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가 해설하는 노벨상] 대기만성 mRNA백신과 꼭 닮은 과학자의 인생

남재환 가톨릭대 의생명과학과 교수,김태희 기자 2023. 10. 12.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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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털린 커리코 바이오앤테크 수석부사장과 드루 와이스먼 펜실베니아대 의대 교수. 펜실베니아대 의대 제공

많은 이들의 예상이 맞았다. 2023년 노벨 생리의학상은 커리코 커털린 독일 바이오엔테크 부사장과 드루 와이스먼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의대 교수에게 돌아갔다.

두 과학자의 연구 덕분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mRNA(메신저RNA) 백신 개발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특히 커리코 부사장은 생리의학상 부문에서 13번째 노벨상을 수상한 여성 과학자로서 과학적 업적과 더불어 삶의 드라마적인 요소로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줬다.

커리코 부사장은 1989년부터 미국 펜실베이니아대에서 일하면서 mRNA 연구를 시작했다. 그의 연구는 고난이 많았다. mRNA를 기반으로 한 유전자 치료 요법과 관련된 과제에서 탈락한 이후 모든 과제 수주에서 실패했고 1995년에는 펜실베이니아대 정규 교수 임용에도 실패했다.

그럼에도 그녀는 대학에 남아서 계속 연구를 수행했다. 그러다 운명적으로 대학에 새로 부임한 면역학자 와이스먼 교수를 대학 복사기 앞에서 만났다. 1997년의 일이다.

커리코 부사장과 와이스먼 교수는 서로의 아이디어를 나누며 mRNA를 유전자 발현체로 활용하기 위한 연구를 함께하게 됐다. 생명공학 및 의학 분야 논문 검색 사이트인 PubMed에 두 사람의 이름을 검색하면 2002년부터 지금까지 무려 33편의 논문을 볼 수 있다.

그 중 눈여겨 봐야할 것은 커리코 부사장이 제1저자와 교신저자로 와이스먼 교수와 함께 2005년에 발표한 논문이다. (doi: 10.1016/j.immuni.2005.06.008)
 

● 변형된 뉴클레오사이드로 면역 프리패스 백신 개발

“코로나19에 효과적인 mRNA 백신 개발을 가능케 한 뉴클레오사이드 염기 변형에 관한 발견.”

노벨 위원회가 밝힌 이 같은 수상 이유는 앞서 말한 2005년 논문에 담겨 있다. 그 내용을 이해하려면 우선 인체가 외부 바이러스 감염에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알아야 한다.

RNA가 외부에서 들어오면 인체는 다양한 염증 사이토카인(면역신호 전달에 쓰이는 작은 단백질)을 유도할 뿐만 아니라 침입한 RNA를 파괴하고 단백질을 만드는 과정을 억제하는 시스템을 작동시킨다. 이는 우리 몸을 외부 바이러스 감염으로부터 지키는 선천면역반응이다.

그런데 이런 선천면역반응을 회피해야 할 때가 있다. RNA를 유전자 발현 시스템으로 활용해야 할 때다. 예를 들면 백신처럼 RNA에서 만들어진 단백질에 대한 특이적인 면역반응을 유도하거나, 발현된 단백질 자체를 유전자 치료 교정용 단백질이나 항체로 사용하는 경우 등이다.

선천면역반응의 핵심은 외부에서 들어온 RNA를 인식하는 인체의 패턴인식수용체(PRR)인 TLR(toll-like receptor)이다. 외부 RNA에 의해 활성화된 TLR은 선천면역반응을 활성화 시켜 다양한 염증 사이토카인을 유도하고 RNA를 주형으로 하는 단백질 발현을 억제한다.

커리코 부사장과 와이스먼 교수는 2005년 논문에서 tRNA(운반RNA)가 이러한 선천면역반응을 유도하지 않고 이러한 tRNA를 구성하고 있는 여러 변형된 뉴클레오사이드에 특별한 기능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원래 RNA는 A, U, G, C라는 네 가지 뉴클레오사이드로 구성되는데 tRNA는 이 뉴클레오사이드에 일반적으로 메틸기를 붙인 변형 뉴클레오사이드가 존재하며 그중 하나가 이번 mRNA 백신 개발에 사용된 메틸슈도유리딘(m1Ψ) 같은 것이다.

변형된 뉴클레오사이드를 사용해 mRNA를 만들면 인체에 투입했을 때 염증 사이토카인 발현이 낮아지고 단백질 발현 효율이 증가했다. 이는 외부 RNA에 의해 유도되는 선천면역반응을 회피하고 필요한 단백질, 백신 면역반응을 유도해야 하는 코로나 바이러스 스파이크 단백질을 충분히 발현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러한 원리를 발견한 커리코 부사장과 와이스먼 교수의 논문을 바탕으로 제약회사 모더나와 화이자는 mRNA를 구성하는 네 가지 염기 중 우리딘(U)을 사용하지 않고 메틸슈도유리딘을 활용해 mRNA 백신을 제작했다. 이는 코로나 바이러스 방어에 충분한 면역효과를 유도하며 코로나19 종식에 큰 기여를 했다.

 
● 팬데믹에서 새로 피어난 mRNA 백신 플랫폼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인류 역사상 최초로 한 종류의 병원체에 대해 모든 종류의 백신 플랫폼이 개발돼 실제 임상시험에 적용됐다. 때문에 각 백신 플랫폼의 특성을 직접적으로 비교할 수 있었다.

백신이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면역반응을 유도 할 수 있는 특정 병원체 단백질이 필요하다. 코로나 바이러스에서는 스파이크 단백질이 이런 기능을 한다.

첫 번째 백신 플랫폼인 불활화 백신은 코로나 바이러스 전체를 외부에서 배양한 세포에 감염시켜 불활성화한 후 인체에 접종하는 방식이다. 스파이크 단백질이 포함된 바이러스 전체 단백질로 면역반응을 유도하는 것이다. 이 방식으로 시노백 백신이 개발됐다.

두 번째 바이러스 벡터 백신은 스파이크 단백질을 발현하는 재조합 바이러스를 인체에 접종한다. 재조합 바이러스가 인체 내에서 스파이크 단백질을 만들며 면역반응을 유도한다. 얀센과 아스트라제네카가 개발한 백신이 바이러스 벡터 백신이다. 

세 번째 서브유닛 백신은 스파이크 단백질을 곤충세포와 같은 외부 세포에서 발현시켜 정제 후 직접 인체에 접종한다. 노바백스와 SK바이오사이언스 백신이 서브유닛 백신이다.

네 번째 DNA 백신은 스파이크 단백질의 염기서열을 가진 DNA를 활용한다. 이를 인체에 접종하면 인체 세포 안으로 들어간 DNA가 RNA를 만들고 다시 스파이크 단백질을 만들어 면역반응을 유도한다. 

마지막 다섯 번째 mRNA 백신은 스파이크 단백질의 염기서열을 가진 RNA를 외부에서 제작해 인체에 주입한다. 그러면 세포 내에서 스파이크 단백질이 만들어지며 면역반응이 일어난다. 모더나나 화이자 백신이 여기에 해당된다.

물론 인허가된 모든 백신으로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을 방어할 충분한 면역반응이 유도됐다. 하지만 mRNA 백신은 다른 백신보다 개발 속도가 특히 빨랐고, 빠른 백신 개발은 더 많은 사람들을 살릴 수 있었다. 노벨상이 인류에 큰 기여를 한 연구에 돌아간다는 점을 떠올린다면 다양한 백신 플랫폼 중에 왜 mRNA 백신이 조명됐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외에도 mRNA 백신은 다른 백신처럼 대규모 생산 설비가 필요 없다는 큰 장점이 있다. mRNA 생산 설비는 간단한 컨테이너 박스 안에 모두 들어갈 정도로 단순하다. 더구나 안전성과 효과도 다른 백신과 동등하거나 우수한 것이 밝혀졌다.
 

● 핵산 백신, 대세는 DNA가 아닌 RNA

1990년 존 애셔 울프 당시 미국 위스콘신대 의대 교수 등은 DNA와 RNA를 쥐의 근육에 직접 주사했을 때 두 핵산 모두 원하는 단백질을 발현한다는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doi: 10.1126/SCIENCE.1690918)  핵산 기반 면역화 플랫폼이 효과가 있다는 것을 증명한 첫 번째 실험이었다.

초창기 핵산 백신 연구는 DNA 위주였다. 이 당시만 해도 RNA를 제작하는 것은 DNA보다 더 비쌌고 아무 전달체 없이 인체에 주입한 RNA는 리보뉴클레아제(Rnase)라는 효소에 의해 빠르게 분해돼 쉽게 파괴되기 때문에 다루기가 까다로웠다.

RNA는 염증반응 역시 과도하게 유도했다. 이러한 이유로 당시 과학자들은 핵산 백신을 개발하는 시스템으로 DNA 발현 플랫폼에 주목했다.

DNA 백신의 발목을 잡은 건 효율 문제였다. DNA를 인체의 세포막과 핵막을 투과해 핵 안에 넣어 mRNA를 합성하고 mRNA가 다시 세포질로 빠져나와 단백질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효율이 매우 낮았다.

실제로 코로나19 백신 개발 과정에서 세포막의 투과율을 일시적으로 높여주는 전기천공기를 활용해 DNA를 투여했음에도 바이러스 감염을 중화시킬 항체가 충분히 유도되지 않아 국내에서는 임상 1상 이후 진전이 없으며 세계적으로도 인도를 제외한 다른 나라에서는 인허가가 되지 않은 실정이다.

반면 mRNA 백신은 훨씬 효율적으로 인체 세포에 전달된다. 핵 안으로 들어가야 하는 DNA 백신과 달리 세포막만 투과하면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mRNA 전달이 가능해진 건 지질나노입자(LNP・Lipid Nanoparticle)와 같은 지질 방울 개발이 결정적이었다.

현재 사용하고 있는 모든 mRNA 백신은 LNP로 mRNA를 감싸도록 제조하며, 만들어진 mRNA-LNP 조합을 인체의 근육이나 혈관에 주사하면 근육세포나 인체의 특정 장기에서 이를 받아들여 원하는 단백질을 만들 수 있다. 

사실 이번 노벨 생리의학상에 LNP 개발자도 포함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LNP 개발은 많은 과학자들의 공동의 작업이었기 때문에 한 두 명을 특정해 수상하기가 곤란하지 않았을까 싶다.

 
● 기초 과학의 가치를 다시 새기다

이번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은 과학적 발견과 더불어 인간적인 스토리까지 보여준다. 헝가리 가난한 시골 출신의 이민자가 재직한 대학에서 쫓겨나고 대부분의 연구 과제에서 떨어졌을 뿐만 아니라 주요 저널에서 논문 게재까지 거절당했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인류를 팬데믹에서 구한 백신의 주요 원리를 개발했다.

이와 같은 감동적인 스토리 이면에는 우리가 꼭 알아야 하는 몇 가지 지점들이 있다. 이번 수상은 남들이 보기엔 비전이 없는 분야지만 꾸준히 연구를 수행해 여러 편의 논문을 쉬지 않고 발표하면서 RNA 분야의 선구자적 지위를 유지한 커리코 부사장의 인내심과, 이를 알아보고 계속 지원한 와이스먼 교수의 현명함, 마지막으로 좋은 아이디어와 비전 제시만으로도 이를 지원했던 미국 바이오 펀드의 공격적인 방침이 어우러진 결과였다. 

최근 한국은 기초과학 연구비를 대대적으로 삭감해 국내 과학 연구의 기반을 뒤흔들었다. 이 시점에서 커리코 부사장의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은 기초과학을 지원해야하는 이유와 기초과학이 얼마나 국민의 건강과 국가의 생존에 필수적인지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필자 소개
남재환
 가톨릭대 의생명학과 교수. 고려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고, 질병관리본부와 국립보건원에서 보건연구사와 보건연구관으로 근무했으며, 미국국립보건원(NIH) 산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에서 박사후 연구원을 지냈다. 현재 가톨릭대에서 바이러스에 의한 다양한 질병을 연구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RNA를 기반으로 하는 백신과 백신증강제를 개발하고 있다. 

[남재환 가톨릭대 의생명과학과 교수,김태희 기자 jhnam@catholic.ac.kr,taeh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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