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해양 미세플라스틱 R&D 예산 88% 삭감, “사실상 중도 포기”

강우량 기자 2023. 10. 12. 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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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수산부 로고

해양수산부가 작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해양 미세플라스틱 관련 연구개발(R&D) 사업의 내년 예산이 올해보다 87.7% 삭감된 것으로 파악됐다. 최근 국제 사회가 해양 미세플라스틱을 바다 오염의 주범으로 지목하고 대책 마련을 위한 공조에 나서고 있는데, 우리 정부는 오히려 진행하던 사업조차 중단한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76억원 줄어든 해양 미세플라스틱 R&D

6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소병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해수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내년 ‘해양 미세플라스틱 오염대응 및 관리 R&D’ 사업 예산은 10억6700만원 규모로 편성됐다. 올해 예산안(86억5300만원)보다 75억8600만원 삭감된 것이다.

해양 미세플라스틱은 길이 또는 지름 5mm 이하의 작은 플라스틱을 의미한다. 수산물과 해초 등을 오염시키고, 인체로도 유입되는 유해물질로 꼽힌다. 당초 해수부는 해양 미세플라스틱의 유입 경로와 유해성 등을 살펴보겠다며 지난해 이 사업을 시작했다. 오는 2026년까지 매년 70억~80억원을 들여 연구를 지속하겠다는 계획이었다.

경기도해양수산자원연구소의 경기바다 미세플라스틱 농도 조사 모습./해양수산자원연구소 제공

앞서 지난 2015년부터 2020년 세계 최초로 국가 단위로 미세플라스틱의 위해성을 측정한 ‘해양 미세플라스틱에 의한 환경 위해성 연구’ 사업이 국내외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으며 후속 연구의 필요성이 강조되는 와중이었다. 정부가 110대 국정과제 중 하나로 내세운 ‘해양 쓰레기 절감’과도 맞물려 있었다.

그러나 사업 시행이 본격화 수순을 밟아야 할 3년차에 예산이 90% 가까이 깎이며, 사실상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사업 내용 중 해양 미세플라스틱의 유입 과정을 살펴보고 위해성을 평가하는 내용과 관련한 예산은 전액 삭감됐고, 친환경 ‘세라믹’ 부표 개발 예산으로만 전체의 절반 가량인 4억2300만원이 편성됐다.

◇”내년 UN 총회서 국제협약도 도출되는데”...우려 커져

해수부는 예산 삭감 근거 자료를 제출하며 사업 공모 시 경쟁률이 저조했다는 점을 주된 이유로 들었다. 두 차례에 걸친 공모를 했지만,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만 단독으로 참여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KIOST는 해양 플라스틱 관련 국책 연구를 전담하다시피 해온 기관으로, 이 분야 논문 영향력 세계 4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제로는 내년 R&D 예산을 전면 재검토하는 과정에서 부처간 협의를 통해 이 사업 예산이 삭감된 것으로 알려졌다. 환경부 등 다른 부처에서 해양 미세플라스틱 관련 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는 않아, 정부 차원의 해양 미세플라스틱 R&D 명맥이 끊길 위기에 처한 것이다.

바다에서 수거한 미세 플라스틱/ 오리건주립대

국제적으로 해양 미세플라스틱의 농도와 위해성에 대한 연구는 오히려 활발해지는 분위기다. 특히 지난해 제5차 UN환경총회에서 해양 미세플라스틱 오염 규제를 위한 국제협약을 도출하기로 합의했고, 내년 6차 총회에서 초안이 상정될 예정이다.

해수부는 이달 열린 올해 런던의정서 총회에 참석해 “UN환경총회서 해양 미세플라스틱 오염 규제하는 데 적극 지원하겠다”는 입장도 냈다. 내부 예산은 깎고 외부에선 적극 나서겠다는 것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구체적인 성과 지표와 연구 내용을 재검토하자는 취지로, 해양 미세플라스틱 문제 관련한 해결 의지는 여전하다”고 했다.

소병훈 의원은 “해양 미세플라스틱의 위해성이 여러 차례 증명됐음에도 관련 R&D사업이 사실상 표류됐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 라며 “해수부는 관련 사업이 차질 없이 추진될 수 있도록 힘써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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