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여야 강서구청장 보선 민심 겸허히 새기고 쇄신 나서야

11일 실시된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진교훈 후보가 국민의힘 김태우 후보를 17%포인트 차로 이겼다. 진 후보는 56.52%를 얻었고, 김 후보는 39.37%에 그쳤다. 내년 4월 총선의 풍향계로 주목받아온 선거에서 여야 모두 당력을 집중했지만 여당이 예상을 뛰어넘은 큰 차이로 완패한 것이다. 기초지자체 전국 226곳 중 하나에 불과하다고 축소 해석할 일이 아니다. 국민의힘 지도부의 책임론과 쇄신 요구 등 후폭풍이 불가피하다.

강서구가 야당 강세지역이지만 현역 국회의원이었던 지역에서 불과 1년 만에 차이가 크게 벌어진 것은 수도권 중도층이 여당과 정부에 경고를 보낸 것으로 볼 수 있다. 참패의 원인을 냉정하게 돌아봐야 할 때다. 무엇보다 무리한 후보 공천이 공감대를 얻지 못한 측면이 크다. 공무상 비밀 누설 혐의로 유죄를 받은 김 후보가 귀책사유가 있는 보선에 다시 출마한다는 것 자체가 상식적이지 않다. 김기현 대표는 개발론을 내세우며 “대통령과 핫라인 있는 후보”를 강조했지만 반감만 커졌다. 지역 일꾼을 뽑는 선거에 당력을 집중해 판을 키운 것도 전략 부재의 일면이다.

사실상 윤석열 정부에 대한 평가로 봐도 지나치지 않다. 민생과 거리가 먼 이념 논쟁과 야당을 국정파트너로 여기지 않는 독선적 행보에 제동을 건 것으로 볼 수 있다. 국정 책임이 있는 대통령과 여당이 1년 반 넘게 전(前) 정권 탓만 하는 것도 답답하게 비칠 뿐이다. 윤 대통령이 세계를 무대로 영업사원처럼 뛰어 성과를 냈지만 빛이 나지 않는 이유다. 총선에서 기대하는 결과를 얻으려면 국정 운영 스타일을 바꿔야 한다는 얘기다.

‘빨간불’이 켜진 국민의힘으로선 이대로는 총선을 치르기 어렵다는 위기의식을 갖는 게 마땅하다. 특히 수도권 중도층의 마음을 얻을 방법을 고민해야 할 때다. 이번에 이재명 사법리스크 전략의 한계가 여실히 드러났다. 국민 피로감이 그만큼 크다는 방증이다. 당내 다양한 목소리와 비판이 통용되는 분위기 쇄신도 필요하다. 조화와 균형, 견제가 자연스럽게 이뤄질 때 당이 더 힘을 발휘하게 마련이다. 용산에만 주파수를 맞추는 식으로는 국민 지지를 받기 어렵다.

민주당은 지난 두 번의 선거 패배 후 좋은 성적표를 받아들었지만 자만은 금물이다. 민주당이 잘해서 얻은 과실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이 대표는 보궐선거 결과에 “정치의 각성과 민생회복을 명하는 국민의 매서운 회초리”라며 “더 겸허히 민심을 받들겠다”고 했다. 이 대표 체제가 한층 공고해질 터이지만 당이 강성지지층에 좌우되는 행태 역시 바꿔야 한다. 여야 모두 국민의 눈을 기준으로 달라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