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팔 충돌 사망자 2300명…전기·물 끊긴 가자 인도주의 위기(종합)
좌우 뭉친 이스라엘, 전쟁 비상내각 구성
(서울=뉴스1) 강민경 김민수 정윤영 기자 =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교전이 닷새째 지속되고 있는 11일(현지시간) 가자지구가 전력 공급 중단으로 완전한 암흑에 휩싸였다. 양측 사망자 수는 2014년 50일 전쟁 당시와 맞먹는 2300명에 달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후 전면 봉쇄에 따른 연료 부족으로 가자지구 내 유일한 발전소 가동이 중단됐다. 주 전력이 끊기고 물과 식량이 바닥나면서 인도주의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가자지구 주민 마젠 모하마드(38)은 AFP 인터뷰에서 "마치 유령도시에 우리가 유일한 생존자인 것처럼 느껴졌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의 집중 폭격이 지속되면서 주거용 건물과 이슬람 사원, 대학 캠퍼스 등이 초토화되고 시커먼 잔해와 불에 탄 차량, 깨진 유리 등이 가자지구의 거리를 뒤덮었다. 병원은 산소를 포함한 의약품 부족으로 환자 대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유엔과 유럽연합(EU) 등은 이스라엘의 봉쇄를 계속 비판하며 인도주의적 지원 통로를 개방하라고 촉구했다. 알아라비야 등 중동 매체들은 이집트가 인도주의적 지원을 위한 6시간 휴전을 제안하고 있다고 전했다.
◇좌우 뭉친 이스라엘, 전쟁 비상내각 구성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중도좌파 성향의 제2야당과 전시 비상내각 구성에 합의했다. 전쟁을 계기로 좌우 통합 연정이 구성되고 네타냐후 정부가 구심력을 얻으면서 하마스에 대한 신속한 군사 조치가 이뤄질 전망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심야 TV연설에서 "이스라엘 국민과 지도부가 하나로 뭉쳤다"며 "국가적 운명이 걸린 일이기 때문에 모든 차이를 제쳐 두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스라엘은 하마스를 부수고 파괴할 것"이라며 경고장도 날렸다.
연정 파트너가 된 국가통합당 수장 베니 간츠는 "우리의 동반자 관계는 정치적인 게 아니라 운명을 같이한다는 의미"라며 "지금 이 순간 우리 모두는 이스라엘의 군인"이라며 연대 의식을 드러냈다.
다만 이스라엘 야권의 선두주자인 제1야당의 야이르 라피드 전 총리는 연정에 참여하지 않았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인명피해…사망자 2300명 넘어
양측의 사망자 수는 2300명에 달했다. 이날 기준 이스라엘군이 발표한 자국 사망자 수는 최소 1200명, 가자지구 보건부가 발표한 팔레스타인 사망자 수는 최소 1100명이다.
아직 지상전도 시작하지 않았는데 2014년 발생한 50일 전쟁 당시의 인명피해 규모(2300명)와 비슷해졌다. 부상자 수는 이스라엘이 최소 2700명, 팔레스타인이 5339명으로 모두 합치면 8000명이 넘는다.
인도주의적 목적으로 가자지구에 진입한 국제기구 관계자들도 목숨을 잃었다. 유엔 팔레스타인난민구호기구(UNRWA)는 소속 근로자 11명이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습으로 사망했고, 국제적십자위원회(ICRC)는 소속 근로자 5명이 사망했다고 알렸다.
하마스 측은 주거용 건물 약 535채가 파괴되면서 약 25만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대부분의 이재민들은 유엔이 지정한 대피소에 머물고 있으나 여전히 폐허가 된 거리를 전전하는 이들도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요르단강 서안지구에서도 충돌로 인한 사망자가 나왔다. 팔레스타인 보건부는 무장한 이스라엘 정착민들이 나블루스 남부의 한 마을을 공격하면서 팔레스타인인 최소 4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곧 밀고 들어갈 듯…이스라엘 지상전 준비
가자지구를 둘러싸고 이스라엘의 지상군 투입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이스라엘군은 인근에 병력과 전차, 장갑차 등을 집결시키고 군인들을 위한 막사를 설치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
이스라엘은 이미 30만명의 예비군을 소집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항공편 추가 배정 등의 조치에 따라 해외에서 입국한 이들까지 합치면 예비군 수는 36만명에 달한다.
이는 이스라엘 인구의 4%에 해당하는 숫자이며, 50년 만에 가장 큰 규모의 예비군 동원 사례다. 이스라엘은 1973년 욤키푸르 전쟁 당시 예비군 40만명을 소집한 바 있다.
이스라엘 지상군이 가자지구에 진입할 경우 전쟁 사상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대량 학살을 우려한 듯 이스라엘을 향해 "전쟁 규칙을 따르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동시에 미국은 민간인 대피 방안 모색에 나섰다. 이스라엘의 지상군 투입에 대비한 사전 움직임이다. CNN 등 미국 매체들은 이스라엘 당국자를 인용, 미국이 이집트와 가자지구 내 민간인 대피를 위한 긴급 대책을 논의했다고 전했다. 미국 여권 소지자는 가자지구 남부 라파를 통해 이집트로 출국이 허용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확전 우려는 지속되고 있다. 레바논과 맞닿아 있는 이스라엘 북부에서 충돌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마스를 지지하는 레바논의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는 11일 이스라엘에 미사일 공격을 실시했다며 이는 이틀 전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헤즈볼라 대원 3명이 사망한 것에 대한 대응이라고 밝혔다.
이스라엘방위군(IDF)도 북부 주둔지 중 한 곳이 레바논으로부터 대전차 화기 공격을 받았다고 확인했다. 이번 공격은 국경을 경계로 레바논 마을 다이라 마을 맞은 편에 있는 이스라엘 아랍 알-아람세에서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past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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