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좌석 무료 공연 34년... 가장 오래된 메세나 음악회 '이건음악회'

유주현 2023. 10. 12.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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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명문악단 베를린 슈타츠카펠레 현악 4중주단이 내한 공연을 펼친다. 올해 34회를 맞는 이건음악회다. 프리미엄 종합 건축자재 전문기업 이건(대표 박승준, 안기명)이 주최하는 음악회로, 이건그룹 창업 초기인 1990년부터 본사가 있는 인천의 문화 소외지역에서 시작해 34년 동안 무료로 개최해 왔다. 기업이 주최하는 가장 오래된 메세나 음악회로 유명하다.

제 34회 이건음악회 포스터 [사진 이건음악회]
작고한 박영주 선대 회장이 젊은 시절 절실히 느낀 음악의 울림과 감동을 함께 나누고자 시작한 음악회로, 기업을 드러내지 않는 순수성과 코로나 기간에도 멈추지 않았던 지속성, 대행사 없이 직원들이 재능기부로 직접 운영한다는 진정성까지 3원칙을 34년간 변함없이 고수하고 있는 독특한 이벤트다.

올해 연주를 맡은 베를린 슈타츠카펠레 현악 4중주단은 마에스트로 다니엘 바렌보임이 이끌어온 450년 전통의 독일 명문악단 베를린 슈타츠카펠레 오케스트라에서 현악기 파트를 담당하는 수석 연주자들로 구성된 앙상블이다. 오케스트라가 수세기 동안 이어온 현악 선율에 현대적인 음향을 접목한 독창적인 연주로 명성이 높다. 바이올린의 볼프람 브란들과 리판 주, 비올라의 유스트 카이저, 첼로의 클라우디우스 포프로 구성됐다. 협연자로 첼리스트 강민지와 박노을도 함께 한다.

이번 내한 공연은 드뷔시가 남긴 유일한 현악 4중주인 G단조 Op,10, 현악4중주 F단조 Op.20 No.5, 슈베르트가 마지막으로 작곡한 실내악곡인 현악5중주 C장조 D596 등, 현악기만의 매력 넘치는 서정성과 울림을 지닌 곡들로 프로그램을 짰다.

특히 피날레는 매년 아리랑 세계화를 목적으로 전도유망한 국내 음악가들을 대상으로 하는 ‘이건음악회 아리랑 편곡 공모전’에서 올해 최우수 작품으로 선정된 김다연의 ‘윤정옥 아리랑’이 초연될 예정이라 주목된다. 우리의 정서가 담긴 곡을 해외 유명 연주자들과 교감하며 재해석할 수 있다는 점에서 퍽 의미있는 기획이다.

콰르텟의 리더인 제1바이올린 연주자 볼프람 브란들은 “젊은 청중과 많은 소통을 할수 있을 것 같아 기대된다”면서 “아리랑을 검색해보니 한국에서 굉장히 의미있는 민요라는 것을 알게 됐는데 우리가 해석해서 연주하게 되어 영광스럽다”고 말했다. 제2바이올린 리판 주는 “중국인인 나는 어려서부터 많이 들어와 아리랑 멜로디가 익숙한데 편곡이 흥미로워 많이 기대된다”고 했고, 비올라의 유스트 카이저는 “아리랑 같은 새로운 음악을 배울 기회로 생각한다”고 했다. 첼로의 클라우디우스 포프는 “작년에 오케스트라로 내한한데 이어 같은 공연장에서 연주하게 됐다”면서 “아리랑에 대해서는 책임감이 생겼다. 매년 개최되는 공모전에서 35명의 응모자 중에 선발된 곡을 우리가 수천명의 한국인 앞에서 연주하게 된 것에 대해 사명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12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윤정옥 아리랑'을 시연하는 베를린 슈타츠카펠레 현악 4중주단. 유주현 기자

투어는 13일 서울 롯데콘서트홀 공연을 시작으로 15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17일 광주 예술의전당 대극장, 19일 대구 콘서트하우스 그랜드홀, 21일 금정문화회관 금빛누리홀, 22일 인천 아트센터인천 콘서트홀 등에서 총 6회에 걸쳐 전 좌석 무료 공연으로 진행된다.

유주현 기자 yj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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