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근의 AG 야구 후기 “젊은 대표팀에서 금메달보다 값진 ‘공동체 의식’ 봤다”
리얼리티 야구 예능 ‘최강야구’ 몬스터즈의 김성근 감독이 항저우 아시안게임 야구대표팀의 여정을 지켜보며 큰 인상을 받은 장면 중 하나는 금메달이 결정된 지난 7일 대만과 결승전 9회였다. 김 감독은 대표팀 마무리 고우석이 9회 1사 1·2루에서 변화구 3개를 연달아 던져 2루수 땅볼 병살타로 경기를 마무리 지은 과정에 주목했다.
2-0이던 9회말이었다. 스트라이크존을 통과한 듯한 공이 연달아 볼 판정을 받으며 어려운 싸움이 이어진 끝에 1사 뒤 주자 2명을 내보냈다. ‘한방’이면 역전패도 할 수 있는 상황. 고우석은 후속타자 우넨팅을 상대로 변화구 3개를 연달아 던진 끝에 내야 땅볼을 유도했다.
김성근 감독은 “사인 주고받는 템포가 무지 빨랐다. 고우석이 포수 사인대로 던졌다. 어마어마하게 큰 승부였는데 그렇게 사인을 낸 어린 포수 김형준도, 그걸 믿고 따른 투수 고우석도 대단했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만 25세 이하 젊은 선수들이 대부분이던 이번 대표팀 선수들이 조별리그 대만전 실패 이후 스스로 자책하면서 완전한 ‘원팀’이 돼가는 과정을 장면 하나하나를 들어 지목했다. 결승전 세이브 장면을 두고도 “고우석이 울었다. 1·2루가 되는 순간, 동료들을 생각하며 얼마나 자책했을까 싶다. ‘포수가 날 살렸다’는 뜻의 말로 고마움을 표현하더라. 후배한테 그 마음도 전했는데, 한국야구는 이번 대회에서 우승보다 값진 것을 얻었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이번 대회에서 내겐 ‘공동체 의식’이라는 게 확실하게 보였다. 젊은 선수들이 내가 잘못하면 다른 사람한테 피해가 간다는 의식을 갖고 움직였다. 한국 야구뿐 아니라 지금 한국 사회에도 필요한 메시지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지난 11일 전화 통화 도중 희망적인 목소리로 아시안게임 야구를 복기했다. 고우석에 이어 조명한 선수는 결승전 선발 문동주였다. 김 감독은 조별리그 대만전에서의 문동주와 결승 대만전에서의 문동주에게 나타난 변화를 들여다봤다.
문동주는 첫 대만전에서 4이닝 2실점을 했고, 결승 대만전에서는 6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김 감독은 “문동주는 첫 등판에서 원바운드 공(폭투)으로 실점했다. 이후로 자책감을 크게 느끼고 볼 하나도 더욱 신중하게 던지려는 게 보였다”며 두 차례 대만전 등판 사이의 슬라이드 스텝(퀵모션) 변화를 조명했다.
김 감독은 “첫 경기 때 주자 출루 이후에 흔들리는 게 보였다. 가만히 보니 퀵모션을 할 때 발을 짧게 들어 서둘러 던지려다 보니 계속 원바운드 공이 나왔다. 그런데 결승전에선 달랐다. 퀵모션을 하면서도 중심을 잡아놓고 자기 공을 던졌다. 여유가 생겼다”고 말했다.
대표팀 젊은 선수들이 대회 초반 고전하면서도 서로에 대한 책임감으로 대비한 과정은 김성근 감독을 통해 두루 포착됐다. 김 감독은 그중 하나로 문동주와 포수 김형준의 호흡 변화를 들여다봤다. “첫 대만전 때 보니 포수가 미트를 내는 게 늦었다. 그러다 보니 투수는 포수가 미트를 갖다 대기도 전에 볼을 던졌다. 표적이 없어지니 원바운드 공이 많을 수밖에 없었는데, 결승전에선 달랐다”며 짧은 대회 기간 둘 사이에서도 여러 대비와 노력이 있었던 것을 짐작했다.
김 감독은 1999년생으로 이번 대회 주전 마스크를 쓴 김형준이 대회 기간 점점 진화하는 장면을 끄집어내면서는 “젊은 포수 하나도 찾아냈다. ‘가난한 집에서 효자 나온다’는 옛말이 있는데 한국야구에서도 모자람 속에 포수 하나가 나왔다”고 의미 부여를 했다.
김 감독은 이번 대회를 총평하며 “예컨대 전쟁터에서는 함께 살아야 한다. 누가 옆에서 쓰러지면 끌어안고라도 가야 한다. 그게 이번 아시안게임 야구 대표팀의 모습이었다. 근래 못 보던 모습을 이번 대표팀에서 나는 봤다. 젊은 선수들의 패기와 의식이 살아나온 대회가 아니었나 싶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또 “결승전은 2-0이었지만 10-0, 20-0 승리 이상으로 가치 있었다. 앞으로 우리 지도자들이, 또 교육자들이 이어가 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안승호 기자 siwo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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