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골프에 진심인 거 마쭈?”···개그맨 김준호의 골프이야기
골프캐릭터 출시하고 31일간 32라운드도
인생 잭팟은 김지민···매일 행복한 파티 중
골프매력은 자신과의 싸움, 모든 건 자신 탓
김준호는 상대의 허를 찌르는 재주가 있다. 때론 개그로, 때론 통 큰 한 방으로 놀라게 한다. 개그맨과 사업가의 기질을 타고 났다. 그가 2년 전 출시한 ‘마쭈’ 캐릭터 상품도 가져오면 좋을 것 같다고 했더니 아예 살아 움직이는 마쭈를 데리고 와 스튜디오를 한순간 자신의 무대로 만들었다.
김준호를 만나고 싶었던 건 그의 그칠 줄 모르는 농담과 장난 속에서도 골프에 대한 열정을 엿볼 수 있어서였다. 해괴한 좀비 스윙을 하면서도 페어웨이를 좀처럼 벗어나지 않는 그의 티샷은 그만큼 많은 연구와 노력을 했다는 의미다. “골프에 진심이다”라는 말을 자주 하는 그는 “어!” “제가 말이죠” 등 특유의 추임새를 섞어가며 열변을 토했다.
오늘 마쭈랑 함께 왔는데요. 마쭈는 어떻게 탄생한 거죠?
“옛날에 제가 ‘자나자나’라고 한 적 있어요. ‘자나자나 내가 왔자나~’ ‘자나자나 토크 되자나~’ 이런 식으로요. 근데 자나자나는 실패했어요. 그걸 반면교사 삼아 다시 캐릭터를 한 번 더 해야겠다 했죠. 당시 한창 뜨던 펭수를 꿈꾸면서 하긴 했죠. 펭수의 대항마다, 뭐 이런 콘셉트로요.”
언제 개발한 거죠?
“2021년이요. S 방송의 ‘미우새’(미운 우리 새끼)에서 처음 발표하면서 투자설명회를 했는데 다들 망한다고 했어요. 그래도 꿋꿋이 하고 있습니다. 제가 그 사람들한테 복수하기 위해서라도 성공할 겁니다. 유니버설하고 디즈니하고 언젠간 다 컬래버하고, 마쭈랜드까지 만들 겁니다. 마쭈야! 30년만 기다려. 하하.”
돈은 좀 버셨나요?
“스읍~ 아직까지 뭐···. (옆의 마쭈를 바라보며) 한숨 쉴 만큼은 아니잖아, 그치?”
마쭈: “그쵸. 칭찬 좀 해줘요.”
“어, 그래. 마쭈가 그래도 예전에 캐릭터 페어라고 코엑스에서 열린 행사에 간 적이 있었어요. 그때 콩순이 뒤에 있었는데 콩순이 못지않은 인기를 끌었어요. 마쭈를 어느 정도 아시더라고요. 미우새 이런 데 나와서 그랬나 봐요.”
마쭈의 탄생에는 김준호가 적극 참여했다. 개발 당시가 코로나19가 한창 유행이던 상황. 사람들이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다는 점에 착안해서 마쭈를 ‘화난 고양이’ 콘셉트로 디자인했다. 표정을 보면 약간 화가 나 있다. 마쭈는 자신이 호랑이인 줄 알고 살아간다는 설정을 하고 있다. 현재 마쭈의 틱톡 구독자 수는 38만 명에 달한다. 출시된 캐릭터 상품은 80여 종, 골프 관련 제품도 20여 종이나 된다. 마쭈만의 사인도 있다. 우리의 영상 담당 스태프는 마쭈의 매력에 푸욱 빠진 나머지 사인을 받고 싱글벙글 했다.
근데 왜 이름이 마쭈죠?
“이름에 ‘쭈’가 들어가면 좀 귀여운 것 같아서요. 큰 의미는 없습니다. 하하”
‘그거 마쭈?’ 이런 느낌인가요?
“그래서 사람들이 ‘와쭈, 마쭈~’ 하면서 마쭈 고향이 충청도냐고 했어요. 처음에는 충청도를 대표하는 고양이를 하려다가, 아니다! 너는 K-고양이다, 이렇게 했죠. 혹시 한국 고양이 아시는 거 있으세요? (김)종국이가 불렀던 ‘검은 고양이 네로’, 그거 말고 없어요!”
마쭈: “마쭈!”
“그래, 마쭈. 사실 마쭈 밖에 없어. 너는 이제 한국의 고양이, K-고양이로 글로벌로 곧 갈 거야.”
마쭈: “렛츠 고~”
마쭈가 골프도 하나요?
“원래는 못 치는데 예전에 해운대CC에서 행사를 하면서 시타를 한 적 있어요. 드라이버로 40m 날렸나?”
마쭈: “(몰라줘서 짜증난 듯) 아이~, 110m.”
“맞아, 110. 몰라줘서 미안하다. 그리고 마쭈의 특기는 퍼팅이에요. 머리가 크니까 작은 동작을 잘 해요. 하하.”
이제 ‘마쭈 아버지’ 김준호 씨에 대해 여쭤볼게요. 골프는 언제부터 시작했나요?
“2010년부터요. 그때 정명훈, 홍인규 이 친구들과 다 같이 시작했죠.”
2010년에 다들 한꺼번에 시작한 이유가 있나요?
“아뇨, 특별한 이유는 없어요. 제가 운동을 잘 못해요. 미우새 보시면 아시겠지만 힘이 없어 팔굽혀펴기 하나도 못해요. 축구도 못하고 농구도 못해요. 제가 잘하는 게 당구나 탁구 등 조그마한 공을 가지고 하는 건데 골프도 잘할 것 같아서 시작했어요. 골프라는 게 체력과 운동 능력도 필요하지만 잔머리가 있어야 돼요. 그래서 우리 같은 개그맨들과 잘 맞는 것 같아요. 2010년에 함께 시작한 친구들이 지금은 다 각자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어요. 홍인규, 정명훈, 변기수, 그리고 조금 늦게 했지만 허경환도 그렇고요. 세븐도 그 당시 골프친구였어요. 그때 저희 개그맨들이 많이 시작했는데 선배인 제가 하니까 후배들도 따라한 측면이 없지 않은 것 같아요.”
당시에는 골프 치는 개그맨이 별로 없었나요?
“그 전까지 개콘(개그콘서트)에서 골프 치는 사람이 아예 없었어요. 지금은 엄청나게 많죠. 제가 ‘개골개골’이라고 개그맨 골프단도 만들었어요. 박미선 선배님부터 허경환, 양세형, 양세찬, (김)지민이 등 30~40명 개그맨들이 여기서 다 만났어요. 개그맨들의 소통의 장도 됐죠. 그때 맨날 변기수나 정명훈이 1등을 하니까 선배들부터 우리까지 모두 스트레스 받는 거예요. 그래서 리그를 나눴어요. 메이저리그는 84타까지, 85타부터 94타까지는 마이너리그, 95타부터 104타까지는 쓰레기리그, 그리고 105타부터는 똥리그라고 해서 4개 부문을 따로따로 수상했어요. 그랬더니 상을 골고루 가져가더라고요.”
김준호 씨는 어떤 리그에 속해 있었나요?
“전 메이저인데 꼴등 메이저였어요. 왜냐면 골프 잘 치는 개그맨이 그때 변기수, 정명훈, 홍인규, 그리고 저밖에 없었어요. 저는 80대, 얘네들은 70대 타수를 치기 때문에 저는 상을 거의 못 탔죠. 요즘에는 마이너들이 저한테 자꾸 덤벼요. 제가 방송에서 하도 못 치니까 양세찬, 강재준, 그리고 허경환, 장동민 등 이런 잔잔바리(하찮다의 속어) 애들이 그래요. 그렇지만 골프는 사실 이 한두 타 따라 잡고 싶은데 못 잡거든요.”
TV나 유튜브 등에서 보면 ‘디스코 스윙’이라고 폼이 웃긴데요.
“재작년쯤에 유튜브를 보는데 누가 ‘이상한 스윙’이라고 영상을 올렸어요. 진짜 루틴이 1분 걸리는 사람, 다리를 이상하게 틀어서 치는 사람, 정말 이상한 스윙이 다 있기에 제가 ‘으이구, 좀 배우지’ 이랬는데 1분 있다가 제가 나오는 거예요. 제가 그 정도까지는 아닌데 스트레스를 좀 받았죠. 근데 그거 보자마자 (홍)인규한테 ‘이거 재밌다. 좀비 대회 한 번 하자’고 그랬죠. 좀비 스윙 대회를 두 번 했어요. 주위에 그런 분들 진짜 많거든요. 근데 창피해서 안 하려고 해요. 그럼에도 몇몇 분들 나오셨는데 ‘개구리 스윙’ 등 별 희한한 스윙들이 다 있더라고요.”
스윙을 멋지게 하고 싶은 생각은 없나요?
“저 같이 대결 좋아하는 사람들은 자세보다는 스코어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자세가 로리 매킬로이면 뭐해요, 실력은 백돌이인데요. 주위에 자세만 좋은 사람이 너무 많아요. 아시잖아요? 짐 퓨릭도 8자 스윙인데 PGA 투어에서 몇 번을 우승했잖아요. 그래서 저는 골프는 자세가 중요한 게 아니다, 자기만의 어떤 무기나 확실한 구질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이렇게 생각해요.”
루틴이 매우 긴 걸로도 유명한데요.
“예전에 K 방송 예능 ‘남자의 자격’에서 최경주 선수가 (이)경규 형님, 주상욱, (김)국진이 형, 그리고 저랑 4대1로 대결을 한 적이 있어요. 제가 백돌이 때예요. 제가 지금 루틴이 길다고 하잖아요. 그때는 두 배 더 길었어요. 거의 40초 정도였는데 심장이 떨려서 그런 거였어요. 왜냐하면 제가 딱 섰는데 최경주 선수부터 경규 형, 국진이 형까지 다 쳐다보고 수십 대의 카메라가 저를 찍고 있어요. 어드레스 자세를 취하고 아무 말 없이 가만히 서 있는데 경규 형이 ‘야, 빨리 쳐! 빨리 쳐야지!’ 이래요. 제가 거기서 ‘잠깐만요. 저 이러면 못 해요’라고 했어요. 다시 또 시작. 최경주 선수부터 다 기다려요. 상금이 거의 한 20억 되는 분위기예요. 딱 쳤는데 사람이 뒤땅을, 그것도 1m 뒤를 칠 수 있다는 걸 그때 알았어요. 하하. 너무 긴장해서 그랬던 거예요. 촬영 후에 최경주 선수는 제 골프채에 ‘뒤땅 치지 마세요’라고 사인해줬고요.”
루틴을 그렇게 길게 하면서 어떤 생각을 하나요?
“최경주 선수한테 죄송한데, 제가 ‘골프가 뭡니까, 가르쳐 주십시오’ 했더니 ‘그립이 70%’라고 해요. ‘앗, 알겠습니다’. 그 후부터 제가 그립을 이렇게 잡아야 하는지, 요렇게 잡아야 하는지 실험을 해요. 거의 ‘그립 연구가’예요. 팜 그립, 스트롱 그립 다 해봤는데 지금도 계속 바꿔요. 지금은 핑거 그립을 잡는데, 치기 전에 손 만지작만지작 하는 게 10초쯤 걸려요.”
최경주 선수가 그립의 중요성만 강조하고 정작 어떻게 잡아야 하는지는 안 가르쳐줬나요?
“최경주 선수 조언대로 잡았더니 진짜 잘 맞았어요. 그때 라베(라이프 베스트)였어요. 최경주 선수 말 듣고부터요. 제가 라베가 1오버파인데 4~5년 전에는 1년 동안 세 차례나 기록했어요. 그냥 뭐 어프로치 치면 ‘칙칙 폭폭’이에요. 칙칙 폭폭 하고 스핀 먹고 서요. 30m건 20m건 그땐 그랬어요. ‘해리퍼터’ 별명처럼 퍼터 좋지, ‘껌프로치’로 불릴 정도로 어프로치 좋았죠. OB 내서 ‘따블’(더블 보기)을 해도 버디 2개로 메우는 등 진짜 좋았는데···. 스읍 아~, 뉴스에 한 번 나오고부터 안 되기 시작하더라고요.”
김준호 씨 앞에서 언급하면 안 된다는 ‘그 사건’요?
“네, 모든 멘탈이 다 사라지더라고요. 지금 다시 조금 회복하려고 하는 중이에요. 당장 다음 주에 홍인규TV에서 여는 대회가 있는데 잘 되려나 모르겠어요. (테니스의) 이형택 선수, (야구의) 윤석민 선수, 그리고 우리 개그계에서 잘 치는 변기수, 정명훈, 배동성 선배님, 이상운 선배님 등 많은 고수들이 나와요. 6개 조에 3명씩 쳐서 1등만 결승에 올라가고 상금도 2000만~3000만 원 해요. 예선은 추첨인데 다들 저랑 하길 바란다고 해요. 하하. 그래서 제가 이번에 보여줘야 돼요. 이런 이상한 스윙으로도, 이런 아저씨 스윙으로도, 우승한다는 걸 보여줘야 괴상한 스윙으로 놀림을 받는 사람들의 희망이 된단 말이죠. 마쭈야! 안 그래?”
마쭈: “희망!”
주변에 고수들이 많잖아요. 김준호 씨가 인정하는 연예계 최고수는 누군가요?
“연예계 통틀어서 1등은 당연히 김국진 형님이죠. 연예인 대회에는 그런 게 없지만 만약 2~3라운드 대회면 무조건 국진이 형이 우승할 걸요. 변기수는 상금 있는 대회에 꼭 나가요. 상금으로만 따지만 변기수가 1등이에요. 그리고 여자 셀럽이 있거나 매력적인 여성이 있으면 정명훈이 잘 쳐요. 하하.”
반대로 이 친구는 항상 내 ‘밥’(하수)이다, 과연 누가 있을까요?
“제 밥들이요? 한솥 도시락도 있고, 김혜자 도시락도 있고 뭐 많은데···. 장동민이나 강재준, 양세찬 이런 레벨들이 있어요. 80대 후반이나 90대 초반 왔다 갔다 하면서 어디 가서는 70대 후반 쳤다고 해요. 그래? 나랑 한 번 붙자고 해서 치면 90대 쳐요. 하하. 김대희 형은 90대 초중반 치고요. 가만 보면 저는 장동민, 양세창, 강재준을 무시하고 이 친구들은 김대희를 무시하고, 홍인규는 절 무시하고, 변기수와 정명훈은 홍인규를 무시하고···. 이렇게 한 5단계 정도가 있는 것 같아요.”
개그맨들끼리 치면 서로 웃기려고 하나요?
“(단호하게) 아뇨! 서로 말 한 마디도 안 해요. 엇, 이 사람들 직업이 뭐지? 이 정도예요. 왜냐하면 우리가 승부 보는 걸 좋아해서 당구든 골프든 그 순간에는 열심히 하죠. 근데 끝나고 나서는 개그맨인데 얼마나 많은 형용사와 많은 비유를 해가며 놀리겠어요.”
라운드 후에는 서로 할 말이 너무 많겠는데요.
“너무 많죠, 많아요. 그래서 저희는 나름의 룰을 중요시해요. ‘레드 이즈 화이트’라는 모임도 있어요. 해저드(레드) 없이 다 OB(화이트)예요. 나가면 다 OB 처리하는 거죠. 왜냐하면 항상 해저드가 분쟁이거든요. 볼이 여기서 빠졌네, 저기서 빠졌네 하는데 그런 말도 하기 싫은 거예요. 그냥 다 OB로 하고 다시 치고 나가요.”
개그맨인데 재미를 위해 나름의 벌칙도 있나요?
“얼굴에 낙서하기 이런 거 하면 홀마다 생겨서 18홀 지나면 가관이에요. 별의 별 게 다 있어요. 위스키를 통에 담아서 버디 하면 마시기, 반대로 꼴등하면 마시는 것도 있고요. 꼴등 술 마시기를 하면 꼴등은 나중에 만취해 있어요. 사우나 목욕탕에 있는데 옆에서 누가 가라앉기에 봤더니 술 먹고 정신 못 차린 후배가 그러기에 꺼낸 적도 있어요. 하하.”
골프의 매력이 뭘까요?
“다른 운동은 막 싸우잖아요. 근데 골프는 넷이 같은 타깃을 바라보고 걸어가요. 사실 자신과의 싸움이에요. 누가 뭐라고 해도 자신을 탓하지, 동반자 탓을 안 해요. 그래서 매력적인 운동 같아요.”
골프 치면서 ‘난 이런 것까지 해봤다’ 하는 게 있을까요.
“부산 해운대CC에서 골프를 치기로 했는데 비가 왔어요. 근데 위에는 비가 안 온다고 해서 경남 양산 에이원CC로 이동을 하는데 거기도 비가 와서 충청도로 가기로 했어요. 에딘버러CC에 예약을 한 뒤 가고 있는데 비가 올라오고 있었던 거예요. 다시 이동해서 결국 영종도 스카이72까지 왔는데 비가 안 그친 거예요. 억울해서 그냥 비 맞고 야간(라운드)을 쳤어요.”
31일 동안 32라운드를 했다고도 하던데요.
“완전 골프에 빠졌을 때예요. 사람이 아니었죠. 2011년이나 2012년 정도로 그때 백돌이 막 벗어난 후 제일 재밌게 칠 때였어요. 여의도에서 오후 1시에 개그콘서트 회의를 하는데 그 전에 서서울CC에서 새벽 5시 30분 정도에 티오프를 해요. 끝난 후 씻고 밥 먹고 와서 회의하고···. 당시는 골프를 아침운동처럼 한 것 같아요. 변기수, 정명훈, 홍인규, 이수근 등이 멤버였어요. 수근이는 요즘 당구로 빠졌죠.”
운전을 잘 못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골프장에는 어떻게 다니나요?
“웬만하면 동반자 차 얻어 타고 가죠. 대신 기름 넣어주고요. 아니면 매니저들에게 오늘 하루 고생해 달라면서 10만 원 줘요. 요즘에는 골프장까지 이동 서비스도 잘 발달해 있어서 큰 불편함은 없어요. 예전에 변기수는 간당간당하게 1번 홀에서 칠 수 있게 헐레벌떡 왔는데 택시 타고 왔다고 자랑을 해요. ‘근데 채는?’ 하고 물어보니까 깜짝 놀라서 ‘채 어디 갔어?’ 그래요. 택시가 그대로 싣고 나간 거예요. 하하.”
홀인원은 경험해 보셨나요?
“아니요. 저는 이글은 자주 해봤는데 요즘은 비거리가 짧아져서 이글하기도 쉽지 않아요. 근데 제가 홀인원과 이글을 진짜 많이 맞아 봤거든요. 야구선수 류현진 친형이 류현수인데 그 친구한테 310m 정도 되는 파4 홀에서 홀인원을 맞았는데 잊을 수가 없어요. 그 집안은 어깨가 좋나 봐요. 하하.”
인생의 홀인원은요?
“(김)지민이 아니겠어요. 잭팟이죠, 잭팟! 하하. 그래서 계속 파티를 하고 있어요. 홀인원 하면 원래 떡도 돌리고 공도 돌리고 하잖아요. 지금 주위에 많이 돌리고 있어요.”
근데 김지민 씨가 골프를 일주일에 두 번만 나가라고 했다고 하던데요.
“요새 골프를 나가면 캐디 분들이 ‘몇 번째예요?’ 물어봐요. 너무 소문나서요. 골프장 가면 사람들이 개그맨 왔다고 사진 찍잖아요. 그런 게 인스타그램에 다 올라가니까 거짓말을 못해요. (일주일에) 딱 두 번 정도 치는 게 좋은 것 같아요. 방송도 해야 하고 데이트도 해야 하고 또 회사 일도 하고 뭐 여러 가지 하니까요.”
편하게 어울리는 멤버는 많나요?
“저는 많아요. 70대 치는 멤버들이 12명 정도 있고 개그맨 후배들 중에서는 ‘도시락’도 있고, 그 반대로 저를 도시락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사방에 있어요. 또 지민이 친구들도 있죠. 그분들은 제가 뭐 사회복지사 개념으로 케어를 해주죠. 주로 120타 정도 치니까 자기들끼리 7온 하고 좋아해요. 하하. 제가 케어하다가 ‘나 버디 찬스인데’ 그래도 아무도 안 쳐다봐요. 파3 홀에서 5온 해서 제가 ‘양파야’라고 하면 ‘아니야, 나 5온이야’라고 해요. 이렇게 타수도 잘 모르지만 여자 친구를 위해서 밝은 미소로 ‘맞아, 5온이야’ 그래요. 하하.”
방송에서 보면 이장님, 사장님, 얍스(얍삽한 쓰레기의 줄임말) 등 여러 캐릭터가 있는데 현실 속 김준호는 어떤 캐릭터에 가깝나요?
“제 안에 많은 사람이 있는 것 같아요. 그걸 줄여나가고 있어요. 사실 제가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BICF)에 가면 집행위원장이에요. 공무원 분들 만나야 되고 협찬사 관계자나 언론인 만나야 하는데 제가 ‘안녕하십니, 까아~앗!’ 이러면 신뢰감이 하나도 없잖아요. 진지하게 정장 입고 만나고 했어요. 그러고 나서 서울 올라가면 또 까불어야 돼요. 그럴 때 제일 힘들었어요. ‘난 뭐지?’ ‘내 성격은 도대체 뭘까?’ 난 어렸을 때부터 오락부장하면서 까불면서 산 놈인데 갑자기 내가 왜 이렇게 진지해졌지? 그러면서 BICF 6~7회 이후 조금 내려놓고 만나니까 그분들도 편하게 여기더라고요. 지금은 약간 중년이 됐는데 개그맨들이 중년에는 약간 철이 없어야 웃겨요. 철이 없어서 웃기는 사람 있잖아요, 탁재훈 형이라고. 하하. 그 형은 아직도 철이 없어서 웃겨요. 저도 재훈이 형처럼 살고 싶어요. 예전에는 캐릭터가 제 뇌에 너무 많았던 것 같아요. 지금은 좀 내려놓고 코미디언 출신의 크리에이터? 그 정도로 정리하고 있어요. 그러니까 조금 집중이 되더라고요.”
여러 캐릭터가 다 잘 어울리던데요.
“제대로 하나 해야죠. 저도 코미디 쪽으로만 하면 자신 있거든요. 사실 제가 그래도 개그콘서트 최다 출연자거든요. 797회예요. 뭐 하나만 진득하니 꾸준히 하는 거면 자신 있어요. 여러 개 벌려서 헷갈리는 거는 저도 좀 싫더라고요. 골프도 그래요. 꾸준히 하면 보상이 오잖아요.”
인생에서 멀리건을 한 번 받는다면 어느 때로 돌아가고 싶으세요?
“멀리건은 기회를 한 번 더 주는 거잖아요? 이미 멀리건을 결혼으로 받게 돼서···. ‘사랑의 멀리건’을 받았어요. 하하. 멀리건을 받아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고등학교 때로 돌아가고 싶어요. 당시 밴드 활동을 했었거든요. 그때 기타를 손 댈 걸 괜히 보컬 한다고 까불었어요. 노래 잘 부르는 사람은 너무 많고 기타 잘 치는 사람은 별로 없잖아요. 그러니까 그때 포지션을 기타 쪽으로 갈 걸, 그러면 지금 제가 기타를 연주하면서 뭔가 할 수 있는 콘텐츠가 많을 텐데 그런 게 좀 아쉬워요. 영어도 마찬가지예요. 그때 공부 좀 더 할 걸···. 요새 야나두(인터넷 교육 플랫폼)로 제가 영어를 배우고 있거든요. 나이 들어서 하려니까 잘 안 되더라고요. 아, 가만 보니까 야나두 대표도 골프를 통해서 만났네요. 야나두 대표랑 제가 박세리의 골프 예능 프로그램 ‘세리머니 클럽’에 1회 게스트로 나갔어요. 그 친구는 5억 원 협찬을 하고 전 ‘마쭈 롱 티’ 1만 원 어치 협찬했어요. 하하. 같은 나이에 너무 비교됐는데···. 그러다 골프 한 번 하면서 친해졌어요.”
혹시 기회가 되면 가보고 싶은 코스가 있나요?
“전 디 오픈 열리는 스코틀랜드 코스 가보고 싶어요. 러프가 정말 말도 안 되게 깊다고 하던데 그런 거 경험해 보고 싶어요. 한 군데를 더 꼽자면 미국 페블비치요. 거긴 내년에 친구들과 가기로 했어요. 사실 죽기 전에 세계 100대 코스를 다 경험하고 싶은데 현실적으로는 힘들 것 같아요. 그래서 50개로 버킷리스트를 줄이긴 했어요.”
누구랑 가보고 싶나요?
“저는 제일 즐거운 게 홍인규랑 치는 거예요. 나보다 (실력이) 좀 위에 있는데 내가 이길 것 같은 사람이랑 치는 게 즐거워요. 인규 잡고, 정명훈과 변기수 잡고, 국진이 형을 이기는 게 저의 목푭니다! 으하하하.”
‘골프는 ○○잖아’ 이렇게 한 마디로 한다면요.
“으음··· 골프 치는 건 너잖아? 이 말에 모든 게 담겨 있는 것 같아요. 니가 어떻게 치든 그게 너의 전부라는 거예요. 골프에 그 사람의 모든 게 투영되는 거다, 그런 뜻이죠. 제가 마릴린 먼로, 짐 퓨릭, 최호성 스윙 등 계속 이상한 폼을 개발하는 것도 새로운 걸 즐기고, 도전해서 이기는 걸 좋아해서예요. 그런 도전과 골프에 제 모습이 담겨 있는 거라고 봐요. 저 골프에 진심입니다. 하하.”
[서울경제 골프먼슬리]
김세영 기자 sygolf@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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