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이라서 잘 던졌다는 거지, 좋은 기록 아냐…” KIA 19세 스마일가이는 비밀노트를 펼친다[MD광주]
[마이데일리 = 광주 김진성 기자] “신인이라서 잘 던졌다는 소리를 듣는거지..”
25경기서 8승7패 평균자책점 4.04, 122⅔이닝 동안 74탈삼진, 피안타율 0.263, WHIP 1.40, 퀄리티스타트 7회. KIA 스마일가이 윤영철(19)이 데뷔시즌에 남긴 기록이다. 김종국 감독은 윤영철이 100이닝 정도 소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부상 없이 풀타임을 뛴 것 자체로 만족한다고 했다.
커맨드와 제구가 타고났다. 130km대 후반의 패스트볼과 슬라이더, 체인지업이 전부다. 대신 좌우 보더라인 투구에 능하다. 그리고 그 어떤 순간에도 침착하게 승부하며 미소를 잃지 않는다. 언제든 자신의 투구를 하며, 얻어맞더라도 쉽게 평정심을 잃지 않는다. 신인급의 경기운영능력을 넘어섰다는 평가.
커맨드와 평정심 유지는 베테랑 투수들에게도 평생 숙제인 경우가 많다. 하물며 19세의 신인이, 누가 가르쳐주지도 않았는데 알아서 해내니 KIA로선 기특할 수밖에 없다. 뿐만 아니라 이미 미래를 바라보고 나름대로 준비하고 있다.
윤영철은 11일 광주 키움전을 앞두고 “그건 비밀”이라고 했다. 그러나 복기도 철저히 하고 있고, 준비도 하고 있다. 그는 “매 등판이 끝나고 느낀 점을 생각하려고 하고 기록도 하는 편이다. 던져야 할 날이 많다. 하나, 하나 생각해보면서, 나중에 이 타자를 만나면 어떤 느낌일지 미리 공부하는 편이다”라고 했다.
자신에게 냉정했다. 윤영철은 “10점 만점에 5점이다. 신인이어서 잘 던졌다는 소리를 듣는 거지 기록상 좋은 기록은 아니다.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이러면 안 된다. 만족하면 안 된다. 보완해서 더 잘 던지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라고 했다.
일단 체력관리가 중요하다. 현 시점에선 잘 쉬면서 구단 트레이닝 파트의 도움을 받을 계획이다. 윤영철은 “생각보다 힘든 게 많았다. 준비를 잘 해야 한다. 풀타임으로 로테이션을 도는 것 자체가 생각보다 체력적으로 힘들었다. 후반기에 안 좋은 경기가 많았는데 그것 때문이다. 체력훈련을 열심히 해서 안 다칠 수 있게 해야 한다”라고 했다.
이것도 자신에게 맞는 훈련을 찾기 위해 공부해본다는 계획이다. 윤영철은 “올해는 코치님들이 시키는 것 위주로 했다. 내년엔 내가 많이 공부해서 내게 맞는 운동을 찾으려고 한다. 나도 어느 정도 구상은 해놨다”라고 했다. ‘비밀’이라고 말한 이유다.
체력 저하가 밸런스에 악영향을 미치고, 안 좋은 결과로 이어졌을 수 있다. 윤영철은 “후반기에 볼도 많고 투구수, 이닝도 많아지니 제구가 갈수록 안 됐다. 실투도 늘어났고 장타도 많이 맞았다. 보완해야 한다”라고 했다.
기술적인 변화도 준비 중이다. 지금의 투구밸런스를 유지하면서 평균구속을 140km 이상으로 올리는 게 가장 좋은데, 일단 무리하지는 않을 계획이다. 대신 올해 꾸준히 연마하던 커브를 내년엔 상황에 따라 더 많이 쓸 계획도 갖고 있다.
윤영철은 “구속이야 꾸준히 훈련하고 던지다 보면 자연스럽게 올라갈 것이다. 구종도 갖고 있는 것만 잘 가다듬고 제구력을 유지하면 된다. 커브도 경기당 5개 정도 던지는데, 제구가 안정되면 많이 쓸 생각도 있다.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연습하고 있다"라고 했다.
특유의 미소는 긴장을 감추기 위한 무기다. 윤영철은 “긴장을 안 하려고 하다 보니 많이 웃었다”라고 했다. 실제 평정심 유지가 대단하다. “승리는 내가 잘 던져도 마음대로 할 수 없다. 평균자책점은 좀 아쉽다. 엄청 쉬운 타자도, 그렇다고 어려운 타자도 없었다. 포수를 믿고 던졌고 나도 공부를 많이 해야 한다”라고 했다.
올 시즌 성과를 과소평가할 필요도 없다. 윤영철은 “한 시즌을 마친 것 자체가 크다. 풀타임을 해본 적도 없었고. 안 다치고 던져서 만족한다. 신인왕은 받으면 좋고 안 되면 내년에 더 잘 하면 된다. 아웃카운트를 1개 못 잡아서 승리를 못 잡기도 했고 7실점한 경기도 있었다. 그런 경기만 없으면 된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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