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하연의 여의도 돋보기] 알고 보면 더 재미있는 정무위 국감
<글쓴이주>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고 했나요. 어렵고 딱딱한 증시·시황 얘기는 잠시 접어두고 '그래서 왜?'하고 궁금했던 부분에 돋보기를 들이대고 하나씩 설명해드리겠습니다.
찬바람 불면 배당주를 사야한다고 하나요. 주식시장의 격언처럼 내려오는 말이죠. 여의도에서 찬바람 부는 시즌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행사가 하나 더 있습니다. 여의도는 동여의도와 서여의도로 나뉩니다.
흔히들 떠올리는, 증권사들이 즐비한 한국의 '월가'는 보통 동여의도입니다. 서여의도엔 뭐가 있을까요? 대한민국 국회가 있습니다. 뜬금없이 국회를? 할 수도 있지만 어제부터 금융권 국정감사가 시작됐거든요. 이 시즌은 늘 국회 정기국감이 열리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여의도인건 마찬가지이니 오늘은 서여의도 이야기를 잠시 해볼까 합니다.
올해 금융권 국감은 지난 11일 금융위원회를 시작으로 17일 금융감독원, 27일 금융위·금감원 대상 종합 국감이 예정돼 있습니다. 올해는 어떤 현안이 다뤄질까요.
우선 첫날인 11일에는 김덕환 현대카드 대표이사가 애플페이 도입에 따른 소비자 비용 부담과 이용 불편 문제와 관련해 증인으로 소환됐습니다. 정무위 소속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김 대표에게 "애플페이의 도입으로 현대카드 수익구조가 나빠졌다"고 지적하자 "소비자 신뢰와 편익에 반하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라면서도 끝내 애플페이 수수료는 밝히지 않았고요.
금융위 수장인 김주현 위원장은 가계부채 급증과 관련해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등 정책의 실효성에 대해 질타를 받기도 했습니다.
증권가에선 홍원식 하이투자증권 대표가 금융위 국감장에 출석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과정에 대출을 해주는 조건으로 다른 상품에 대한 가입을 강요하는 행위인 '꺾기' 관행에 대한 질의를 받았습니다. 홍 대표는 "어떤 기준을 적용하더라도 꺾기의 사례는 없다"며 "지금 1금융권에선 꺾기를 하는 사례가 없다"고 답변했습니다.
남아 있는 관전 포인트로는 라임펀드 특혜성 환매를 둘러싼 여야의 공방과 이화전기 거래정지와 메리츠증권의 손실 회피 의혹 등이 꼽힙니다. 최희문 메리츠증권 대표는 금감원 국감 증인으로 채택돼 17일 출석할 예정입니다.
메리츠증권은 2021년 이화전기가 발행한 400억원 규모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에 투자했다가 김영준 이화그룹 회장과 김성규 총괄사장이 지난 5월 횡령·배임 혐의로 구속되기 전 주식으로 바꾼 이화전기 보유 지분 전량(5838만2142주)을 매도하면서 손실을 회피해 논란이 된 바 있습니다.
전일 김현 이화그룹 소액주주 연대 대표는 참고인으로 나서 메리츠증권의 연루 의혹에 대한 조사를 촉구했습니다. 또 "배임과 횡령으로 얼룩진 이화그룹에 가장 큰 책임이 있지만, 이 피해를 확산한 2차 책임은 한국거래소에 있다"고도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한편 금감원 국감에서는 라임펀드 특혜성 환매 의혹을 둘러싸고 여야 대립이 나타날 가능성도 있습니다. 앞서 금감원은 라임자산운용이 2019년 10월 대규모 환매 중단이 있기 직전 다선 국회의원 등 일부 유력인사에게 특혜성 환매를 해줬다고 발표했는데요, 당사자로 지목된 김상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거래 증권사인 미래에셋증권이 먼저 환매를 권유하면서 가입자 모두가 환매를 받았다고 주장하면서 미래에셋증권이 투자자들에게 투자금을 돌려준 배경 등에 대한 질의가 나올 것이라는 게 유력한 전망입니다.
이 외에도 매년 반복되는 이슈인 금융사 내부통제 부실 문제와 관련해서는 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과 BNK경남·DGB대구은행의 준법감시인이 17일 금감원 국감 증인으로 출석 요구 받았습니다.
다만 5대 금융지주 회장과 은행장들은 모두 빠지면서 '맹탕국감'이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 이석준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은 오는 15일까지 모로코 마라케시에서 개최되는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에 일제히 참석할 예정입니다.
한편 지난해 이석우 두나무 대표, 이정훈 전 빗썸코리아 의장 등 여러명이 소환됐던 가상자산 업계 에서는 올해 한 명도 증인으로 채택되지 않았습니다. 문제가 없어서일까요? 그건 아닙니다. 지난 6월 고객 입출금을 막고 현재까지 4달여간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는 가상자산 예치 서비스 하루인베스트·델리오 사태 기억하실지 모르겠네요.
하지만 이번 국감에서 아무도 부름(?) 받지 못한 이유는 가상자산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급격히 식으면서입니다. 국감과 투자자가 무슨 관계가 있냐고요? 국감장에서 질의를 던지는 국회의원들도 사실은 호통(?)을 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 있을만한 주제를 선정하거든요. 물론 날카로운 질문을 던져 스타의원으로 주목받는 경우도 있지만요.
소리만 지르는 국감, 모르고 보면 재미없지만 어떤 현안이 있는지 알고 나서 보면 조금은 볼 만하지 않을까요. 투자자로서, 금융 이용자로서, 그리고 국민으로서 각 사안들에 관심을 가지고 목소리를 내 국회의원들의 의정활동에도 자극을 준다면 금상첨화겠습니다. 신하연기자 summer@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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