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경쟁교육 잡은 대입개편…이제는 대학이 답할 차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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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8 대학입시제도 개편안'이 발표됐다.
우리 사회에서 대입제도는 단순한 학생 선발규칙 이상으로 사회적 관심이 첨예한 문제다.
대학도 이번 개편안에 따라 학생들을 어떻게 선발할지 치열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다.
고교 교육과정에서 선택권이 늘어나고 융합교육이 확대되면서 대학에서는 학생의 기본적인 학업수행 역량을 평가하는 것이 더욱 중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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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뉴시스] '2028 대학입시제도 개편안'이 발표됐다. 우리 사회에서 대입제도는 단순한 학생 선발규칙 이상으로 사회적 관심이 첨예한 문제다. 특히 이번 개편은 고교학점제의 전면 시행과 학령인구의 급격한 감소, 디지털 대전환 시대의 인재 양성 등 다양한 이슈로 그 중요성이 더욱 컸다고 생각된다.
필자는 '2028학년도 대입정책 자문회의' 의장직에 있으면서 각계각층의 전문가와 미래 대입제도 개편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를 진행했다.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힌 대입정책의 예민함을 실감할 수 있었다. 하지만 미래 교육을 더 나은 방향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기회라고 여겼다. '대입을 위한 교육'이 아닌 '교육을 위한 대입'이라는 기본 원칙에 충실한 대입 정책 방향을 제시하고자 했다.
정부가 발표한 개편안을 세 가지 측면에서 살펴보고자 한다. 우선, 항상 이슈였던 '수능 선택과목 유불리 논란'에 대한 대응방안을 마련한 것이 눈에 띈다. 학생이 얼마나 열심히 공부했느냐가 아니라, 어떤 과목을 선택했는지에 따라 합격 여부가 달라진다면 그 결과는 공정하다고 할 수 없다. 기존 발표처럼 '고1 공통과목'은 상대평가로, '고2·3 선택과목'은 절대평가로만 했다면 대입에서 1학년 성적 위주로 반영됐을 것이다. 학생들의 3년간의 노력이 공정하게 평가받기 어려웠을 테다. 이 두 가지 문제가 개선된 것으로 대입 공정성이 크게 강화되고 '고교학점제' 정착을 앞당기는 계기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된다.
둘째, 수능에 응시하는 모든 학생이 '통합사회'와 '통합과학'을 보도록 한 것도 중요한 변화다. 현재 학생들은 점수를 얻기 어렵다는 이유로 물리, 경제 등 과목을 선택하지 않고 있다. 이번 대입 개편으로 학생들은 특정 심화 과목이 아닌 '사회'와 '과학' 교과의 모든 핵심 내용을 학습하게 된다. 자신의 관심과 적성에 따른 심화학습은 대학에서 이어가게 된다. 이는 곧 시대가 요구하는 융합인재 양성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
셋째, 학령인구가 급격하게 감소하면서 모든 학생의 역량과 가능성을 최대한 길러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졌다. 학생들이 미래 사회 리더로 성장하기 위해 필요한 동료와의 협업 능력과 공동체 의식은 주변과의 서열 경쟁으로 기를 수 없다. 그런 점에서 고교 내신을 9등급제에서 5등급제로 변경한 것은 큰 혁신이다. 이를 통해 학생 간 과도한 경쟁이 완화되고 협력학습이 유도될 것이다.
이번 개편안은 현실 여건과 교육 이상을 고려한 합리적인 절충안으로 보인다. 낡은 경쟁교육에서 벗어나, 디지털 대전환 시대의 고등교육으로 나아가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특히 고교학점제가 충분히 준비되지 못한 교육 현장이 최대한 안정적으로 대학입시를 운영할 수 있도록 안전장치들을 마련하면서도 극심한 경쟁 교육이 가져오는 부작용을 완화했다.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융·복합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최소한의 개혁을 놓치지 않은 적절한 선택으로 보인다.
물론 개선이 필요한 부분들이 더 있을 수 있다. 대학 혁신 지원을 위한 선발제도의 자율성 확대 등 기대한 내용이 없어 아쉬운 점도 있다. 하지만 모든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할 필요는 없다. 이번 개편안이 교육 현장에 안착해 나가는 과정에서 사회적 논의를 통해 얼마든지 보완해 가면 된다.
대학도 이번 개편안에 따라 학생들을 어떻게 선발할지 치열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다. 고교 교육과정에서 선택권이 늘어나고 융합교육이 확대되면서 대학에서는 학생의 기본적인 학업수행 역량을 평가하는 것이 더욱 중요해졌다. 대학의 선발권 확대를 위해서는 대학이 더 신뢰받을 수 있는 역량을 갖춰야 할 것이다. 대입제도는 교육부가 발표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다. 이제 대학이 응답할 차례다.
김헌영 강원대 총장, 2028 대입정책자문회의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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