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트럼프에게 33억 송금”···일 정부 “통일교 해산명령 청구”
가정연합 해산명령 결정 땐 종교법인격 상실
종교상 행위는 가능하지만 세제 혜택 사라져
최근 일본 정계와의 유착 문제가 불거진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구 통일교)이 2021년부터 2년간 관련 단체를 통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에게 강연료 명목으로 총 250만 달러(약 33억5000억원)를 건넨 정황이 포착됐다. 일본 정부는 12일 가정연합에 해산명령을 청구하기로 결정했다.
일본 마이니치신문은 이날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 정부 윤리국(OGE)에 제출한 재무보고서를 입수해 그와 가정연합 관련 단체 ‘UPF’(Universal Peace Federation)의 금전 거래 내역으로 추정되는 내용을 보도했다. UPF는 가정연합을 세운 고 문선명씨와 그의 아내인 한학자 현 총재가 2005년 설립한 교단 우호단체로 미국 뉴욕에 본부를 두고 있다.
마이니치신문이 OGE 재무보고서와 UPF의 행사 내용 등을 살핀 결과,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21년부터 2022년까지 총 3차례의 영상 메시지 출연(총 28분)으로 총 250만 달러를 수령한 것으로 분석됐다. 1분당 약 8만9000달러(약 1억1900만원)의 거금을 받은 것이다. 비슷한 시기에 마이클 펜스 부통령도 강연 1회당 55만달러(약 7억4000만원)을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영상메시지에 출연한다는 사실을 전해들은 뒤 무급으로 영상에 출연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메시지를 보낸 행사는 UPF가 한국 등에서 개최한 ‘월드 서밋 2022’ 등이었다. 그는 영상 메시지에서 한 총재 등을 향해 “전세계 평화를 위해 엄청난 공헌을 해줬다”며 칭찬을 반복했다. 사쿠라이 요시히데 홋카이도대 교수(종교사회학)는 “국제적으로 유명한 지도자를 행사에 모은 것”이라며 “한씨나 문씨가 세계적인 차원에서 위대한 인물이라고 신자에게 상기시키고, 포교나 선전에 이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마이니치신문은 “가정연합 관련 단체가 미국 내 정치인에게도 상당한 금전을 지급한 것을 보여준 공문서의 존재가 밝혀진 것은 이례적”이라고 평했다. 일본 내에서는 통일교의 주된 수입원이 신자로부터의 헌금인 만큼, 이들로부터 얻어낸 돈이 해외 정치인에게까지 흘러간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 앞서 가정연합과 일본 정계의 유착이 문제가 된 만큼, 이번 거래는 미국 정계와의 친분을 만드려는 의도로도 보일 수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나 펜스 전 부통령 측은 강연료와 관련된 이번 보도에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UPF 측도 논평을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일본 정부는 가정연합에 대한 해산명령을 청구하기로 했다.
모리야마 마사히토 문부과학상은 이날 열린 종교법인심의회에서 이같이 밝히면서 “종교법인심의회의 의견을 듣고 싶다”고 말했다. 일본 언론들은 문부과학성이 심의회에서 종교인, 법학자 등의 의견을 청취한 뒤 13일 도쿄지방재판소(지방법원)에 해산명령을 청구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해산명령이 확정되면 교단은 종교법인격을 상실해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없게 된다. 다만 종교상 행위는 금지되지 않으며, 임의 종교단체로서 존속은 가능하다.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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