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AI 지수 평가 한국 6위···민간 투자·인력 조달 취약
국내 인공지능(AI) 산업은 타국 대비 기업의 특허 출원과 정부 정책은 우수하지만 민간 투자 부족과 인력 조달 문제를 겪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한국경제인협회는 영국의 데이터분석 미디어 ‘토터스 인텔리전스’가 ‘글로벌 AI 지수’를 조사한 결과 한국은 총점 40.3점으로 전체 62개국 중 6위에 올랐다고 12일 밝혔다. 1위는 100점을 획득한 미국, 2위는 중국(61.5점)이었다. 이어 싱가포르(49.7점), 영국(41.8점), 캐나다(40.3점) 순이었다.
이번 평가 세부 항목은 인재, 인프라, 운영 환경, 연구 수준, 특허(개발), 정책(정부 전략), 민간 투자 등 7개 부문이다.
한국은 특허와 정책 부문에서 각각 3위와 6위를 기록했다. 한국은 미국과 중국에 이어 AI 관련 특허를 가장 많이 보유한 국가다. 기관별로 분석했을 때 삼성이 1위로 IBM(2위), 구글(3위), 바이두(5위) 등 미국과 중국의 주요 기업들을 앞섰다. AI 공공투자 규모가 크고 투자 지속성 면에서도 좋은 정책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정부는 2019년 ‘AI 국가 전략’을 내놓은 이후 ‘신뢰할 수 있는 AI 실현 전략’(2021년), ‘대한민국 디지털 전략’(2022년) 등 AI 산업 육성책을 차례로 발표했다.
데이터 관련 법률 등 AI 산업을 둘러싼 규제를 나타내는 운영 환경 부문에서 2019년 30위를 기록한 한국은 기업들의 개인정보 활용 여건 마련 등으로 올해 11위에 올랐다. 하지만 이용자가 AI의 의사결정 원리(알고리즘)에 대해 의심될 경우, 서비스 제공자에게 설명을 요청할 수 있는 권리인 ‘AI 설명요구권’은 미비한 것으로 지적됐다.
AI 관련 출판물 및 연구개발(R&D) 규모를 나타내는 연구 수준 부문에서 한국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R&D 투자 비율은 높지만 출판물 수는 재정 투입 대비 산출 효과가 떨어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또 인재 부문에서 한국은 AI 유관 학과 졸업생 수가 많지만 상대적으로 현장 인력은 부족한 것으로 평가됐다.
한국은 STEM(과학·기술·공학·수학) 및 정보기술(IT) 전공의 졸업생 수에서 각각 9위와 8위를 기록해 상위권에 속했다. 다만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및 엔지니어 등 실질적인 현장 인력은 상대적으로 부족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2022 AI 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AI 기업들이 사업 운영상 느끼는 애로사항 1위는 인력 부족 문제였다.
가장 저조한 평가를 받은 부문은 민간 투자(18위)로 7개 항목 중 최저 순위를 기록했다. 한국은 AI 관련 기업 수, 투자 규모 면에서 모두 부족했다.
AI 관련 상장기업 수는 6개로, 미국(172개), 중국(161개)은 물론 일본(26개), 대만(9개)보다 적었다. 2013∼2022년 누적 민간 투자 규모도 한국은 55억7000만 달러로, 미국(2489억 달러), 중국(951억1000만 달러), 영국(182억4000만 달러), 이스라엘(108억3000만 달러)보다 훨씬 뒤처졌다.
추광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AI 산업은 제조업, 서비스업 등 다른 산업에 대한 파급효과가 큰 만큼 미·중과의 기술격차를 줄여 국가경쟁력을 제고해야 한다”며 “기술력의 핵심은 곧 인재이므로 국내 인재 양성은 물론 비자 규제 완화 등을 통해 해외 고급 인재도 적극 영입해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교형 기자 wassup0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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