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사랑스러운 성자”… 한국의 나한, 일본과 어떻게 다른가 [일본 속 우리문화재]
중국, 일본에 비해 한국 나한에는 인간적인 면모 부각
창령사 터 오백나한상, “아이 같은 익살, 무구함” 압권
지온인 소장 오백나한도는 석가삼존을 중앙에 두고 산수 풍경 속에 오백나한 전부를 배치했다. 현전하는 전 세계 오백나한도 중 한 폭에 오백나한 모두를 그린 유일한 사례다. 오랫동안 일본에서 이 그림은 중국 화가의 것으로 여겨졌다고 한다.
나한은 불상, 보살상에 비해 자유로운 형식 아래 제작 당시의 인식, 작가의 의도나 개성에 따라 다양하게 표현된다. 하지만 대체적인 특성은 있다. 중국, 일본의 나한은 엄숙한 표정, 위엄있는 모습이 많다. 무서운 표정으로 무언가를 응시하거나 고요하게 선정(禪定)에 들어간 상태를 표현했다. “나한의 다양한 성격 중 불·보살에 버금하는 위력, 혹은 위엄, 신성을 좀 더 강조, 부각하려는 경향”이 반영된 것이다.
약 300년 전 폐사된 것으로 추정되는 강원도 창령사 터에서 높이 30~40cm의 돌 한쪽 면에 조각한 나한상 완형, 머리 등 신체 파편 317개가 발굴됐다. 정황상 누군가 일부러 훼손한 것으로 보인다. 화재 흔적이 있고, 건물 내부에 두었을 나한상들이 대부분 외부에서 발굴돼 화재 전 누군가 옮긴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80%정도가 부서진 채로 발견됐는데 상대적으로 견고한 부위가 일정한 유형으로 깨진 점도 의도적인 훼불의 근거다.
창령사 터 오백나한상은 사랑스러운 표정이 압권이다. 심통이 난 것 같은, 혹은 근심에 찬 듯한 표정마저 동글동글한 신체와 어우러져 사랑스럽기 그지 없지만 아이의 그것에 다름 아닌 미소가 백미다. 춘천박물관은 “동작이나 표정이 갖는 익살, 어린아이 같은 무구함은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친근함을 표현한다”며 “나와 실은 다르지 않은 높이에 있고 내가 쉽게 ‘맞먹고’ 다가갈 수 있는 대상이란 점에서 부처와는 다른 동일시가 거기에 있다”고 설명한다.
정현종 시인은 춘천박물관의 ‘창령사 터 오백나한, 나에게로 가는 길’에 실은 시에서 나한의 미소를 노래했다.
한없이 크고 넓어,
도무지 크고 넓기만 해
만물이 편안하네, 마음대로”
후쿠오카=강구열 특파원 river91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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