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복 에코아이 대표 "탄소배출권 사업 진입장벽 높아"

2023. 10. 12.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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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온실가스 감축해 국내 기업에 탄소배출권 판매 "후발주자가 따라오기 어려워"
전자·발전·철강·정유·석유화학 등 다양한 대기업 고객사 확보
19일부터 기관 수요예측, 예상 시총 2817억~3430억원
이 기사는 10월 11일 15:23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이수복 에코아이 대표이사

“탄소배출 감축 사업은 탄소배출권을 확보할 뿐 아니라 개발도상국에 에너지 효율성과 삶의 윤택함을 제공하는 가치 사업이란 점에서 일거양득의 비즈니스입니다.”

이수복 에코아이 대표(사진)는 11일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에서 “에코아이는 이윤 창출뿐 아니라 이해관계자의 이익과 지속 가능한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베네핏 코퍼레이션(Benefit Corporation)을 추구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모든 직원이 에코아이를 '쓰임새가 있는 기업'으로 만들어가겠단 사명감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국내 전체 탄소배출권 60% 이상 조달

2005년 설립된 에코아이는 2013년부터 탄소배출권 관련 사업을 시작했다. 탄소배출권은 일정 기간 온실가스의 일정량을 배출할 수 있는 권리로 거래소나 장외시장에서 매매할 수 있다. 에코아이는 탄소배출권 관련 기업 가운데 최초로 코스닥 상장에 도전하고 있다.

이 대표는 “국제적으로 탄소배출 규제가 점점 엄격해지면서 기업의 부담은 계속 커지고 있지만, 배출권 시장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고 있었다”며 “탄소배출권 시장도 결국 금융상품과 비슷한 시장이라고 생각해 금융기법을 활용하면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고 생각해 뛰어들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채권 분야에서 약 29년간 근무한 금융 전문가 출신으로 2017년 에코아이 CEO로 합류했다. 일종의 프로젝트파이낸싱 기법을 탄소배출권 거래에 접목하며 에코아이만의 독특한 사업모델이 만들어졌다.

에코아이는 기업으로부터 미리 투자 재원을 조달해 해당 자금으로 해외에서 나무 장작 스토브 설치 등 탄소배출 감축 사업을 진행한다. 이후 국제적 검증기관과 UN으로부터 온실가스 감축 결과를 검증받은 뒤 확보한 탄소배출권을 선도 투자한 기업에 약속된 물량을 주고 초과 물량을 판매해 수익을 올린다.

삼성전자, 한화에너지, GS칼텍스 등과 한국중부발전을 비롯한 발전자회사 등 다양한 산업군의 대기업이 에코아이에 투자하거나 탄소배출권 선도계약을 맺고 있다. 에코아이는 기업을 대상으로 배출권 컨설팅 사업도 진행 중이다.

에코아이는 현재 아시아 7개국, 아프리카 7개국, 남미 1개국 등에서 탄소배출 감축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낙후된 조리용 화로를 고효율 쿡스토브로 교체하거나 기존 백열전구 및 형광등을 LED로 교체하는 방식이다. 쿡스토브의 경우 1대당 연간 1톤~2톤 정도의 온실가스를 감축한다.

이 대표는 “쿡스토브는 매연으로 인한 호흡기 질환, 낮은 열효율, 연료 확보 과정에서 불거지는 범죄 등을 모두 해결할 수 있는 수단”이라며 “온실가스 감축뿐 아니라 사회적 가치가 높은 사업이기에 개발도상국 정부나 현지 NGO 등도 해당 사업을 유치하려는 유인이 크다”고 말했다.

시장조사기관인 CMI에 따르면 글로벌 탄소배출권 시장 규모는 2019년 2115억 달러에서 2017년 2조4078억 달러로 연평균 성장률 30.7%를 보일 것으로 전망됐다.

에코아이 역시 시장 확대에 맞춰 실적이 좋아졌다. 상반기에 매출 533억원, 영업이익 198억원을 올렸는데 작년 동기 대비 매출은 44.2%, 영업이익은 13.8% 증가했다. 상반기에 269만톤(t) 분량의 탄소배출권을 판매했는데, 국내 전체 탄소배출권 판매량의 62.2%에 해당하는 규모다.

최근 3년간 에코아이 영업실적 추이

시장 선점으로 경쟁 우위 차지

에코아이는 코스닥 상장으로 확보한 공모 자금으로 자체 투자 재원을 마련해 자체 투자 비중을 늘리고 국내외 감축 사업에 대한 지분 투자할 예정이다. 그동안 투자 재원은 민간 기업에서 조달한 자금과 자체 자금이 약 6대 4였는데 자체 투자를 늘려 수익성을 높이겠단 계획이다.

이 대표는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에코아이와 유사한 기업을 찾기 어렵다”며 “반도체업에서 후발 주자가 선두 주자를 따라가기 힘든 것처럼 탄소배출권 시장도 진입장벽이 높아 선도 주자의 경쟁 우위가 뚜렷하다”고 말했다.

에코아이는 5~6년 전부터 가성비 높은 해외 지역을 선점한 뒤 동일한 감축 수단으로 사업을 할 수 없도록 하는 배타적 계약을 맺었다. 탄소배출권 시장이 커지면서 개발도상국이 원하는 투자 비용이 점차 커지고 있지만 에코아이는 10년간 동일한 조건으로 사업을 진행할 수 있어 비용 부담도 덜하다는 설명이다.

이 대표는 “탄소배출권 사업은 환경 제도 변화에 따른 민감도가 큰 영역인 만큼 배출권 시장 분석 및 국내외 정책 동향을 파악하는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며 “향후 환경 관련 씽크탱크로 발전시켜 환경과 사회에 기여하는 조직으로 키워갈 것”이라고 말했다.

에코아이는 오는 19~25일 코스닥 상장을 위한 기관투자가 대상 수요예측을 진행한다. 공모가 희망 범위는 2만8500~3만4700원이며 예상 시가총액은 2817억~3430억원이다.

최석철 기자 dolso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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