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지구 병원 '마비'…"전기도 끊겨" 신생아실 100명은 어쩌나

김종훈 기자 2023. 10. 12.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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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팔 전쟁] 연료 부족으로 전력생산 중단,
12일 전기 끊길 병원엔 부상자 등 넘쳐…
국제법 위반 지적에도 이스라엘 보복 대응
11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 내 병원에서 이스라엘 공습으로 부상을 입은 어린이들이 처치를 받고 있다./로이터=뉴스1

11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 내 유일한 발전시설이 연료 부족으로 전력 생산을 중단할 위기에 처하면서 현지 의료체계가 사실상 마비 상태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스라엘은 지난 7일 하마스 기습 공격에 대한 보복으로 가자 지구를 봉쇄한 뒤 연일 공격 중이다.

가자 지구 암흑 속으로…신생아 100명 목숨 달렸다
알자지라에 따르면 팔레스타인 에너지부 장관 타페르 멜헴은 지난 11일 현지 매체 보이스오브팔레스타인 인터뷰에서 가자 지구 내 유일한 전력발전소가 연료 부족으로 이날 오후부터 전력 생산을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팔레스타인 에너지부는 이날 공식 성명서에서 "전력생산 중단으로 인해 가자 지구는 완전한 암흑 속에 빠질 것이며 모든 생활 기본 서비스 공급은 중단된다"면서 이에 따라 가자 지구 내 230만 인구가 참상을 겪을 것이라고 했다.

이스라엘이 전력, 식량 공급을 차단하고 가자 지구를 완전 봉쇄하고 있는 데 대해서는 "무고한 민간인들도 연좌제로 처벌하고 있다"며 "현대사에서 가장 더러운 범죄로 기록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반인륜적 범죄를 멈춰달라"며 국제사회에 도움을 호소했다.

마이 알칼리아 팔레스타인 복지부 장관은 "12일이면 가자 지구 내 병원까지 모두 전력이 끊길 것"이라며 "병원은 재앙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했다.

가자 지구 내 병원은 이스라엘 공습으로 부상을 입은 환자들이 몰려 사실상 마비 상태라고 한다. 알자지라에 따르면 가장 최근 공습으로 가자 지구 내에서 51명이 사망하고 281명이 부상을 입었다. 11일 팔레스타인 측이 집계에 따르면 이스라엘 보복 공습으로 1100명이 숨지고 5339명이 부상을 입었다. 이런 상황에서 전력 공급이 중단될 경우 의료기구에 생명을 의지하고 있는 환자들이 위태로워질 수밖에 없다.

가자 지구 내 알시파 병원에서 근무 중인 의사 마르완 아부 시드는 "환자와 부상자들로 넘쳐난다"며 "응급실에서 매일 사망자들과 마주하고 있다"고 NBC뉴스에 밝혔다.

알와파 병원에서 근무 중인 의사 하산 칼라프는 알자지라에 "전력이 모자라 중요 의료기구들까지 멈춘 상황"이라며 "이 병원에만 신생아 100명, 신장투석환자 1100명이 입원 중"이라고 했다. 이어 "작고 약한 신생아들은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라며 이스라엘의 봉쇄 조치는 대량 학살이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11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의 가자 지구 공습으로 부상을 입은 어린이가 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로이터=뉴스1
"국제법 위반" 비판에도 이스라엘 "하마스가 영유아도 살해" 맞보복
알시파 병원 외과의 하산 아부 시타는 "끔찍한 부상을 입고 이송된 어린이들이 적지 않다"며 "공습 4일차인데 이미 병원이 꽉 찼고 자원과 인력 모두 바닥을 보이고 있다"고 했다. 현지 의료진들은 인력과 자원이 모자라 상당수 환자들이 기약없이 진료를 기다리고 있으며, 진료가 늦어지는 만큼 감염에 노출되고 영구적 장애를 입을 가능성도 높아진다고 입을 모았다.

사라 샤토 국경없는의사회 파리지부장은 "재앙적 상황"이라며 "공습이 끊이질 않아 가자 지구에서 활동하는 것 자체가 거의 불가능하다"고 했다. 현재 국경없는의사회 소속 의료진 300명이 가자 지구 내에서 구호 활동 중이라고 한다.

국제인권법 전문가인 스리니바스 부라 뉴델리 사우스아시아대학 교수는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라며 이스라엘 봉쇄 조치를 비난했다. 부라 교수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전쟁을 선언한 순간 전시에 관한 국제법을 따라야할 의무가 발생한다"며 "이스라엘 방식으로 민간인들까지 처벌하는 것은 불법"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유엔이 가자 지구에 식량과 연료를 공급할 수 있게 길을 열어달라고 이스라엘에 요청했으나 거절 당했다. 볼커 터크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이스라엘이 국제법을 무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조셉 보렐 유럽연합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도 이스라엘이 국제법을 어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11일 현지매체를 통한 연설에서 "하마스는 모두 죽은 목숨"이라며 하마스를 상대로 총력전을 벌일 것이라고 말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하마스 대원들이 이스라엘 영유아들까지 처형했다면서 "우리는 짐승과 마주했다"고 분노를 표했다. 이스라엘 집계에 따르면 이날까지 하마스 기습 공격으로 이스라엘 시민 1200명이 숨지고 2800명이 다친 것으로 확인됐다.

김종훈 기자 ninachum2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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