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뜀틀 넘다 다쳤다며 거액 요구도”···교사 80% “학생 안전사고 불안감 시달려”
“교실 이동 중 친구와 실랑이를 하다 넘어져 치아가 깨진 아이가 있었어요. 상대방 아이 부모가 일상생활배상책임으로 보상해주실 의사를 밝혔고 학교안전공제회에도 접수했으나 다친 아이의 학부모는 터무니없는 금액을 제시했습니다. 저에게는 안전공제회에서 위자료를 받아달라는 요구를 해 안전공제회에서는 실비만 보상된다는 점을 알리기도 했습니다. 이 학부모는 상대방 아이 보험사와의 협상이 진전되지 않자 저에게 전화해 ‘가해자 편만 든다’라고 항의하며 상대방 부모와 저를 함께 고소하겠다고 협박했습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지난달 22일부터 이달 4일까지 교육활동 중 발생한 학생안전사고 및 물품 분실, 파손 등으로 인한 교사 피해 사례를 조사한 결과를 12일 공개했다. 응답자 987명 중 373명(37.8%)이 학생 안전사고로 인한 민원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동료가 민원을 받는 것을 본 적이 있다는 응답도 449건(45.5%)에 달했다. 응답자 중 80.4%는 학교 안전사고 발생에 대한 불안감을 크게 느끼고 있었으며 82.1%는 안전사고에 대한 불안이 교육활동을 매우 위축시키고 있다고 여겼다.
전교조는 학교에서 안전사고가 벌어지면 학교안전공제회에서 치료비와 위로금을 지급하지만 주의감독 소홀을 이유로 교사에게 민·형사 소송을 걸거나 개인적으로 보상금을 요구하는 학부모가 많다고 전했다. 실제로 2021년 극단적 선택을 한 경기 의정부시 교사는 학교에서 다친 자녀의 치료비를 지급하라는 학부모의 요구에 8개월에 걸쳐 400만원을 송금한 사실이 교육청 감사에서 확인됐다.
전교조 설문조사에서도 비슷한 증언이 쏟아졌다. 한 교사는 “체육시간에 뜀틀을 넘다 다쳤다며 담임교사에게 거액을 요구해 학교 선생님 전체가 돈을 걷어 준 일도 있었다”고 말했다. 안전사고 우려로 실험 등의 활동이 위축되기도 했다. 또 다른 교사는 “동료 교사가 과학 시간에 알코올램프 실험을 진행하다가 알코올이 엎어져 학생이 화상을 입은 일이 있었는데 학부모가 보상금을 요구해 동료들이 십시일반으로 돈을 모아줬다”며 “민원을 받지 않으려고 양심에 찔리지만 조금이라도 위험한 실험은 동영상으로 대체하고 있다”고 말했다.
학교에서 학생 물품이 분실·파손됐다며 교사에게 배상을 요구했다는 사례도 있었다. 한 교사는 “현장학습 버스에 점퍼를 놓고 내렸다며 여러 차례 전화해 배상하라고 한 학부모도 있었다”고 썼다. 또 다른 교사는 “학생이 친구에게 공을 던져 안경이 깨지자 담임교사를 괴롭혀 담임교사가 안경값을 내준 사례도 봤다”고 말했다.
전교조는 운전자가 보험에 가입되어 있으면 단순 교통사고로는 기소하지 않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처럼 교육활동 중 일어나는 안전사고에도 특례를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교조는 “학교에서도 교육활동 중 안전사고는 학교안전공제회와 교원책임배상보험이 민사적 보상을 해주므로 교사에게 형사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특례조항을 신설해야 한다”며 “민사소송의 경우에도 소송을 기관이 대리하고 교원책임배상보험에 의해 배상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지원 기자 somni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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