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李 체제’ 더 굳건해졌다…총선전 당내 통합 숙제로

2023. 10. 12.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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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장 기각, 강서 승리로 李 리더십 발판 마련
‘정권심판론’ 유효타, 중도층 지지 이끌어내
총선도 파란불…비명 ‘척결’보단 ‘통합’ 무게
당내선 “친명 일색은 위험…겸허해야” 조언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9일 서울 강서구 발산역 인근에서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진교훈 후보 지원 유세를 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이세진·양근혁 기자] ‘미니 총선’으로 불린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집권여당인 국민의힘을 17%포인트 이상 누르고 압승하면서 내년 총선 승리에도 파란불이 켜졌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특히 민주당 안팎에선 그동안 외풍에 흔들렸던 ‘이재명 대표 체제’가 자신감을 얻고 공고해지는 계기가 될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당무 복귀를 앞둔 이 대표가 비명(비이재명)계를 포용하고 총선까지 당 통합을 이끌어낼 복안을 마련할지도 관심이 쏠린다.

12일 민주당은 강서구청장 선거 승리로 크게 고무된 분위기다. 득표율 56.52%을 기록한 민주당의 진교훈 신임 구청장은 전임 구청장이자 대법원 선고로 직을 상실해 보궐선거 단초를 만든 김태우 국민의힘 후보 득표율(39.37%)을 17.15%포인트 크게 앞섰다.

민주당에선 ‘정권 심판론’이 통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앞서 민주당은 선거기간 내내 윤석열 정부와 김태우 후보의 특별사면·복권 및 국민의힘 공천 과정 등에 각을 세우며 심판론을 부채질해 왔다. 이재명 대표도 전날 밤 진 구청장 당선이 확실시되자 “민주당의 승리라 생각하지 않는다. 정치의 각성과 민생 회복을 명하는 국민의 매서운 회초리”라는 메시지로 정권 견제 여론이 작동했다는 것을 강조했다.

민주당 한 최고위원은 본지 통화에서 “48.7%에 달하는 최종투표율을 볼 때, 민주당과 국민의힘 각 당 지지층 결집 외에도 중도층이 상당 부분 움직인 것으로 분석된다”면서 “중도층은 그동안 신원식·유인촌 장관 임명 등 정부 인선에 대한 반대 여론이 우세했던 만큼 이들이 적극적으로 투표장에 나온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22.64%라는 역대 최고 사전투표율에서 이같은 움직임이 예고됐다는 것이 민주당 시각이다. 민주당 적극 지지층뿐 아니라 중도층까지 사전투표에 나섰다는 분석으로, 전날 개표 과정에서 초반 사전투표함이 먼저 집계될 당시 진 구청장은 김 후보를 30%포인트 이상 따돌리기도 했다.

관건은 이번 승리를 발판으로 안정 국면에 들어선 ‘이재명 리더십’이 당내 화합을 적극 도모할지 여부다. 이재명 대표의 단식과 체포동의안 가결, 구속영장 기각 등 극심한 혼란 중에도 일단 ‘보선 승리’를 목표로 수면 아래로 가라앉혀 놓았던 통합 문제가 본격적으로 대두될 것이란 전망에서다.

이 대표는 전날 승리 메시지에서도 재차 “우리 안의 작은 차이를 넘어 단합하고, 갈등과 분열을 넘어 국민의 저력을 하나로 모아, 위기를 극복하고 국가와 국민의 더 나은 미래를 개척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우리 안의 작은 차이’라는 표현은 지난 9일 진 구청장 지원유세 때도 언급됐다. 당시 이 대표가 당무 복귀를 앞두고 이른바 ‘가결파’에 대한 통합 목소리를 낸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우선 당내에선 이 대표가 통합 무드를 조성할 것이라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이 대표가 영장 기각과 강서구 승리까지 단단한 리더십 토대를 얻은 만큼, 비명계 ‘척결’보다는 통합과 재정비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다. 내년 총선까지 유리한 분위기를 조성했다는 점도 이 대표가 무리한 ‘공천 학살’ 또는 찍어내기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에 힘을 싣는 포인트다.

다만 완전한 이 대표 및 친명(친이재명)계 지도체제화를 경계하는 목소리도 감지된다. 한 서울지역 중진의원은 본지에 “지도체제보다 가치와 혁신에 변화를 주어야 국민이 마음을 줄 것”이라며 “정당은 다양한 스펙트럼이 존재해야 하기 때문에 완전한 친명은 위험하다. 비명도 함께 존재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초선의원은 “체포영장 기각으로 이 대표가 한숨 덜기는 했지만 재판 리스크는 여전하기 때문에 변수가 될 수 있다”면서 “이번 보선이 총선까지 이어지는 민심 지표가 될 수 있지만, 1년 남짓한 기간만에 강서구청장 결과가 뒤집어진 것처럼 표심을 지키기 위해 당이 겸손하게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초선의원도 “앞으로 이 대표가 오롯이 내년 총선에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이 됐다”며 “안 좋은 결과가 나온다고 해도 이 대표 책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완화 분위기였던 친명계의 비명계 ‘축출’ 움직임도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친명계 지도부 한 의원은 “지금은 오히려 친명이 통합을 더 강조하는 꼴이 됐다. 비명계에서 앞서 ‘강서 패배가 총선 예방주사를 맞는 것’이라는 언급도 나왔는데, 선거 승리를 위해 고생한 사람들과 강서구민을 폄하하는 발언”이라면서 “계속해서 이런 언급이 나온다면 징계 목소리가 다시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jinlee@heraldcorp.com

y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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