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온투업 곡소리에도 복지부동 금융당국

김태호 기자 2023. 10. 12. 10:42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금융 서비스 종사자들을 만나다 보면 금융 당국의 복지부동(伏地不動) 행태를 비판하는 말을 자주 듣는다.

'업계가 고사 위기다'는 말까지 나오지만 온투업의 유일한 희망인 금융 기관 투자 가이드라인은 소식이 묘연하다.

금융 당국의 느릿한 규제 완화 속에 온투업계는 요동치고 있다.

한 온투업체 대표는 "금융 당국 관계자들은 만날 때마다 온투업은 연체율이 높고 대출잔액이 주는 등 사정이 좋지 않아 규제를 풀어주기 쉽지 않다는 말을 자주 한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금융 서비스 종사자들을 만나다 보면 금융 당국의 복지부동(伏地不動) 행태를 비판하는 말을 자주 듣는다. 신산업 진흥을 위해 당국과 정치권이 토대를 마련해줘야 하나 좀처럼 움직이지 않다는 게 이들의 하소연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온라인투자연계금융(온투업·옛 P2P금융)이다. 온투업은 채권 투자자와 차주(돈 빌리는 사람)를 잇는 플랫폼이다. 쉽게 풀이하자면 개인 투자금을 모아 다시 개인에게 대출을 제공하는 금융 서비스다.

온투업은 편의성을 높인 채권 투자·중금리 대출 서비스 제공을 목표로 태동했다. 신용이나 담보를 제공하고 대부업보다 낮은 금리로 돈을 빌릴 수 있다는 점에서 ‘1.5금융’으로 불리는 등 혁신성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현재 온투업계는 대출 여력을 잃고 있다. 지난달 기준 온투업 52개사의 대출잔액은 1조793억원으로 지난해 9월(1조4050억원)보다 23.2%가량 쪼그라들었다. 대출잔액 감소는 개인 채권 투자가 줄었다는 의미다. 개인 투자만으론 기업 경영에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업계에서는 수년 전부터 대규모 자금 수혈을 위해 금융사의 투자를 허락해달라고 당국에 요청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도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기관투자의 필요성에 대해 동의했다.

금융위는 올해 4월, 온투업법상 금융 기관도 온투업에 투자가 가능하다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기관투자의 첫 단추가 끼워졌지만 모든 장애물이 치워진 건 아니다. 아직 개별 금융업법 간 충돌 소지가 남아있다. 온투업법상 문제가 없더라도 각 금융사가 통제를 받는 업권법을 어길 가능성이 존재한다. 업계에서는 법 간 충돌 소지를 없앨 가이드라인이 없어 금융사들이 최종 투자 실행을 주저하고 있다고 본다.

‘업계가 고사 위기다’는 말까지 나오지만 온투업의 유일한 희망인 금융 기관 투자 가이드라인은 소식이 묘연하다. 마음이 급한 업계와 달리 당국은 반년이 넘도록 교통 정리에 소극적이다. 업계에 따르면 온투협회가 소매를 부치고 나서 주기적으로 금융위에 가이드라인 필요성을 호소하고 있다고 한다. 협회에서 초안까지 여러 버전으로 만들어 제안했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담당 공무원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고 한다. 괜스레 규제를 풀었다가 금융 시장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치면 책임을 뒤집어쓸 수 있기 때문이다. 온투업계 한 관계자는 “공무원들이 2년만 버티자는 태도로 일하는 것 같아 아쉽다”고 토로했다.

금융 당국의 느릿한 규제 완화 속에 온투업계는 요동치고 있다. 지난 8월엔 업계 1위 피플펀드의 창업자, 김대윤 전 대표가 8년 만에 경영에서 물러났다. 정확한 사임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최근 불어닥친 업계 불황으로 투자자들의 입김이 영향을 미쳤다는 말이 돈다. 한 온투업체 대표는 “금융 당국 관계자들은 만날 때마다 온투업은 연체율이 높고 대출잔액이 주는 등 사정이 좋지 않아 규제를 풀어주기 쉽지 않다는 말을 자주 한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금융 시장의 안정을 지키며 새로운 산업을 일으키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당국과 업계가 머리를 맞대고 치열한 고민을 하더라도 결과가 시원치 않을 수 있다. 신중에 신중을 더하는 태도는 금융권 종사자들에 꼭 필요한 태도다. 그러나 수년째 규제 완화를 미루다 온투업은 고사하고 있다. 경쟁력 있는 신산업이 없어진다면 금융 소비자들의 후생도 덩달아 줄어든다. 이제는 가만히 있을 때가 아니다. 적극적인 규제 완화 드라이브를 걸 때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