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 유통의 혁신… 온라인 도매시장 출범[기고]

2023. 10. 12.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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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는 1985년 개장한 서울 가락시장을 포함해 총 32개 농산물 공영도매시장이 있다.

이 때문에 인구가 감소하는 지방 도매시장의 유통인에게 온라인도매시장은 농산물 분산의 한계로 수집까지 위축되는 현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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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고 - 김성훈 충남대 농업경제학과 교수

우리나라에는 1985년 개장한 서울 가락시장을 포함해 총 32개 농산물 공영도매시장이 있다. 이들 시장은 산지에서 수집된 농산물을 집하해 가격을 형성한 다음, 다시 분산하는 도매유통을 담당하고 있다. 우리나라 농산물 유통은 도매시장 이전과 이후로 나눌 만큼 도매시장의 역할이 매우 중요한데, 전국적으로 유통되는 채소와 과일의 50% 이상이 도매시장을 통해 움직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매시장의 여건은 그리 녹록지 않은 게 현실이다. 산지 생산자의 조직화·규모화와 대형 소매업체의 유통 확대, 인터넷 직거래 활성화 등은 농산물을 굳이 도매시장을 통하지 않고 유통하는 방법을 늘렸는데, 특히 코로나19를 기점으로 온라인을 통한 비대면 거래가 일상화돼 도매시장의 유통 비중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실제로 최근 10년 동안의 도매시장 거래물량 변화를 분석한 결과, 32개 농산물 공영도매시장 중 거래물량이 증가한 시장은 13개 시장에 불과하고 나머지 시장은 거래가 갈수록 위축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농림축산식품부는 오는 11월 농산물 온라인도매시장 개장을 위한 준비에 한창이다. 초기에는 온라인 거래에 적합하고 비대면 대량 거래의 이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품목 중심으로 시작하되 점점 가짓수와 물량을 늘려 2027년까지 농산물 도매거래 금액의 20%를 온라인도매시장이 담당하도록 하는 계획이다. 얼핏 보면 기존 도매시장과 유사한 또 하나의 시장이 만들어지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으나, 온라인 거래와 오프라인 거래의 차이점을 아는 사람들에게는 대학교 농산물 유통 교과서의 한 부분을 다시 써야 할 정도로 혁신적인 시도로 평가된다.

우선,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없는 온라인도매시장의 거래는 이론상 전국의 모든 도매시장법인 등의 판매자와 중도매인 등의 구매자가 모여 24시간 무한경쟁이 가능해 농산물 유통의 효율성을 크게 끌어올릴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기존 도매시장은 그 지역에서 수집된 농산물을 소수의 중도매인이 모여서 거래하는 제한적 경쟁으로 유통 효율성 개선 및 거래량 증가에 한계가 있다. 이 때문에 인구가 감소하는 지방 도매시장의 유통인에게 온라인도매시장은 농산물 분산의 한계로 수집까지 위축되는 현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두 번째로 그 지역에 없는 농산물을 다른 도매시장에서 이중의 수수료를 물면서 가져오는 전송거래 문제를 해결해 유통비용 절감에 크게 기여하게 된다. 온라인도매시장에서는 내가 소속된 도매시장의 도매시장법인이 수집한 농산물은 물론, 전국의 도매시장법인 등이 상장하는 농산물을 모두 구매할 수 있어 도매시장 간 칸막이가 사라지게 된다. 무엇보다도 온라인도매시장은 그동안 여러 이유로 뒤처졌던 농산물의 상류와 물류 혁신을 크게 앞당길 전망이다. 이미 농산물 도매시장 바깥에선 일상화된 비대면·견본거래가 온라인도매시장에서 가능하기에 자체적인 유통 효율화를 달성할 뿐만 아니라, 오프라인 도매시장과 산지 출하자에게도 농산물의 표준화 및 등급화, 대량 유통을 위한 물류 시스템 개선을 촉진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온라인 농산물도매시장의 개장은 그동안 아무도 가보지 않았던 새로운 길이다. 앞으로 크고 작은 문제들이 운영 과정에서 발생할 수도 있다. 하지만 민관이 함께 농산물 유통 혁신을 앞당긴다는 인식을 갖고, 제도가 조기에 안착할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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