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김남조 시인 영면…"그곳에서 새로 쓰신 시를 읽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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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여성 시단의 최고 원로였던 김남조 시인이 영면에 들었다.
고(故) 김남조 시인의 영결식이 12일 서울 아산병원 장례식장에서 엄수됐다.
신달자 시인은 "선생님을 19살에 만난 제가 팔순을 넘겼습니다 / 어언 62년 시간의 속살을 어떻게 쏟겠습니까 / 글로도 말로도 다 못 한 수억 수천의 말을 한마디로 줄입니다 / 김남조 선생님, 사랑합니다"라는 말로 고인의 정신을 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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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달자 시인 "62년의 세월 함께한 김남조 선생님, 사랑합니다"
(서울=연합뉴스) 최주성 기자 = 한국 여성 시단의 최고 원로였던 김남조 시인이 영면에 들었다.
고(故) 김남조 시인의 영결식이 12일 서울 아산병원 장례식장에서 엄수됐다.
이날 오전 9시께 진행된 영결식과 장례미사에는 유족과 동료 문인 120여 명이 참석했다.
한국시인협회장으로 치러진 영결식은 유자효 한국시인협회 회장의 조사로 시작됐다.
유 회장은 "선생님은 우리 문학의 큰 산맥이자 현대 시사의 증인이셨다"며 "시인들께는 어머니 같은 자애로운 분이셨다. 이제 저희는 어머니를 잃은 고아들이 됐다"며 슬픔을 표했다.
이어 "생전에도 시인들에게 식사를 대접하고 먹는 모습 보기를 좋아하셨는데, 마지막 주신 밥도 어찌나 맛있었는지 모른다. 입관식에서 뵌 선생님은 평온한 얼굴이셔서 이미 천국에 드셨고 그리워하던 부군을 만났음을 느꼈다"고 말했다.
고인의 제자이자 후배로 60년 넘게 인연을 맺었던 신달자 시인은 조시를 낭송했다.
신달자 시인은 "선생님을 19살에 만난 제가 팔순을 넘겼습니다 / 어언 62년 시간의 속살을 어떻게 쏟겠습니까 / 글로도 말로도 다 못 한 수억 수천의 말을 한마디로 줄입니다 / 김남조 선생님, 사랑합니다"라는 말로 고인의 정신을 기렸다.
허형만 시인이 고인의 약력을 소개했고, 나태주 시인은 고인의 시 '겨울바다'를 낭송했다.
시 낭송을 마친 나태주 시인은 눈물과 함께 "선생님 편히 가세요. 저희도 따라가겠습니다. 갔을 때 거기서 새로 쓰신 시를 읽어주십시오"라는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영결식은 이혜정 소프라노가 피아노 반주에 맞춰 고인의 시 '그대 있음에'를 노래하는 것으로 마쳤다.
장례미사를 집전한 조광호 신부는 "세상 사람들은 선생님을 '사랑의 시인'이라 말하지만, 선생님의 사랑은 남다르셨다"며 "선생님은 시로 온 국민에게 사랑의 마음을 심어주셨고, 그윽한 향기와 빛을 선사하셨다"고 추모했다.
고인은 유족들의 기도와 배웅 속에 식장을 떠났다. 장손이 고인의 영정을 들고 유족들이 뒤따랐다.
김남조 시인은 지난 10일 96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장례기간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비롯해 시인 오세영, 신달자, 나태주, 김화영, 이근배, 유안진, 허영자 등 문화계 인사와 동료 문인들이 빈소를 찾아 고인을 추도했다.
1927년 태어난 고인은 1948년 서울대 국어교육과 재학 시절 연합신문에 시 '잔상', 서울대 시보에 시 '성수' 등을 발표하며 등단했다.
1953년 첫 시집 '목숨'을 시작으로 19권의 시집과 1천 편이 넘는 시를 쓰며 기독교적 사랑과 윤리 의식을 시로 형상화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정념의 기', '겨울바다' 등 뛰어난 서정성을 갖춘 작품들은 국어 교과서에 실리기도 했다.
숙명여자대학교 국문과 교수를 지내며 신달자 시인 등 문인 제자를 배출했으며 제24대 한국시인협회장, 한국가톨릭문인회장을 역임했다.
문학에 남긴 업적을 인정받아 1993년 국민훈장 모란장, 1998년 은관문화훈장, 2007년 만해대상 등을 받았다.
김남조 시인은 경기도 양주 천주교청파묘원에 안치돼 안식에 든다.
cj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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