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투자포럼] 마크 나심 “이·팔 전쟁 충격 단기적…탈석유 개혁에 투자 기회”
중동 지역 투자 전문가인 마크 나심(Marc Nassim) 아와드캐피털(Awad Capital) 파트너는 12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무력 분쟁이 단기적으로는 중동 경제에 충격을 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땐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지난 75년간 중동 지역이 다양한 분쟁과 전쟁 속에서도 경제 성장을 지속했다는 것이다. 사우디아라비아 등 주요 국가가 석유·가스 의존도를 줄이며 경제 구조를 다각화하는 과정에서 투자 기회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봤다.
나심 파트너는 이날 조선비즈가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개최한 ‘2023 글로벌경제·투자포럼’에서 기조 연설을 하며 ‘넥스트 차이나(Next China)’로 중동을 꼽았다. 올해로 8회째를 맞은 이번 포럼은 ‘넥스트 차이나(Next China) : 한국 투자자에게 필요한 디리스킹 전략을 찾아라’를 주제로 열렸다.
나심 파트너는 딜로이트 중동 금융자문서비스 고객과 시장 부문 책임자, AR 인베스트먼트 파트너스 파트너, 달 알 말(Dar Al Mal) 기업 개발 책임자 등을 거쳐 2015년 아와드캐피털에 파트너 겸 매니징 디렉터로 합류했다. 아와드캐피털은 2013년 설립된 인수·합병(M&A)과 자본 조달 자문사로,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 본사가 있다.
나심 파트너는 중동 지역이 분쟁 속에서도 가파른 경제 성장을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중동의 지역적 분쟁은 한반도 분단처럼 역사가 깊다. 중동은 오스만제국 시기를 지나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영국령과 프랑스령으로 나뉘어 지배받았다. 1940년대부터 독립이 이어졌지만, 전쟁과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정학적 특성 때문이다. 나심 파트너는 “중동은 유럽과 아시아, 아프리카의 길목에 위치해 지정학적으로 중요하다”며 “전 세계 원유의 40%가 수에즈운하와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다”고 했다. 풍부한 에너지 자원에 비해 수자원은 부족하다. 이스라엘과 시리아가 물이 풍부한 골란고원을 두고 갈등을 빚는 이유다.
그러나 나심 파트너는 중동 국가들이 석유·가스 의존도를 줄이고 새로운 경제 구조를 구축하려고 하는 현재 상황에 투자 기회가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현재 중동의 가장 중요한 경제적 과제는 다변화”라며, 주요 국가들이 석유·가스 의존도 줄이기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그는 “석유 가격이 치솟는 오일 붐(boom)이 있으면, 그다음엔 가격이 꺼지는 오일 쇼크(shock)가 나타나기 마련이라는 역사적 교훈을 알기 때문”이라고 했다.
탈(脫)석유·가스를 위한 대표 사례로는 UAE의 ‘We the UAE 2031′ 비전을 꼽았다. UAE가 현재 3500억디르함(약 130조원) 수준인 비석유 부문 수출 규모를 2031년까지 8000억디르함(약 300조원)으로 확대하는 것이 골자로 한다. UAE는 산업 부문의 국내총생산(GDP) 기여도를 2031년까지 기존 1330억디르함(약 48조원)에서 3000억디르함(약 100조원)으로 두 배 확대하고, 같은 기간 4000만명의 관광객을 유치해 관광 부문의 GDP 기여도를 4500억디르함(약 165조원)까지 끌어올리겠다는 청사진도 제시했다.
UAE뿐 아니라 사우디와 오만도 관광 산업을 촉진하며 석유·가스 의존도를 낮추고 있다. 사우디는 특히 인프라 투자와 함께 재생에너지 산업도 육성 중이다. 사우디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용량을 58.7기가와트(GW)까지 확대하는 목표를 세웠다. 한국을 기준으로 보면 2000만명이 하루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전력량이다. 사우디는 이 밖에도 킹 압둘라 금융지구로 대표되는 금융산업 등도 육성 중이다. 나심 파트너는 “헬스케어, 교육, 인공지능(AI) 등 중동 지역은 산업 구조를 다변화하기 위한 투자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며 “스타트업에 대한 벤처투자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중동 지역은 해외 투자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나심 파트너 설명에 따르면, UAE 아부다비투자청(ADIA)과 사우디 국부펀드(PIF) 등 중동 지역의 국영 투자청(국부 펀드)이 운용하는 자금이 4조달러(약 5300조원)에 달한다. 지난해 유럽과 미국 지역에 투자한 금액만도 500억달러(약 67조원)에 달한다.
나심 파트너는 중동 지역에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고 했다. 대표적인 게 중동 정부의 재정에서 석유·가스가 차지하는 비중이 여전히 크다는 점이다. 그는 “바레인을 제외하면 국제 유가가 배럴당 85달러 이상을 유지해야 재정 적자를 피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사우디처럼 부유한 나라조차 코로나19 사태 이후 (유가가 하락하면서) 재정 적자를 냈고, 2024년에도 적자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이스라엘을 제외하면 중동 지역의 연구·개발(R&D) 투자 규모가 적은 것도 아쉬운 부분으로 꼽힌다. GDP 대비 R&D 투자 비중을 보면, 사우디는 0.5%, 쿠웨이트는 0.2%에 그친다. 높은 실업률도 문제다. 아랍 전체 지역의 실업률은 10% 수준으로, 이 지역 전체 인구(4억5000만명) 중 4500만명이 일자리가 없다는 뜻이다. 그는 “실업률 문제도 화약고와 같아 언제든 불이 붙을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했다.
나심 파트너는 중동 지역에 불고 있는 사회문화적 변화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아이돌 그룹 ‘블랙핑크’가 사우디에서 펼친 콘서트가 대표적인 예다. 그는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블랙핑크 콘서트에 함께하고 즐겼다”며 “5년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던 일이 가능해졌을 정도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장기적 관점으로 보면, 지금 분쟁이 있다고 해서 중동에 대한 투자를 주저할 필요는 없을 것”이라며 “중동의 경제 허브는 (분쟁이 진행 중인) 이라크, 시리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가 아니라, 정치적 안정성이 확보된 사우디와 UAE 등 걸프 지역이라는 점도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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