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선 패배에도 “험지에서 잘 싸웠다” 애써 담담한 국민의힘…‘총선 승리 대책’ 예고

김동환 2023. 10. 12.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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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약세인 지역과 수도권 등에서 국민 마음 얻도록 대안 마련”
윤재옥 원내대표 “국민의 뜻에 더욱 부합하도록 경제와 민생 회복에 모든 힘을 기울일 것”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내년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치러진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진교훈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승리로 크게 예방주사를 한 방 얻어맞은 국민의힘이 12일 구민의 선택을 받지 못한 결과에 씁쓸한 뒷맛을 되새기면서도, 강서 지역이 민주당의 텃밭인 점을 부각하듯 ‘험지에서 넉넉한 여건이 아니었음에도 잘 싸웠다’고 애써 차분하게 평가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 모두발언에서 “우리 당으로서는 험지로서 넉넉한 여건이 아니었다”며 “그럼에도 강서구민들의 민심을 받들기 위해 온 힘을 다해 선거운동에 임해주신 당원 동지들께 감사의 인사와 함께 송구하다는 말씀을 올린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이어 “우리 당 후보자를 힘껏 지지해주신 강서구민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낙선했지만 강서 발전을 위해 우리 당이 할 역할에 충실하도록 노력하겠다”면서 “이번 선거의 패인을 냉철하게 분석하고 총선 승리를 위한 특단의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상대적으로 우리 당이 약세인 지역과 수도권 등에서 국민의 마음을 더 많이 얻을 수 있도록 맞춤형 대안을 마련하겠다”며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각오로 더욱 낮은 자세로 민심에 귀를 기울이겠다”고 남은 총선까지의 기간 동안 철저한 준비를 예고했다.

김 대표에 이어 마이크를 잡은 윤재옥 원내대표는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나타난 민심을 겸허히 수용한다”며 “민심의 회초리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패배를 딛고 전진한 기반이 된다고 생각한다”고 운을 뗐다.

윤 원내대표는 “당과 후보자는 구민의 마음을 얻기 위해 최선을 다했으나 구민들께서 보시기에 여러모로 부족한 점이 많았던 것 같다”며 “이번 선거는 전국 기초단체 중 한 곳에 불과하지만 국민 전체의 민심이라 여기고 그 뜻을 깊이 잘 헤아려가겠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민생’이 투표 방향을 결정한 기준이었다고 생각한다면서, 윤 원내대표는 “선거 결과와 국민들께서 겪으시는 여러 어려운 상황을 잘 분석해 당 정책과 운영의 부족한 점을 찾아 보완하고, 국민의 뜻에 더욱 부합하도록 경제와 민생 회복에 모든 힘을 기울이겠다”고 약속했다.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당 최고위원회의를 앞두고 어두운 표정을 짓는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를 뒤로 한 채 관계자가 회의실 출입문을 닫고 있다. 연합뉴스
 
앞서 지난 11일 치러진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총 13만7066표를 얻어 득표율 56.52%를 기록한 진 후보가 9만5492표(득표율 39.37%)를 받은 김태우 국민의힘 후보를 17.15%p 차이로 누르고 압승했다.

강서구를 ‘험지’로 본 국민의힘 시선은 이 지역이 그간 민주당의 강세가 이어진 곳이라는 점과 무관치 않다. 강서구를 지역구로 둔 현직 국회의원 세 명이 모두 민주당 소속이고, 지난해 김 후보가 구청장으로 당선되기 전까지 내리 3번이나 민주당이 구청장 자리를 가져갔었다. 총 13만2121표를 얻어 김 후보가 구청장에 당선됐던 지난해 지방선거에서는 김승현 민주당 후보와의 득표 차이가 불과 6713표로 대선 승리 분위기 영향이 적지 않았다.

이번 선거를 앞두고 양 후보의 득표율이 18%p 차이를 보일 거라고 예측했다가 김병민 국민의힘 최고위원에게 ‘사이비 평론가’라고 비아냥 들었던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11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 “오늘의 결과는 17.87%라는 21대 총선 강서구 합산 득표율 격차에서 거의 변하지 않았다”며 재차 자신이 ‘데이터 평론가’임을 증명했다.

2020년 치러진 21대 총선에서 민주당에 의석을 대거 내주고 패한 후, 지난해 대선과 지방선거를 거쳐 가까스로 회복한 국민의힘 세력이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로 ‘리셋’ 됐다고 분석한 이 전 대표는 “그 중간에 이기는 길을 경험해봤음에도 그저 사리사욕에 눈이 먼 자들이 그걸 부정해왔다”며 “더 안타까운 건 이제부터 실패한 체제를 계속 끌고 나가려는 더 크고 더 비루한 사리사욕이 등장할 것”이라는 말로 앞으로도 사실상 ‘친윤(친윤석열)세력’의 힘이 더 커질 거라는 취지로 내다봤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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