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지고 월세 뜬다더니…전세비율 2년만에 껑충, 왜?
전세자금대출 금리 6%→3%대로 낮아져
전세 수요 증가로 전셋값 상승 당분간 지속
지난해 말 전세 사기와 깡통전세 우려에 금리 인상에 따른 전세자금 대출 이자 상승 등이 겹치면서 월세를 선호하는 세입자가 증가하던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전세자금대출 이자가 줄고, 빌라왕 전세 사기에 놀란 세입자들이 아파트 전세를 선호하면서 이제는 전세난을 걱정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12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전월세 거래량은 이날 기준 1만4469건이었다. 이 가운데 전세거래는 8969건(61.99%)을 차지했다. 이같은 전세 비율은 2021년 5월 67.2%를 기록한 뒤 28개월 만에 최고치다.
서울 아파트 전세 비율은 2020년 8월 68.9%에 달했다. 그러다 임대차 2법 시행 후 전셋값이 크게 오르면서 점차 월세 비율이 추세적으로 늘었다.
특히 작년에는 금리가 급격히 오르면서 전세자금대출 이자가 크게 높아졌고 여기에 전세사기까지 덮치면서 전세보다 월세 비율이 크게 높아졌다. 지난해 12월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비율은 47.6%까지 급감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작년 말부터는 정부가 나서 전세 소멸론을 들고 나오기도 했다. 전세사기 문제가 심각해 지자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5월 “전세제도가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해온 역할이 있지만 이제는 수명을 다했다고 본다”면서 “전세 제도 틀의 전반을 열어 놓고 개선을 검토해 보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점차 코너에 몰렸던 전세 제도는 당초 우려와 달리 한국은행이 올해 초까지 기준금리를 잇달아 동결하고 지난해 최고 연 6%대까지 상승했던 시중은행의 전세자금대출 금리가 최근 연 3%대까지 하락하면서 전세자금대출을 통해 전셋집을 구하려는 수요가 증가하기 시작했다.
실제 부동산 정보업체 아실 자료를 보면,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올해 1월 5만2073가구에서 이달 10일 2만9804가구로 줄었다. 여기에 전세사기 여파로 다세대 등 빌라 기피 현상도 한몫했다.
전세수요가 증가하면서 월세보다 전셋값이 더 상승하고 있다. 부동산R114 자료에 따르면 올해 3분기(7∼9월)와 올해 상반기에 각각 동일 단지, 동일 주택형에서 신규로 계약된 서울 아파트 전월세 거래가격을 비교한 결과, 전세 평균가는 올해 상반기 4억8352만원에서 3분기 들어 5억1598만 원으로 6.7% 상승했다.
반면, 월세는 보증금으로 환산해 비교한 결과, 상반기 4억9118만원에서 3분기에는 5억507만원으로 2.8% 올라 상승 폭이 전세의 절반 이하로 나타났다.
전세 사기 여파에 위축됐던 전세 수요가 다시 증가하고 있다. 임차인과 임대인 10명 중 6명은 월세보다 전세 거래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플랫폼업체 직방이 지난달 17일부터 31일까지 직방 앱 접속자 636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60.4%가 ‘전세’ 거래를 더 선호한다고 답했다.
지난해 같은 질문으로 조사한 결과에서는 57.0%가 ‘전세’, 43.0%가 ‘월세’ 거래를 선호한다고 응답했다. 1년 전에 비해 전세 선호 응답 비율은 늘고, 월세 선호 비율은 감소했다. 올해 응답 결과를 지난해 조사와 비교해 보면 전세 임차인, 월세 임차인에서는 2022년보다 ‘전세’ 선호 거래 응답 비율이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전세 수요가 늘면서 당분간 전셋값이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정성진 부땡톡 대표는 “정부의 규제 완화하고, 전세자금대출 금리가 낮아지면서 전세 임대 수요가 증가하면서 전셋값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가을 이사 수요 늘어나면서 전셋값 상승세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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