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한인 종교단체 살인 용의자 측 “오히려 피해자”…모친도 체포

현씨 변호인 “일가족의 종교 극단주의 피해자”
경찰, 피의자 이씨 모친 체포…살인·감금 혐의
이씨는 보석 허가 안 돼…현씨 폭행한 정황도

[이데일리 이재은 기자]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30대 한국인 여성을 살해한 혐의로 붙잡힌 한인 종교단체 피의자 중 1명이 보석 석방을 허가받았다. 변호인은 자신의 의뢰인이 “오히려 피해자”라며 그가 해당 종교단체에서 벗어나고자 했다고 주장했다.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발생한 한인 종교단체 살인사건 용의자 7명 중 1명인 현모 씨가 11일(현지시간) 보석 석방 결정을 받았다. 현씨의 변호인인 에드워드 보일 변호사는 이날 공판에서 “현씨야말로 이씨 일가족에 의한 종교 극단주의의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사진=연합뉴스)

12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지난달 30대 한국인 여성의 시신을 유기한 등 혐의로 체포된 현모(26)씨는 11일(현지시간) 귀넷카운티 고등법원에서 열린 공판에서 10만달러(한화 약 1억3000만원) 보석금 납부 조건으로 석방이 허가됐다.

현씨의 변호인인 데이비드 보일 변호사는 “현씨야말로 이씨 일가족에 의한 종교 극단주의의 피해자”라고 말했다.

현씨는 지난달 12일 30대 한국인 여성 조모씨의 시신을 차량 트렁크에 싣고 애틀랜타 덜루스 한인타운의 찜질방 주차장에 내버려둔 혐의를 받는다. 당시 그는 차량을 주차한 뒤 가족에게 전화했고 현씨의 가족이 트렁크 속 시신을 발견하며 경찰에 신고했다.

이후 출동한 경찰은 로렌스빌에 있는 이모(26)씨의 자택을 수색했고 조씨가 살해된 현장을 발견했다. 현씨는 같은 달 14일 이씨 등 5명과 함께 살인, 감금, 증거인멸, 사체은닉 등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

보일 변호사에 따르면 이씨 일가족은 조씨가 지난 7월 미국에 들어온 뒤 자택 지하실에 감금하고 종교의식이라며 각종 고문을 했다. 현씨는 이씨에게 속아 같은 장소에 감금된 채 고문을 당했고 부상을 입었다. 그가 조씨의 시신을 챙겨 차량으로 탈출하지 않았다면 현씨 또한 숨졌을 것이라는 게 보일 변호사의 설명이다.

이씨의 3형제 중 한 명도 이날 귀넷 고등법원에 보석을 신청했지만 기각됐다. 현지 매체인 폭스5에 따르면 그의 변호인은 이씨에게 전과가 없고 대학생일 뿐이라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보석을 허가하지 않았다.

이씨의 공판에서는 이씨와 또 다른 피의자 이모(25)씨가 휴대전화로 나눈 메시지 내용이 공개되기도 했다. 경찰이 확보한 메시지에 따르면 이씨는 조씨가 자신을 공격하고 도망치려 했다며 그의 훈련이 끝났다고 언급했다. 또 이들은 현씨를 “4번”이라고 칭하며 그의 신체 일부에서 피가 날 정도로 때렸다고 말했다.

귀넷 카운티 경찰은 이날 이씨 3형제의 어머니인 이모(54)씨를 살인, 사체은닉, 감금, 증거인멸 혐의로 체포했다. 체포영장에 따르면 그는 ‘종교 훈련’ 명목으로 조씨를 감금한 채 물도 마시지 못하게 하고 치료를 받지 못하게 하는 등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조씨가 감금된 기간 여러 차례 폭력에 노출됐고 각종 ‘임무’를 강요당하다가 상처를 입었다고 설명했다.

이재은 (jaeeun@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