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물 안 개구리 아닌 울타리 안 양이 된 국가대표. 훈련보다 실패 경험이 필요하다 [강호석 감독 기고]

강호석 스쿼시대표팀 감독 스포츠부 2023. 10. 12.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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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석 스쿼시 대표팀 감독(국가대표지도자협의회 부회장)



5년간 기다림이 끝났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은 한국 엘리트 스포츠의 현주소와 앞으로 방향성에 대한 메시지를 전한 대회였다. 그동안 아시안게임이 국민의 관심에서 벗어난 것으로 치부되었으나 이번 아시안게임은 국민 관심과 사랑 식지 않았다는 것을 재확인했다. 선수들의 진심어린 자세와 왼 가슴에 달린 태극기가 부끄럽지 않은 당당한 모습을 국민은 원한 것 같다.

늘 이길 것만 같은 종목에서 나온 연이은 패배는 ‘영원한 승자는 없다’는 진리를 새삼 다시 한번 일깨워줬다. 3위는 어느새 당연해졌고, 4위에 쫓기는 3위가 됐다. 아시안게임보다는 올림픽을 준비하는 일본의 여유를 보면서 한국 엘리트 스포츠 초라함도 느껴졌다.

전통적으로 강한 구기종목과 투기 종목 하락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다. 한국 스포츠는 이제 우물 안 개구리가 아니다. 우물 안 개구리는 우물 밖을 보지 못한다. 그러나 울타리 안 양은 다르다. 울타리 밖 넓은 세상을 보지만 울타리 안 안락함에 취해 울타리 밖으로 나가지 않는 것이다. 한국 스포츠는 울타리 안 양이 되어 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스포츠 환경은 훈련 중심에서 시합 중심으로 바뀐 지 오래됐다. 그러나 우리는 아직 훈련 중심으로 선수를 육성하고 있다. 노련함은 경험에서 나오는 것이다. 과연 우리는 선수들에게 다양한 경험을 하게 하는지 고민해야 한다. 과학은 선수의 열정과 경험을 넘어설 수 없다. 스포츠 과학은 필요한 것이지 절대적인 게 아니다. 스포츠 과학을 강요하는 데 매몰돼서는 안 된다.

지금 선수들에게 필요한 것은 자신보다 더 강한 상대, 그리고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기술을 경험하게 하는 것이다. 수영 황선우 김우빈은 지속적인 호주 전지훈련을 통해 기량을 끌어올렸다. 배드민턴 안세영, 탁구 신유빈, 펜싱 오상욱, 높이뛰기 우상혁 등도 해외에서 많은 대회에 참가한다. 이들 모두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다.

신유빈은 “경험하지 않으면 성장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안세영은 “실패를 통해서 성장했고, 패한 경험이 많아 독하게 준비했다”고 털어놓았다. 국가대표 선수들에게 실패는 중요한 동기유발 요인이다. 선수들은 진천 선수촌에서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훈련한다. 그러나 연간 1~2차례 국제대회 출전으로는 선수들의 성공 욕구를 끌어내기 부족하다.

스포츠는 살아있다. 지금도 다양한 스타일의 선수들이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선수들과 맞붙는 경험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10개월 앞으로 다가온 파리 올림픽과 3년 후 아이치 나고야 아시안게임에 대비해 국가대표 선수들에게 국제무대에서 자신보다 더 강한 상대에게 패하는 경험할 기회를 줘야 한다.

강호석 스쿼시대표팀 감독 스포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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