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횡령 왜 일어나나 봤더니” 은행, 명령휴가·직무분리 대상 누락 등 ‘구멍’ 있었다

2023. 10. 12.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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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자체점검 결과, ‘미흡’ 사례 드러나
PF대출 사고징후는 없어…사후검증 진행중
금감원, 내부통제 혁신방안 감독 강화키로
경영실태평가 제도 등 감독제도 개편 추진
[게티이미지뱅크]

[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 대규모 횡령 사고가 잇따랐던 은행권이 자체적으로 내부통제 전반을 점검한 결과, 금융사고 예방을 위한 명령휴가 및 직무분리 대상 직원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는 등 ‘구멍’이 발견됐다.

이에 금융감독원은 은행들로부터 미흡사항에 대한 개선계획을 제출받고, 향후 강도 높은 감독활동을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경영실태평가 제도 등 감독제도 개편도 추진할 계획이다.

‘대규모 횡령 사태’ 겪은 은행권, 금융사고 예방시스템에 미흡사례 드러나

12일 금감원에 따르면, 은행권은 8월 은행장 간담회시 금감원이 요청한 대로 최근 한 달간 사고예방 대책 및 내부통제 전반에 관해 자체점검을 실시했다. 자체점검은 ▷내부통제 혁신방안 이행상황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금관리에서의 사고징후 여부 ▷사고예방을 위한 내부통제 전반의 적정성 등 3가지 테마를 중심으로 이뤄졌다.

그 결과, 금감원이 지난해 11월 발표한 은행권 내부통제 혁신방안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미흡사례들이 확인됐다.

A은행은 명령휴가 시스템상 대상자 등록이 누락되거나, 강제명령휴가 대상을 대체수단 휴가로 잘못 등록한 사례가 있었다. B은행은 직무분리 관리시스템에 분리대상 세부직무와 담당직원을 등록해야 하나, 인력 변동현황에 대한 업데이트가 미비한 상황이었다. 사측이 불시에 휴가를 가게 하는 명령휴가와 대규모 거래에 복수의 인력, 부서가 참여토록 하는 직무분리는 모두 횡령 방지를 위한 핵심 방안이다.

C은행의 경우, ‘장기근무 불가피성 및 사고위험 통제 가능성’ 심사 등 내규상 장기근무 승인체계를 마련했으나 관련 전산시스템 구축이 늦어지면서 승인절차 시행이 지연됐다. D은행은 내부고발제도 활성화를 위해 내부고발 유형별로 보상방안을 마련해야 하지만 이를 구체적으로 준비하지 못했다.

금감원은 지난달 25일부터 이달 13일까지 19개 은행과 개별 면담을 실시해, 각 은행별로 미흡한 부분을 신속히 보완할 수 있도록 지도했다.

아울러 혁신방안이 조기에 안착되도록 장기근무직원 관리비율 축소, 준법감시인력 확대, 전산시스템 통제 강화 등 일부 과제의 이행시기를 앞당길 예정이다. 기업금융, 외환·파생 등 전문성이 요구돼 순환근무 적용이 배제되는 직원에 대해서는 별도의 사고예방 통제장치를 마련토록 할 계획이다.

금감원, 부동산PF 사업장 재점검 중…고강도 감독 지속 방침

부동산 PF대출을 취급하는 14개 은행들은 3000억원에 이르는 경남은행 PF대출 횡령 사고와 같은 유사 사례 발생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해 부동산 PF 전 사업장을 대상으로 자체점검을 실시했다.

이번 점검에서 부동산 PF 자금거래 상의 사고징후 등 특이사항이 발견된 은행은 없었지만, 금감원이 점검 결과에 대한 사후 검증을 진행하고 있어 최종 결과를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금감원은 특히 장기 근무자 관리 사업장 등 내부통제가 취약할 우려가 있는 일부 사업장을 선정, 직접 재점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은행들은 내부통제 혁신방안 이행현황 외에도 사고예방을 위한 내부통제 전반에 대해 자체점검을 실시했다. KPI 운영 및 사고보고체계 적정성, 금융사고 유사사례 등 금감원 요청사항 외에도 횡령사고 개연성이 높은 계좌 점검, 고위험업무 테마점검 등 다양한 항목에 대한 점검 결과와 개선계획을 금감원에 제출했다. 금감원은 이 가운데 실효성이 큰 모범사례는 다른 은행에도 추가 점검하도록 요청할 예정이다.

금감원은 “최근 은행 임직원의 횡령사고가 지속되는 것은 일부 임직원의 준법의식 취약도 원인이지만 근본적으로는 금융사고 예방을 위한 은행 내부통제가 실효성 있게 작동하지 못한 데 주로 기인한다”며 이번 은행권 자체점검이 내부통제를 선제적으로 개선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금감원은 사고예방을 위한 내부통제가 보다 실효성 있게 작동될 때까지 강도 높은 감독 활동을 지속해 나갈 방침이다. 매분기마다 내부통제 혁신방안 이행현황을 점검하고, 최근 경남은행, 대구은행의 사고 원인을 면밀히 분석해 혁신방안을 보완할 계획이다.

아울러 보다 체계적인 감독을 위해 내부통제 관련 경영실태평가(CAMEL-R) 제도 개편을 추진, 이르면 내년 중 시행할 예정이다. 현재 경영관리(M) 하위항목인 내부통제 부문을 별도 항목으로 분리하고 평가비중을 5.3%에서 10%로 확대한다. 또 내부통제 혁신방안, 사고예방 장치의 적정성 평가 항목 등을 금감원 검사매뉴얼에 대폭 반영한다.

sp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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