, 직전월 증가액(7조원)에 비해 9000억원가량 줄었다.

전국 아파트 분양 물량이 지난 6월부터 3개월 연속 증가하다 9월에는 전월 대비 1만호가량 축소한 1만2000호를 기록한 것도 반영됐다. 아파트 분양 물량은 올해 6월 1만3000호, 7월 1만8000호, 8월 2만2000호 등으로 서서히 증가했다.

윤옥자 한국은행 금융시장국 시장총괄팀 차장은 “주택담보대출 축소 요인은 은행 영업일 감소, 금융권 대출 취급 조건 강화의 영향이 있었다”며 “50년 만기 주담대 제한과 일반형 특례보금자리론 중단 조치도 일부 (가계대출 감소에)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정부의 이같은 조치가 가계대출 증가 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면서 “시차를 두고 작용할 거라 10월까지 영향이 어느 정도 미칠지는 두고 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지난달 기타대출은 -1억3000만원을 기록해 직전월(-1000억원) 대비 감소 폭이 확대됐다. 명절 상여금 유입, 부실채권 매·상각 등 계절적 요인의 영향이 반영됐다.

최근 한국은행 금통위는 고금리 와중에도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가계부채에 대한 고민을 드러낸 바 있다.

한 금통위원은 “우리나라는 고금리에도 불구하고 가계·기업의 디레버리징(부채 축소)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며 “그동안 지속해 온 고금리 정책의 효과를 점검하면서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비하고 경제의 체질 개선에 노력해야 할 시기”라고 말했다.

다른 금통위원은 “성장과 물가가 완만하나마 점차 균형 수준으로 접근해 갈 것으로 예상되나 금융안정 측면에서는 민간부채 증가세 지속, 수도권 주택가격의 상승세 확대 등으로 실물과 금융 간 불균형이 다시 확대되고 있다”며 “특히 가계부채는 정책금융 지원 등 공급요인과 주택가격 상승 기대에 따른 수요 요인이 중첩되면서 높은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어, 보다 적극적인 정책 대응이 시급하다”고 언급했다.

서울 시내 한 시중은행 대출상담 창구 모습. /연합뉴스

9월 기준 은행 기업대출은 큰 폭으로 증가했다. 기업대출 규모는 지난달 8조2000억원에서 지난달 11조3000억원으로 9조4000억원가량 증가했다.

대기업 대출은 기업의 자금수요가 이어지면서 제조업 중심의 대출 규모가 직전월(2조9000억원)보다 2조원가량 늘어난 4조9000억원을 기록했다. 중소기업 대출은 은행의 대출 확대 노력, 기업 추석자금 수요, 월말 휴일에 따른 대출 상환 이연 등으로 인해 직전월(5조2000억원) 대비 1조원가량 늘어난 6조4000억원을 기록했다.

대기업 대출 증가 폭은 올해 1월 이후, 중소기업 대출 증가 폭은 지난해 7월 이후 최대 증가 폭이다.

윤 차장은 “모니터링하니 10월 연휴 끝나고 첫 영업일에 자금이 많이 상환됐다”며 “중소기업 대출 같은 경우 자금 수요도 발생하고 있고, 일부 은행이 기업 대출 영업을 적극적으로 하면서 대출 증가세는 지속될 것 같다”고 전망했다.

회사채는 순상환을 지속했다. 지난 8월 1조1000억원 줄어든 데 이어 9월에는 8000억원이 줄어들었다. 공기업을 중심으로 기업어음(CP)·단기사채 등을 순발행하고, 기업들이 은행 대출 등 대체 자금조달 수단을 활용하면서 회사채 순상환을 이어가는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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