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격 당한 가자지구 거리 팔다리 없는 시신들 즐비" [이-팔 전쟁]
이스라엘 폭격하는 걸 알면서도 빵 구하는 게 최우선
전기 끊긴 집에선 못 구워…빵 구하려다 폭격 당하기도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하마스의 잔혹한 기습에 분격한 이스라엘이 하마스의 본거지 가자지구를 대대적으로 폭격하면서 가자지구의 주민들이 겪는 고통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라고 전하는 현지 작가의 기고문을 미 워싱턴포스트(WP)가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다음은 팔레스타인 시인 겸 작가 모삽 아부 토하의 기고문 요약.
봉쇄된 감옥, 가자에 사는 우리들은 폭격을 당할 때마다 “다음은 우리 차례”라는 공포를 느낀다.
나는 가자 지구 북쪽 이스라엘 국경에서 3km 떨어진 베이트 라히아에 산다. 지난 7일 오전 7시 직전 일상이 급변했다.
내가 일하는 학교로 태워다 줄 자동차가 도착했고 7살 난 딸 야파는 스쿨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갑자기 로켓이 하늘을 날았다.
집사람이 나를 안심시켰다. “시험발사예요. 바다로 쏘는 거라구요.” 그럴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종종 있는 일이었다. 곧바로 두 번째 로켓이 날아갔다. 이스라엘로 향하는 것이 분명했다. 더 많은 로켓이 날아갔다.
전투 벌어지면 생필품 구하는 것이 가장 급한 일
처남이 차를 몰고 와 함께 시장에 가자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필수품부터 생각한다. 빵을 구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밀가루가 있어도 전기가 끊겨 구울 수가 없다.
쇼핑센터로 향했다. 닭과 오이, 아보카도를 샀다. 빵을 사려는 사람들이 길게 늘어서 서로 밀치고 싸웠다. 빵집 주인이 문을 닫아 버렸다. 다른 곳으로 가야했다.
팔레스타인 국기를 들고 하마스를 칭송하는 시위대들이 거리를 행진했다. 전 세계에서 인구 밀도가 가장 높은 자발리아 난민 캠프로 갔다. 빵집과 가게들마다 인산인해였다. 갑자기 이스라엘 군 지프가 달려왔으나 포위됐다. 청소년들이 지프를 공격했고 왼쪽 앞바퀴가 터졌다.
빵을 구하지 못해 닭과 오이, 아보카도만 가지고 집으로 돌아갔다.
수십 명의 이스라엘 희생자들과 납치된 사람들 모습을 보며 버럭 겁이 났다. 전투원들이 어떻게 감시가 철저한 국경을 넘었을까? 어떻게 이들이 이스라엘 군인들을 살해하고 포로들을 잡았을까? 이스라엘이 수백, 수천 명의 가자 주민들을 살해할 것이 분명했다. 이번처럼 무서운 적이 없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가자 주민들에게 “당장 떠나라”고 경고하는 성명이 나왔다. “어디로 가야하지? 1948년부터 선조들이 살아온 이 집을 떠나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피할 곳도, 공습경보도 없고 우릴 지켜줄 군대도 없다.
지난 90시간 동안 전기가 7시간만 들어왔다. 수도는 6시간만 나왔다. 식량을 사러 나가기가 겁이 났다. 옥상의 물탱크에 물이 얼마나 남았는지 살펴보기조차 무서웠다. 언제든 도망칠 수 있어야 했다.
아버지가 “5명이 일을 볼 때까지 변기 물을 내리지 말라”고 했다. “손은 물휴지로 닦고 샤워는 금지다. 설거지도 물을 최소한만 써라.”
빵을 구하는 일조차 위험했다. 어제, 그제, 빵집에서 몇 시간 동안 줄을 서야 했다. 같이 줄을 서 있던 사람이 자발리아 난민 캠프의 쇼핑 센터 맞은 편 건물이 폭격을 당했다고 알려줬다. 식량을 사고 환전하기 위해 가려던 곳이었다. 공습으로 50명이 목숨을 잃었다는 보도가 있은 지 1시간 반 지나서야 집으로 돌아갔다. 가는 길에 팔다리가 없고 얼굴을 알아보기 힘든 시신들을 즐비했다. 사람 시신이 아닌 것처럼 보였다.
폐허와 시신들 옆에 부서진 카트에 담긴 아보카도는 피로 빨갛게 물들어 도저히 아보카도처럼 보이지 않았다.
앞으로 며칠 동안 폭격이 더 심해질 것이 분명하다. 우리는 매번 “다음은 우리 차례”라고 생각하며 겁에 질릴 것이다.
폭발 섬광을 볼 때마다 이번엔 살았다고 안도한다. 폭격 당했다면 그런 생각조차 할 수 없으니까.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목숨을 잃은 것이다. 애도해야 한다는 생각보다 살았다는 안도감이 언제나 앞선다.
☞공감언론 뉴시스 yjkang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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