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코아티가 앵무 잡아먹어도 과태료 300만 원... 동물원 처벌 솜방망이

고은경 2023. 10. 1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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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원 내 부적절한 사육으로 동물끼리 잡아먹는 사고가 발생해도 과태료 부과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시민들이 동물원 내 사육시설 미흡이나 과도한 체험 등을 동물학대로 보고 관할 지방자치단체나 환경청에 신고하지만 동물원 및 수족관의 관리에 관한 법률상 위반사항이 없어 개선지도에 머무르고 있었다.

또 다른 대구의 한 동물원에서는 △염소를 동물원 내에서 목매달아 죽이는 등 동물학대 △국제적 멸종위기종 사육시설 미등록 등의 문제를 지적하는 신고가 접수되면서 폐쇄 요구가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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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진 의원, 환경부 동물원 학대 및 체험 현황 자료
서울 마포구의 한 야생동물카페를 찾은 손님이 꼬리를 다친 코아티에게 간식을 주고 있다. 사진은 해당 기사 내용과 상관없음. 어웨어 제공

동물원 내 부적절한 사육으로 동물끼리 잡아먹는 사고가 발생해도 과태료 부과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시민들이 동물원 내 사육시설 미흡이나 과도한 체험 등을 동물학대로 보고 관할 지방자치단체나 환경청에 신고하지만 동물원 및 수족관의 관리에 관한 법률상 위반사항이 없어 개선지도에 머무르고 있었다.

11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환경부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2018년 1월부터 올해 8월까지 동물원의 동물학대 신고 건수는 총 16건. 한 건당 비슷한 민원이 28건까지 제기된 곳도 있어 실제 신고 건수는 이보다 많다. 이 가운데 조치가 취해진 것은 2건에 불과하며 이마저도 과태료 부과에 그쳤다.

서울 시내 한 이동식 체험 동물원에서 아이들이 동물을 마구잡이로 만지고 있는 모습. 어웨어 제공

시민들은 "환경이 열악하고 동물이 배고파 보이며 이상행동을 보인다", "동물 개체 수가 너무 많고 사육시설이 종별 특성을 고려하지 않았다", "체험존에서 작은 동물들을 만지고 실수로 떨어뜨리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는 등의 민원을 제기했다. 하지만 지자체의 현장 점검 결과는 대부분 '특이사항 없음, 개선권고'였다. 동물원수족관법상 위반사항이 없다는 이유였다.

유영재 비글구조네트워크 대표는 "법이 시민들의 눈높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종별로 제공해야 하는 사육 환경과 관리 기준이 없는 데다 지자체가 조치를 하려 해도 동물학대를 입증하기가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대구의 한 동물원에 홀로 남아 있는 낙타 '햇님이'. 비글구조네트워크 제공

더욱이 대구의 한 동물원에서는 사육환경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상황에서 코아티와 앵무를 함께 기르다 코아티가 앵무를 잡아먹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에 대해 지자체는 보유 생물의 적정한 서식환경 및 안전관리, 질병관리 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동물원수족관법 제3조 제1항 제8호 위반으로 과태료 300만 원을 부과하는 데 그쳤다.

이형주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대표는 "동물의 고통 수준을 생각하면 심각한 일임에도 과태료 300만 원에 그치고, 동물원은 버젓이 영업을 하고 있다"며 "현행법이 미흡하다는 걸 그대로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대구의 한 동물원에서는 △염소를 동물원 내에서 목매달아 죽이는 등 동물학대 △국제적 멸종위기종 사육시설 미등록 등의 문제를 지적하는 신고가 접수되면서 폐쇄 요구가 일었다. 이에 대해 지자체는 보유 생물의 반입 등에 대한 기록을 해야 한다는 동물원수족관법 제9조 위반을 적용해 과태료 300만 원을 부과했지만 동물원 폐쇄는 어렵다는 입장을 보였다.


영업 중인 동물원에 주어지는 유예기간 등 대책 마련해야

경기 양주시 한 체험동물원에 있는 프레리도그가 철창 밖을 내다보고 있다. 이곳은 50여 종의 동물을 대부분 만질 수 있다. 고은경 기자

한편 전국 동물원 내 체험현황에 관한 자료를 보면 라쿤, 미어캣, 프레리도그, 사막여우, 햄스터 등 포유류뿐 아니라 비어디드래곤, 레오파드게코 등 파충류 등을 생태교육이라는 명목으로 만지기, 사진찍기, 먹이주기 등 체험에 동원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동물원수족관법 개정안이 12월부터 시행되면서 사육기준 및 시행령을 통해 체험을 최소화하는 방안이 마련될 예정이다. 하지만 이미 영업 중인 동물원에는 5년의 유예기간(시설기준)이 주어져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또 시행령에서 정해지는 체험 기준도 명확히 해야 한다는 게 동물단체의 의견이다. 이 대표는 "지금 입법예고한 시행령은 체험을 완전히 금지하는 대신 계획을 제출하고 허가권자(지자체와 환경부)가 판단하도록 돼 있다"며 "허술하게 마련하면 오히려 체험을 허용하게 돼 '원칙적 금지, 예외적 허가'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 의원은 "일부 동물원에서 좁은 사육 면적, 부족한 먹이 공급, 낯선 사람의 만지기 체험프로그램 등의 동물학대가 이뤄지고 있다"며 "시민들의 높은 동물복지 인식에 맞춰 환경부의 동물원 규제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고은경 동물복지 전문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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