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서 다쳤다고, 아이 배아프다고' 교사에 돈 달라는 학부모들

김수현 2023. 10. 12. 11:35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같은 반 학생들은 해당 학생이 전날 과학 전담 교사와의 과학 시간에 자석에 대해 배우던 중 자석을 삼켰다고 알려줬다.

2016년 의정부 초등학교에서 6학년 담임을 맡았던 한 교사는 학생이 수업 시간 도중 페트병을 자르다가 손등을 다친 일로 학부모로부터 반복적인 민원을 받고, 해당 학생 졸업 후에도 사비로 400만원을 치료비로 제공하는 등 시달리다가 2년 전 극단 선택을 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졸업해도 통원 교통비 요구하고, 교사가 비급여 치료비 부담하기도"
전교조, 조사 결과 발표…교사 38% "학생 안전사고로 민원 당했다"
의정부 '페트병 사건', 용인 '체육시간 공 맞은 사건'으로 교사들 극단 선택
고 김은지·이영승 교사 "순직인정, 명예회복" 경기교사노동조합 관계자들이 지난 9월 4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2청사 인사혁신처 앞에서 호원초 고 김은지·이영승 선생님의 명예회복을 위한 순직인정 전국 교사 탄원서 제출에 앞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세종=연합뉴스) 김수현 기자 = #1. A 교사 반 학생은 어느 날 갑자기 학교에서 복통을 호소했다. 같은 반 학생들은 해당 학생이 전날 과학 전담 교사와의 과학 시간에 자석에 대해 배우던 중 자석을 삼켰다고 알려줬다.

A 교사는 즉시 학부모에게 해당 사실을 알렸고, 학생은 응급 수술을 받았다. 치료비 일부는 학교안전공제회에서 배상 처리됐다.

그러나 학생의 학부모는 A 교사와 과학 전담 교사가 책임을 져야 한다며 따로 치료비를 요구했다. 결국 A 교사와 과학 전담 교사가 합의금을 주고 재발 방지 각서를 쓴 후에야 학부모 민원이 잦아들었다.

#2. B 교사가 담당하던 배드민턴 동아리에서 초등학교 6학년 학생이 셔틀콕에 눈을 맞은 일이 발생했다. 해당 학생의 학부모는 일가친척까지 대동해 사고에 대한 책임을 B 교사에게 추궁하고 학교 측에 계속해서 민원을 제기했다.

B 교사는 학부모를 달래기 위해 직접 집에 찾아가 무릎 꿇고 사과까지 했다.

학생의 치료비는 공제회에서 지급됐지만, 학부모는 초등학교 졸업 후에도 병원 통원에 필요한 교통비를 요구했다. 결국 교장이 직접 학부모에게 교통비를 지급하고서야 사안이 마무리됐다.

#3. C 교사는 몇 년 전 신규 발령받은 지 1주일도 채 되지 않았던 때 반 학생이 계단에서 빨리 가려고 뛰다가 넘어져 이마가 찢어지는 사고가 났다. 학생은 응급실에서 치료받고 공제회 보상도 받았다.

그러나 학부모는 비급여 항목에 대해 배상을 끈질기게 요구했다. 결국 원장, 원감, C 교사가 3분의 1씩 합의금을 부담했다.

#4. D 교사 반에서는 학생 한 명이 감기에 걸려 결국 심한 천식으로 발전한 일이 있었다. 해당 학생 학부모는 교사가 주의 의무를 다하지 않아 자기 자녀가 고생한다며 변호사를 소환하겠다고 지속해서 협박했다.

발언하는 전희영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위원장 지난달 5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전교조에서 열린 '2023 교사 직무 관련 마음(정신) 건강 실태조사 결과 발표'에서 전희영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학교에서 벌어진 안전사고를 빌미로 악성 민원을 넣고 배상금을 요구한 학부모에 시달리던 교사들이 극단적 선택을 한 가운데, 많은 비슷한 사례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12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달 22일부터 이달 4일까지 진행한 '교육활동 중 발생한 학생 안전사고 및 물품 분실, 파손 등으로 인한 교사 피해 사례'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1천여명에 달하는 교사 중 80.4%는 학생 안전사고 발생에 대해 '매우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고 답했다.

'약간 불안하다'고 응답한 교사도 18.1%에 달해 대부분인 98.5%가 학생 안전사고에 대해 불안감을 느끼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러한 불안감이 교육활동을 '매우 위축시키고 있다'고 답한 교사도 82.1%, '다소 위축시키고 있다'는 교사는 17.3%에 달했다.

학생 안전사고로 인해 직접 민원을 경험한 적 있다는 교사는 37.8%였다. 동료 교사가 민원 받은 적 있다는 교사는 45.5%에 달했다.

직접 소송당한 경험이 있다는 교사는 0.5%, 동료가 소송당한 적이 있다는 교사는 13%로 집계됐다.

전교조는 "교사 본연의 역할이 수업과 생활교육임에도 지금까지 교사들은 학교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예측 불가능한 사건·사고에 대한 책임을 홀로 감당해왔다"며 "도대체 교사는 교육활동을 위해 어디까지 책임져야 하며, 언제까지 교사에게 무한책임을 강요할 것이냐"며 반문했다.

이어 "소송과 배상, 악성 민원으로부터 안전하고 가르칠 수 있는 권리가 보장될 수 있도록 교육 당국과 국회가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며 "안전한 교육활동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학생안전사고 대책을 수립하고 제도를 보완하라"고 촉구했다.

2016년 의정부 초등학교에서 6학년 담임을 맡았던 한 교사는 학생이 수업 시간 도중 페트병을 자르다가 손등을 다친 일로 학부모로부터 반복적인 민원을 받고, 해당 학생 졸업 후에도 사비로 400만원을 치료비로 제공하는 등 시달리다가 2년 전 극단 선택을 했다.

경기 용인의 60대 고등학교 교사도 지난 6월 체육 수업 도중 자리를 비운 사이 학생 한 명이 다른 학생이 찬 공에 맞아 눈 부위를 다친 사고로 피해학생 측으로부터 과실치상 혐의로 고소당한 뒤 극단 선택했다.

porque@yna.co.kr

▶제보는 카톡 okjebo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