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한 의사 부끄러워 해라"…美 스타 닥터 격분한 성형은?
요즘은 많은 분들이 유튜브에서 성형수술 정보를 얻습니다. 저도 종종 성형 관련 영상을 찾아보곤 합니다. 그중 하나가 얼굴을 전체적으로 보는 것을 지향하며, 잘못된 성형수술에 대한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는, 한국계 미국인 성형외과 전문의의 채널입니다.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이 미국인 의사는 여러 권의 책을 저술하고 CNN 등 다수 방송에 출연하고 있는 '스타 닥터' 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얼마 전 이 의사의 영상을 보다 얼굴이 화끈해지는 경험을 했습니다.
20~30대로 보이는 젊은 아시아 여성이 '안면거상술'을 받은 영상을 보면서, 이 미국인 의사가 큰 충격을 받는 내용이었습니다. 원본 영상은 한중일 어딘가 성형외과의 홍보물처럼 보였습니다.
이 미국인 의사가 "사회가 젊은이들에게 이런 수술을 강요하는 것은 완전히 미친 것"이라고 말하며 "이런 수술을 한 의사는 스스로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라고 말하는 장면이 이어졌습니다.
2023년 6월 말에 올라온 영상은 석 달 반 정도 기간에 550만 가까운 조회 수를 기록하며, 24만여 개의 '좋아요'와 6600여 개의 댓글이 달려 있었습니다. 댓글의 대부분은 환자에 대한 안타까움과, 돈만 주면 이런 수술을 하는 의사를 비난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중국의 동영상 플랫폼 '틱톡'에 이런 식의 성형외과 광고가 많다는 등의 댓글도 볼 수 있었습니다.
환자의 얼굴로 국적을 알 수 없었지만, 수술 결과도 조잡한 느낌이고, 영상 속의 병원은 중국처럼 보였기 때문에 조금은 '남의 집 불구경'하는 마음으로 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화면 아래를 보다 갑자기 얼굴이 화끈해졌습니다. 영상 아래 해시태그에 #plasticsurgerykorea (한국 성형외과)라고 쓰여 있었기 때문입니다.
원본 영상을 찾을 수 없어서 한국 성형외과의 홍보영상인지를 알 수는 없었지만, 미국인의 한국 성형외과에 대한 인식의 한 단면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한국 성형외과의사들 역시 이런 무리한 성형수술을 하지 않으며, 이 영상을 본다면 역시 집도한 의사를 비판할 것입니다.
안타깝지만 이런 수술을 받는 한국인들이 있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안면거상술(페이스리프트)'은 주름성형(리프팅) 분야에서 가장 규모가 큰 수술입니다. 구레나룻과 헤어라인, 귀앞과 귓불 뒤를 따라 긴 절개를 가하고 얼굴의 근막과 피부를 전체적으로 당겨 올리고 남는 살을 잘라내는 큰 수술입니다. 수술시간도 대개 4~5시간 정도로 긴 편에 속합니다.
안면거상술은 얼굴의 노화를 드라마틱 하게 되돌릴 수 있는 매우 효과적인 수술법으로, 미국에서 매년 20만 건 정도로 가장 많이 시행되는 성형수술 중 하나입니다. 그런데, 이는 얇고 늘어져 쉽게 처지기 쉬운 백인 얼굴의 특성과, 강한 햇볕으로 광노화가 빨리 일어나는 미국의 환경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한국인은 미국인에 비해 얼굴의 노화가 느리고, 광대뼈 등이 발달해 있어 안면거상의 필요성과 효과가 상대적으로 적다는 것이 오랜 인식이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한국에서도 안면거상의 시행이 크게 늘고 있습니다. 이는 인구 구조와도 상관있을 것입니다. 대한민국은 출생률이 저하하며, 2022년부터 인구 감소의 시대로 접어들었습니다. 또한 빠르게 고령화되고 있는 중입니다.
때문에 많은 성형외과들이 '이제는 주름성형술(리프팅)'이 대세라며, 진료의 비중을 높여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인구의 분포가 크게 변하고 고령 인구가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인구는 전체적으로는 감소하고 있으며 고령에 접어드는 인구도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습니다. 주름 성형술을 시행하는 병원과 의사가 늘어난 것에 비해, 주름 성형술이 필요한 50대 전후 인구는 이제 감소세에 접어들었습니다.
제가 20여 년 전 전공의 시절 '안면거상술'이라는 수술은 50대 중반 이후에 시행하는 수술이라고 배웠습니다. 그렇지만, 현재 안면거상은 40대는 물론 30대에도 시행되고 있습니다. 심지어 20대에 시행되기도 하여 놀라기도 합니다.
대부분의 성형외과 의사들이 20~30대의 안면거상에 대해 비판적입니다. 5~60대에 비해 흉터가 더 잘 남는 2~30대에서 긴 흉터를 남기는 수술은 적합하지 않습니다. 넓은 박리를 해서 살을 당겨야 할 정도로 살이 처진 2~30대는 당연히 많지 않습니다.
유튜브 등을 찾아보면 (위 동영상처럼 과도하지는 않더라도) 20~30대의 안면거상을 권하는 성형외과의 홍보 영상들이 종종 눈에 띄는 것도 사실입니다. 20~30대에 안면거상이 도움이 되는 경우가 '이중턱'이나 '심술보'라는 정보를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물론 이런 경우에 안면거상을 절대 시행하면 안 된다고 말하기는 힘듭니다. 간혹, 안면거상이 꼭 필요했을 것으로 보이는 심각한 경우들이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런 경우가 실제로는 흔치 않습니다. 대부분의 경우 20~30대에서 시행하는 안면거상술은 과도하게 큰 수술이라 느껴집니다. 그리고, '이중턱'이나 '심술보'의 원인은 살 처짐이나 주름이 아닌, 단순한 '무턱' 때문인 경우가 많습니다. 심하지 않다면 간단한 지방 흡입 정도로 효과를 볼 수 있으며, 심하다면 '안면거상술'이 아닌 '무턱 수술'이 더 적합할 것입니다.
저는 상담을 하면서 간혹 스스로를 '꼰대'라고 표현하곤 합니다. 제가 과문한 탓인지 최신 지견에 어두운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저는 20여 년 전 제가 배웠던 것 대로 '안면거상술'은 여전히 50대 이후에 적합한 수술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한국인의 얼굴이 20년 전과 다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영상 속 미국인 성형외과의사의 유튜브 영상 마지막 멘트를 인용하며 마무리하겠습니다. 'In plastic surgery less is more. 성형수술은 과도한 것보다 부족한 것이 낫습니다.'
박준규 원장 (parks@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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