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항 140주년 맞아 인천항 일부 개방…"시민 품으로"
(인천=연합뉴스) 홍현기 기자 = 올해 개항 140주년을 맞은 인천항의 내항 부두 일부가 오는 14일 개방된다.
인천시는 바다를 시민에게 돌려준다는 취지로 그동안 일반인의 출입이 제한됐던 내항을 개방하기로 했다.
그러나 보안 철책 설치에 따라 바다 조망이나 수변공간 활용이 어려운데도 섣부르게 개방을 추진하면서 항만 기능만 축소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140년 전 개항의 명암…'성장' vs '식민지화'
인천항은 140년 전인 1883년 개항했다. 부산(1876년)과 원산(1880년)에 이은 한반도 내 3번째 사례다.
이들 항구는 1876년 조선과 일본이 체결한 강화도조약에 따라 외세에 강제로 개방하는 운명을 맞이한다.
인천 앞바다는 밀물과 썰물 때 수위 차이가 10m에 달했으나 인천 내항은 1918년 갑문 설치로 일정한 수심을 유지하게 되면서 국제 교류 중심지로 급성장한다.
작은 어촌에 불과했던 인천은 개항 이후 국내에서 신문물을 처음 맞이하는 관문 도시로 탈바꿈했다.
인천은 국제도시 역할을 하면서 국내 최초 철도·등대·서양식 호텔·공립 도서관·고속도로 등이 들어서기도 했다.
그러나 일본제국주의에 의한 강제 개항에는 조선 식민지화를 앞당겼다는 어두운 그림자도 존재한다. 인천항은 일제 수탈의 전진기지이자 군수물자 보급 통로로 활용됐다.
내항 개방해 휴식공간 조성…대규모 기념행사
인천항은 개항 후 140년간 내항 제2갑문 설치와 남항·북항·신항 개발로 규모를 확장하면서 시민들이 온전히 바다를 누리지 못하게 했다는 비판도 받았다.
항만 주변 수변공간은 보안 구역으로 묶였고 높다란 철조망까지 설치되면서 일반인의 출입은 가로막혔다.
내항 항만시설은 도심 깊숙한 곳까지 자리 잡으면서 주변 주민들은 부두 하역작업으로 수십년간 소음과 날림먼지 피해를 호소하기도 했다.
2016년 내항 8부두 12만500㎡ 가운데 약 5만㎡가 항만 보안 구역에서 해제됐으나 주차장으로만 활용되면서 주민들은 개방 효과를 체감할 수 없었다.
이에 인천시는 내항 8부두 부지 2만600㎡를 추가로 개방하기로 하고 인천항만공사(IPA) 등 관계기관과 협의를 완료했다.
개방 부지에는 30억원을 들여 잔디광장·파고라(그늘막)·산책로·야광 그네·포토존 등도 조성했다.
또 인근의 옛 인천항 제2국제여객터미널 부지 1만6천500㎡도 98면 규모 주차장을 조성해 함께 개방하기로 했다.
시는 앞서 내항 8부두 내 옛 곡물창고(1만2천㎡)를 리모델링해 조성한 복합문화시설 '상상플랫폼'도 올해 말이나 내년 초 운영할 계획이다.
시는 오는 14일 내항 개방일에 콘서트·드론쇼·불꽃놀이 등 대규모 기념행사도 개최한다.
개방 효과는 의문…"인천항 발전 방향도 고민해야"
그러나 내항을 개방하더라도 시민들이 바다를 즐기는 친수공간이 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 섞인 전망도 나온다.
개방 구역과 바다 사이에는 예전과 마찬가지로 높은 보안 철책이 설치돼 바다 조망도 어렵다.
시는 철책을 없애려고 관계기관과 여러 차례 협의했으나 내항의 다른 부두는 여전히 무역항 기능을 하는 가급 국가 중요시설이라 존치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왔다.
인천시 관계자는 "내항 개방 이후에도 철책을 설치하게 된 점은 아쉬운 부분"이라며 "향후 내항 재개발 사업이 본격화하면 철책을 제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항만업계에서는 "개방 효과도 없는데 무리하게 항만기능만 축소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앞서 인천항만공사는 개방 협의 과정에서 내항 운영사인 인천내항부두운영주식회사(IPOC)에 일방적으로 임대차계약 해지 통보를 하면서 업계의 반발을 불러오기도 했다.
항만업계는 개항 후 140년간 국가 경제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했던 인천항을 단순히 폐쇄·개방 대상으로만 바라보는 지방자치단체의 태도에 불쾌감도 표현하고 있다.
이귀복 인천항발전협의회 회장은 "내항과 구도심을 연결해 지역을 활성화한다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효과 검증이나 활용방안 마련도 없이 무조건 개방을 밀어붙이지는 않았으면 한다"며 "정부와 인천시가 개항 140주년을 맞아 앞으로 인천항을 어떻게 발전하게 할지도 함께 고민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h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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