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세부해역-바다뱀을 만나도 떨지 말라[박수현의 바닷속 풍경](37)
현존하는 약 1만2000종 또는 아종의 파충류 가운데 약 100종 또는 아종이 바다에서 발견된다. 이중 7종의 바다거북, 1종의 바다이구아나, 1종의 바다악어를 제외하면 나머지는 모두 바다뱀이다. 해양파충류 중 가장 큰 그룹인 셈이다.
바다뱀 중 5종 정도에는 이빨에 독이 있다. 이들을 ‘바다독사(Sea krait)’라 부른다. 독이 있다는 것은 바다에 완전하게 적응하지 못해 자신을 지켜야 할 무기가 필요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들은 육지를 기어다니며, 해변에 알을 낳고, 허파호흡을 위해 한두 시간에 한 번씩 수면 위로 올라와야 한다. 이에 반해 독이 없는 바다뱀을 ‘진성 바다뱀(True sea snake)’이라 부른다. 진성 바다뱀은 물속에서 새끼를 낳을 뿐만 아니라 피부호흡을 하는 능력이 발달해 수면으로 올라가는 횟수를 줄일 수 있다.
바다독사의 독은 땅 위의 코브라 독보다 강하다. 뱀의 독은 크게 신경성 독과 혈액성 독의 두 가지로 나뉜다. 살모사에게는 혈액성 독이, 코브라에게는 신경성 독이 있다. 혈액성 독을 가진 뱀에게 물리면 출혈과 함께 고통스럽게 죽음에 이른다. 이에 반해 신경성 독을 가진 뱀에게 물리면 통증은 없지만 아주 짧은 시간 안에 몸이 마비되면서 목숨을 잃고 만다. 바다독사는 종에 따라 신경성 또는 혈액성 독이 있어 만약의 경우 어떤 항혈청을 사용해야 할지 구별해야 한다.
열대 해역에서 스쿠버 다이빙을 하다 보면 흔하게 바다뱀을 만난다. 설사 이들에게 독이 있다 해도 스쿠버 다이버들에게는 그다지 위협적이지 않다. 2~3㎜의 짧은 송곳니로는 잠수복을 뚫기 어려울 뿐 아니라 성향 자체도 공격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바다독사가 사람을 공격하는 대부분은 어부들이 그물에 걸린 바다독사를 떼어내기 위해 건드릴 때다. 사진은 바다뱀이 정어리를 사냥하기 위해 솟구쳐 오르는 모습이다.
박수현 수중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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